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대할 수 있는 ‘인재양성’이 對中외교 해법

상대하자니 골치 아픈 대상이다. 거대하고 기민하다. 느리고 게으른 것 같아 보이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힘을 수십 년에 걸쳐 모색한 저력이 느껴진다. 성장의 과실에 취해 국가의 근본과 이념적 정체성을 고민하지 않았던 대한민국은 ‘아니 어느새 이렇게 무서워진 걸까?’라며 뒤늦은 탄식을 뱉는다.


이미 오래전부터 종종 있어왔던 경고였다. 중국이 동아시아 패권을 집어삼킬 것이라는, 전혀 생소할 것 없는 이 경고를 애써 외면하고 좁은 반도에서 ‘정치놀음’에 취해있지 않았던가? 민주니 진보니, 가짜보수니 정통보수니 이런저런 언어도단으로 서로 할퀴며 이권에 젖어있는 동안 그들은 힘의 우위를 선점했다.


지난 4일 서울대학교 특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평화 통일이 자주적으로 시행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한 문장, 그리고 ‘자주적’ 이라는 단어는 태평양을 점유한 미국을 향한 도전으로 인식된다. ‘북핵’이라는 국제 표준어를 무시하고 ‘한반도 핵무기’라는 중의적 표현을 사용해 자신들이 재편하는 국제질서에 순응하라는 강요를 태연하게 전했다. 시 주석은 박근혜 대통령이 밤잠을 설치며 고민해도 찾기 어려운 난제를 던지며 유유히 한국을 떠난 셈이다.


시 주석은 무서운 지도자의 면모를 가지고 있다. 골치 아픈 문제와 함께 일말의 힌트도 함께 전했다. 그는 서울대 강연에서 서복, 김교각, 최치원, 김구, 진린, 등자룡 등 역사속 인물들을 언급했다. 이들은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역사적 진보를 이룬 인물들이다. 최치원, 김구는 중국을 알고 중국인을 이해하며 자신의 이상에 접근했던 정치인들이다. 진린, 등자룡은 임진왜란 당시 활약했던 명나라 장수들로 이순신의 성품에 반해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다. 시진핑이 역사적 인물을 언급한 것은 중국을 상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인물을 요구한 것은 아닐까. 자신들의 마음을 움직일 준비된 인물이 대중 외교의 해결사가 될 것이라는 암시다.


결국 박근혜 정부가 고민해야 할 것은 정책이 아니라 사람이다. 중국을 상대할 수 있는 인물을 발굴하거나 성장시켜야 한다. 시간이 길든, 짧든 과정이 험난하건 결국 거대한 대륙을 움직이는 것은 힘의 논리가 아니라 의리와 신뢰다. 결국 작은 나라가 큰 나라를 움직일 방법은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스스로를 적이 아닌 동반자 혹은 친구로 받아들여지게 만드는 노력, 그 원천적 에너지는 진심으로 읽어내는 하늘의 이치와 인류의 운명에 대한 책임감이어야 한다.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형성한 역사 속 인물 중에는 시진핑이 껄끄럽게 여길 만한 인물이 많다. 물론 시진핑은 그들의 이름을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대륙에게 패배를 안긴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통일신라의 주역 김춘추다. 그는 삼국을 통일했으며 그 과정에서 결정적 우위에 힘을 제공했던 당나라를 격파했다. 중국 입장으로서는 이용만 당하고 득볼 것 없는 패배를 당했던 것이다. 


김춘추는 당당히 신라의 이해득실을 따지며, 일본의 치욕적인 협박에도 백제를 압박하기 위한 전술적 대안으로 당나라를 끌어들이는 외교전술을 구사했다. 그는 대업을 이루어가는 과정에서 자식들이 적군에게 사살되는 비극, 동료의 배신, 신분적 차별, 서라벌 귀족들과 왕족들과의 정치투쟁을 겪어내고 견뎌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지향점을 향해 중국과 일본을 오가며 동지들을 규합해 내고 그들을 활용해 삼국통일이라는 과업을 이뤄낸 인물이다.


진린과 등자룡을 움직인 이순신 역시 시련을 극복하며 성장한 영웅이었다. 중국인은 그들과 상대할 만한 인물을 가려내는 무서운 안목을 가지고 있다. 시진핑을 상대할 수 있을 만한 인물 역시 그만큼 고된 시련 속에서 자신을 단련한 정치인, 지도자일 것이다. 박 대통령을 그 상대로 얼마나 인정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표면적 친분과 전략적 동반자는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북핵’이라는 전략적 언어를 시진핑으로 하여금 전해 듣지 못한 상황에서 전략적 동반자는 그저 하나의 수사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이 엄습한다. 김춘추의 지략도 좋고 이순신의 심성도 좋으니, 아니면 그 둘 중 하나만이라도 갖춘 인물이 중국 외교의 해법이다.


아래는 난중일기(亂中日記)에 담긴 명나라 장수 진린(陳璘)과 조선 장수 이순신이 주고받은 운시(韻時)이다. 


진린의 차운(次韻)

당당 우규규(堂堂 又赳赳) : 당당하고 용감하신 그대 없었으면,
미자국 응위(微子國 應危) : 이 나라 운명 위험하였으리.
제갈 칠금일(諸葛 七擒日) : 제갈량처럼 일곱 번 사로잡고,
진평 육출시(陳平 六出時) : 진평처럼 여섯 번 계책을 내놓자,
위풍 만리진(威風 萬里振) : 위풍은 만 리에 떨쳤고,
훈업 사유지(勳業 四維知) : 공적은 세상에 두루 알려졌소.
차아 환무용(嗟我 還無用) : 아, 나는 더 이상 쓸모없으니 돌아가겠소.
지휘 차막사(指揮 且莫辭) : 지휘권 돌려드릴테니 사양 마시오.


이순신 장군의 화운(和韻)


​뢰천자 근휼(賴天子 勤恤) : 다행히도 천자께서 불쌍히 여기어,
견대장 부위(遣大將 扶危) : 장군을 보내 구원하게 하였소.
만리 장정일(萬里 長征日) : 만 리 먼 길 정벌 나온 바로 그날이,
삼한 재조시(三韓 再造時) : 이 나라 삼한이 다시 살아난 때라오.
부군 원유용(夫君 元有勇) : 장군은 본래부터 용감하지만,
이아 본무지(伊我 本無知) : 이 나는 본래부터 아는 것이 없고,
지의 사어국(只擬 死於國) : 다만 나라 위해 죽으려는 각오뿐이니,
하수 경비사(何須 更費辭) : 다시 무슨 긴 말이 필요하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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