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되는 중국의 역할

제5차 6자회담 2단계 회의 개막을 하루 앞둔 17일 중국이 이번 회담에서도 중재자로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낼지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직후 중국은 북핵문제를 북미 양국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고 6자회담 재개를 위해 주력했고 회담이 성사되기까지 적극적 중재자로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국은 10월 말 북미 양자회동과 북.중.미 3자 회동을 통해 북미간 미묘한 입장차는 있지만 6자회담과 ‘BDA 금융제재 관련 실무논의’를 분리한다는 큰 원칙에 북한을 포함한 당사국들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는 회담 타결 보다는 대화 분위기를 지속시킴으로써 북핵실험과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 등으로 고조된 긴장을 누그러뜨리고 회담의 모멘텀을 일단은 유지시켜 나가겠다는 당사국들의 이해가 일치된 결과로 풀이된다.

또 이같은 분리원칙은 BDA 실무논의 결과가 6자회담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북미 간 금융실무논의가 6자회담의 성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사실상 북미 간 금융실무논의에 이번 회담의 무게중심이 쏠려 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와 관련,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16일 베이징 도착 일성으로 핵보유국으로서의 대우가 아니라 “제재 해제가 선결 조건”이라고 요구함으로써 BDA 문제를 쟁점화시킬 뜻을 사실상 분명히 했다.

문제는 이번 회담 기간 북미 양국간 치열한 공방이 예고되고 있지만 중국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대세라는 점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6자회담에서 중재자 역할을 자처해왔던 중국 역시 BDA 문제는 북미 양국간 현안으로, 개입할 여지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의 외교소식통은 이와 관련, 사견임을 전제로 “중국이 북미간 금융실무논의에서 타결을 이끌어 낼 수 있을 정도의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중국의 금융제재 해제 조치 역시 역시 북미 실무논의 결과에 달린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다른 외교소식통은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는 정도가 아니겠느냐”고 말해 중국 역시 그 역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시사했다.

한국과 중국이 17일 오후 가질 양자회동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지만 금융제재 문제를 놓고 아직 평행선을 긋고 있는 북미 양국이 접점을 찾을 수 있는 뾰족한 묘안을 도출해내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런 측면에서 중국은 북미의 금융실무 논의 결과가 6자회담에 미치는 영향을 적절히 차단하면서 대화 모멘텀을 계속 유지시키는 쪽으로 외교 역량을 집중시킬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와 관련,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6자회담 개막을 나흘 앞둔 지난 14일 “냉정한 태도, 인내심, 시간, 타협이 필요하다”며 “중국은 각 참가국의 이익과 입장을 고려해 객관적이고, 전면적이고, 형평성 있게 이 문제를 다룸으로써 중국의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마디로 이번 회담에서 해결사로서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지 말고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뚜쟁이’의 역할에 만족해달라는 메시지를 미리 던진 셈이다.

따라서 이번 회담에서는 구체적 핵폐기 내용까지 담은 공동성명이 채택되기는 힘들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북한 역시 6자회담과 금융실무논의 분리원칙에 합의한 만큼 실무논의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해서 전체 판을 깨고 나오기에는 부담이 크고 미국 역시 어렵게 북한과 대화하기로 한 결정을 다시 뒤엎기도 난처한 입장이라는 점에서 적어도 대화의 동력만은 앞으로 상당 기간 유지될 것이라는 기대는 남는다.

결국 이번 6자회담에서는 실질적 합의를 도출하기 보다는 향후 회담 일정표와 의제 등을 확정하는 수준의 의장 성명이 나올 가능성이 크고 실질적 담판에 해당하는 본경기는 내년으로 미뤄질 공산이 크다는 게 회담장 주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