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세력, 자유민주주의 인정하는 ‘사민주의’로 나가야”

우리사회는 더 이상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틀을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한 단계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수용하고 진보 이념을 포용할 수 있는 유연한 사회민주주의(사민주의)가 등장할 때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세중 연세대 교수는 최근 발간된 계간 ‘시대정신’(발행인 안병직) 2008년 겨울호 ‘보수와 진보가 함께할 공동체를 찾아서’란 특집좌담에서 “진보를 대표하는 이념과 세력으로 사민주의가 등장할 때가 됐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이어 “이들이 입지를 확보하면 적어도 주사파와 같은 시대착오적 좌파를 견제해 사회 전체적으로 불필요한 정치적·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고 덧붙였다.

진보 보수 간 이념적 갈등 문제와 더불어 발전적 경쟁 관계 모색 차원에서 마련된 이번 좌담회는 안병직 ‘시대정신’ 발행인의 사회로 진보진영을 대표해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과 뉴레프트운동의 ‘좋은정책포럼’을 이끌고 있는 김형기 경북대 교수, 보수진영에서는 언론인 류근일 씨와 김세중 연세대 교수가 참석했다.

장기표 원장은 우리 사회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원인으로 지역대립과 계층 갈등, 이념 갈등 문제로 보고 “국민통합을 위해서는 인사정책에서 지역균형을 이루고, 계층갈등 문제는 정책으로 무엇이 옳은가를 따져야 하며, 이념적 측면에서는 상대방을 너무 배제해서는 안된다”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김형기 교수는 “대한민국의 정통성 문제가 민주세력을 친북좌파로 몰아붙이는 수단으로 악용하면 국민을 분열시키는 불필요한 대립갈등으로 증폭될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정통성문제를 해방직후 건국과정에서 따지는 것은 무의미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한민국은 ‘역사적 정통성’ 보다 ‘현실적 정당성’ 문제로 봐야 한다며 “주권과 복지, 민주주의 프로세스가 확립되어 있다면 대한민국이 국민의 국가이고 정당성이 있는 국가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또한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관련, “민주화세력과 산업화세력이 함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정착시켜 지금의 선진국 문턱까지 성장시킨 대한민국, 즉 기업가와 노동자, 농민, 학자와 관료와 기술자, 애국지사와 민주인사가 함께 만든 나라가 대한민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좀 더 인간적이고 민주적이면서도 혁신 지향적인 발전모델 또는 사회경제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진보진영이 지향하는 대안적 발전 모델을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한 것이라 봐서는 안된다”고 역설했다.

이에 대해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은 “대한민국이 주식회사라고 할 때 건국세력, 산업화 세력, 민주화 세력 모두 주(株를) 가지고 있다”며 “각자의 자리에서 대한민국을 이끌어 온 성과를 스스로 인정해 각자가 주인의식을 가지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병직 이사장은 “고등학교 근현대교과서에는 한국의 근현대과정을 ‘민족해방투쟁사’를 기본체제로 하고 있어 남북간의 분단도 민족해방투쟁 과정으로 인식하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있다”고 있다며 우리사회의 역사교육 실태를 지적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대한민국이 성숙된 시민사회로 나가기 위해서는 야만성과 반지성(反知性)을 극복해야 한다는 점에는 모두 공감했다.

류 전 주필은 “진보, 보수의 경제 정책상의 차이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사항”이라며 “자유주의자들과 민주적 진보파 모두 근본주의, 광신주의, 강제적 집단주의, 집단 광기, 개인숭배, 배외주의, 병영화, 획일주의, 전체주의 등 열린사회를 저해하는 것에 대해서는 함께 배척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도 “진보주의자들이 문제를 자꾸만 시장 탓으로 돌리는데, 그것은 굉장히 잘못된 생각”이라며 “보수진영에서는 시장근본주의 혹은 시장만능주의를 극복해야 하고, 진보진영에서는 국가지상주의 혹은 국가주의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 발행인은 “자유주의의 시장만능주의가 양극화를 가져온다는 것에는 오해가 있다”며 “자유주의 정책은 자유 무역을 촉진, 세계화를 강화해 후진국은 근대화를 이룰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