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로동당에도 파벌이 있다

북한에는 정당이 집권당인 조선로동당 하나밖에 없다. 형식상으로는 야당이라고 조선사회민주당, 천도교청우당이 있으나 이는 모두 형식뿐이어서 이 당들은 당원도 없고 하부 당기관도 없으며 이 야당의 지도자들은 모두 조선로동당원이다. 결국 이 야당들은 조선로동당의 둘러리, 꼭두각시, 나팔수 노릇을 하는 어용정당일 뿐이다. 이렇게 유일 당인 조선로동당은 또한 파벌이 없기로 세계에서 유일함을 자랑한다.

실제로 조선로동당내에는 파벌이 없다. 당내에서 파벌은 곧 김일성, 김정일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되어 무자비한 타격을 받게 되며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유일당에 파벌마저 없으니 온 나라가 한마음으로 똘똘 뭉친 셈이다.

하지만 원래 조선노동당에도 파벌이 여러 개 있었다. 소련파, 중국파(연안파), 남로당파, 국내파(갑산파), 빨치산파(김일성파) 등이 있었는데 무력을 쥐고 있는 빨치산파가 나머지 계파들을 전부 제거하면서 전당이 빨치산파로 일색화 되었다.

파벌을 숙청하는 와중에 <곁가지>라는 정치용어가 생겨났는데 빨치산파는 나무로 말하면 기본가지(줄기)이고 다른 파벌은 모두 곁가지와 같다는 것이었다. 곁가지를 쳐버려야 기본가지가 왕성하게 자란다면서 곁가지를 모조리 쳐버린 것이다. 이렇게 파벌은 모두 숙청했지만 파벌을 의미하는 <곁가지> 대신 <줄기>라는 용어가 새로 생겨 사용되고 있다. 이런 줄기가 북한 노동당 안에는 여러 개 있다.

<백두산줄기>는 김일성과 같이 빨치산을 했던 사람들을 의미한다.

<만경대줄기>는 김일성의 아버지인 김형직, 어머니인 강반석의 친척들로서 강량욱 같은 인물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회령 줄기>는 김일성의 부인인 김정숙의 친척들을 의미한다.

<지리산줄기>는 남한에서 공산당을 하다가 입북한 사람들이 속하는데 머리수는 적지 않으나 힘이 없다.

어쨌든 간에 백두산줄기, 즉 항일빨치산 출신들과 사돈을 맺거나 친구를 사귀면 큰 세력가로 일어날 수 있다. 그래서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줄기를 잡아라> 라는 말이 성공의 대명사처럼 사용되기도 한다. 이러한 줄기들이 다르게 말하면 파벌이나 비슷한데 <백두산줄기>는 주로 군부에서 일하고 <만경대줄기>는 정부기관에 주로 있다. 북한에 대해 말할 때, 가끔 정부와 군부가 의견교환이 잘 안된다는 소문이 있는데 이런 이유 때문일지도 모른다.<회령줄기>는 주로 지방에 포진하고 있고 <지리산줄기>는 대남공작부서들에 많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어느 줄기든 조선로동당, 즉 김정일에게 소속되고 복종한다. 결국 곁가지를 없앤 조선로동당에도 파벌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표면상 <줄기>로 드러나는 노동당내의 이 파벌 아닌 파벌들은 언젠가는 수면위로 떠오를 것이다. 여하튼 지간에 북한에서는 줄기를 잡던가, 줄기에 속해야만 중요인사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북한 주민들은 <죽어도 줄기를 만들어놓고 죽자.> 라는 말을 널리 쓴다. 하다못해 일하다가 현장에서 죽어 <순직자줄기> 라도 만들고 싶어 하는 것이다.

탈북문인 정수반(1969년 평양출생, 2000년 탈북, 서울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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