차기 6자회담 일정 순연 배경은

당초 19일부터 열릴 것이 확실시됐던 차기 6자회담 일정이 늦춰진 표면적 배경은 중국이 북한에 제공키로 한 중유의 배송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중.러 등 4개국은 불능화 단계 이행에 대한 상응조치로 중유 95만t 상당의 에너지(중유)와 발전소 자재 등을 제공키로 했으며 이에 따라 당초 중국이 8월 중 중유 5만t을 지원하기로 했었다.

7월말~8월 초 초기조치인 핵시설 폐쇄에 대한 상응조치로 한국이 중유 5만t을 제공한데 이어 중국이 불능화 단계의 상응조치 제공에 1번 타자로 나서게 돼 있었던 것이다.

사실 중국이 제공할 물량은 ‘행동 대 행동’의 원칙을 엄밀히 적용할 경우 북한의 불능화 단계 이행에 맞춰 주는게 맞다.

그러나 6자회담 참가국들은 비록 불능화 단계가 이행에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최근 각국 간에 쌓인 신뢰와 불능화 단계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 등을 고려해 7월에 이어 8월에도 북한에 중유가 공급되도록 한다는데 뜻을 모았다.

북한의 일시 중유 저장능력이 5만t 인 점을 감안, 회담 프로세스가 뒤로 돌아가지 않는 이상 전체‘ 중유 95만t 상당’의 범위 안에서 매달 중유 5만t씩을 공급하자는데 참가국들이 뜻을 같이했던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중국의 중유 제공은 지연됐다. 소식통들은 북한에 닥친 수해로 인해 중유 공급에 물리적인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전했지만 중유 배송 설비 자체에 문제가 생긴 때문인지 여부 등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배송 지연의 사유는 불투명하지만 어쨌든 북한으로서는 들어올 물건이 들어온 것을 확인하기 전에는 움직이지 않는다는 기존 원칙을 적용, 19일 개최에 이의를 표명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가능하다고 외교가는 보고 있다.

지난 6~7월 방코델타아시아(BDA) 북측 자금 송금문제의 최종 해법이 마련됐음에도 돈이 입금되는 것을 보고서야 자신들이 할 조치를 이행하기 시작했던 사례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사소한 문제를 빌미로 일정을 변경시킴으로써 중요한 회담을 앞두고 타 참가국들을 한번 흔들어 보려는 일종의 ‘견제구’가 아니냐는 분석도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한.미의 경우 6자회담과 다음달 2~4일 남북 정상회담 등 북한 문제를 둘러싼 외교일정을 빼곡하게 잡아놓은 상태다.

북한이 이런 점들을 감안, 다 잡아 놓은 듯 했던 일정도 자신들의 의사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역시 북핵문제의 주인공은 북한’이라는 인식을 외교가에 재확인시키려 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날 갑작스레 회담 일정이 미뤄지면서 우리 외교당국과 6자회담 취재를 준비하던 외교부 출입기자들은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19일 개막할 가능성을 90% 이상으로 보고 있던 우리 외교부 당국자들은 회담 의장국인 중국이 심상치 않은 통보를 해온 오후 1시 전후부터 정확한 배경을 파악하느라 분주했다.

또 이날 일찌감치 회담장인 베이징으로 떠났던 일부 기자들은 허무하게 귀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게 됐다.

한편 북한이 19일 개최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소식이 처음 전해지자 일각에서는 북한이 최근 불거진 대 시리아 핵의혹에 대해 반발하고 있거나 그 의혹에 대한 대응 논리를 갖춘 뒤 회담에 나서겠다는 입장일 수 있다는 분석을 하기도 했지만 한 외교소식통은 “이 의혹은 거의 근거가 없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회담 연기와 큰 연관성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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