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 합의체제 넘어섰다”

작년 6자회담에서 합의된 ‘2.13합의’와 ‘10.3합의’를 바탕으로 한 북한 핵문제의 진전이 냉각탑 폭파까지 이뤄냄에 따라 1994년 제네바 기본합의문 체제를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 북한의 강석주 외무성 부상과 미국의 로버트 갈루치 대사 사이에 체결된 제네바 합의는 실질적인 북한의 비핵화를 2천㎿ 경수로의 공급 이후로 미뤄 놓았었다.

대신 북한은 영변 핵시설의 가동을 중단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상주를 허용했으며 미국은 반대급부로 매년 50만t의 중유 공급을 약속했다.

미국은 1995년부터 2002년까지 356만t, 5억2천100만달러어치의 중유를 북한에 공급했으며, 경수로 건설을 위해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은 2003년 11월말까지 14억1천만 달러의 비용을 분담했다.

결국 당시 북핵 해결 방식은 핵시설의 가동중단에 머문채 각 국은 엄청난 비용을 분담하는 체제였다.

그러나 6자회담을 통해 가시화되는 북한의 비핵화의 진전 양상은 제네바 합의체제를 뛰어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우선 재가동에 1∼2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도록 하는 영변 핵시설의 불능화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고, 실질적 의미는 없다고 하지만 냉각탑 폭파는 이를 드라마틱하게 보여줬다.

불능화 조치 11가지가운데 ▲폐연료봉 인출 ▲미사용 연료봉 처리 ▲원자로 제어봉의 구동장치 제거 등 3개 조치는 아직 더디게 진행중이거나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미사용 연료봉은 한국이 구매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고 제어봉 구동장치의 제거는 폐연료봉 인출이 완료된 이후 가능하다.

폐연료봉 인출은 북한이 경제.에너지 지원의 지연을 문제삼아 속도를 조절하고 있지만, 현재 46% 정도 완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북한은 미국에 영변 핵시설의 가동기록을 넘겼고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핵신고를 했으며, 7월중 예상되는 차기 6자회담에서는 핵신고서에 대한 검증 방안이 본격 논의된다.

제네바 합의가 사찰과 검증의 시점을 ‘경수로 사업의 상당부분이 완료될 때’, ‘주요 핵심부품의 인도 이전’으로 명시한 점에 비춰 이번 북한의 핵신고와 검증 논의는 상당한 진전이라는 평가도 있다.

북한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한 상응조치로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하는 절차를 시작했고 한.미.중.러 4개국이 중유 100만t분량의 에너지.경제지원을 진행하고 있는 점도 1994년보다 적은 비용으로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만 하다.

특히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 조치는 1994년 제네바 합의에서 북미관계를 대사급 외교관계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합의해 놓고도 대북 제재 일부만 풀었던 클린턴 행정부 때에 비해 북미관계의 안정화와 제도화 수준을 한단계 높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제네바 합의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불능화라는 단계를 넣고 북한의 이행을 만들어냄으로써 1994년체제를 뛰어넘은 것은 분명하다”며 “북한이 플루토늄을 추가로 추출할 수 있는 핵능력을 1∼2년간은 거세한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핵검증과 폐기의 방법과 대상을 합의하는 과정에서 많은 우여곡절을 겪을 수 밖에 없을 것이나 북한은 테러지원국 해제로 미국과 관계개선의 실질적인 성과물을 손에 쥔 만큼 미국과 관계개선의 동력을 이어가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에 이뤄진 북핵문제의 진전이 높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정밀한 검증 방식에 대한 합의가 필수적이며, 진정 제네바 합의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제2차 북핵 위기를 발생시킨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문제와 핵확산 문제까지도 제대로 짚어야 한다는 지적도 빠지지 않는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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