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는 화창한 봄..북미 회담장은 `아직’

북한과 미국 대표단이 6개월여만에 다시 제네바에 모였다. 몇 개월째 표류하고 있는 북한의 핵프로그램 신고에 관한 해법을 찾기위해서이다.

북핵 6자회담 미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13일 오전 10시 30분께(현지 시간) 제네바에 도착해 숙소인 오텔 들라 페에 여장을 푼 뒤 낮 12시 20분께 회담장인 제네바 주재 미국대표부로 들어갔다. 힐 차관보를 제외한 미 대표단은 12일 오후 4시께 먼저 제네바에 도착했다.

뒤이어 수석대표인 김계관(金桂寬) 외무성 부상을 비롯한 북한 대표단도 숙소인 인터콘티넨탈 호텔을 떠나 낮 12시 30분께 미국 대표부로 들어갔다.

북한 대표단은 12일 저녁 먼저 제네바에 도착했으며, 공항에서 대기 중이던 취재진을 따돌리고 인터콘티넨탈 호텔로 들어갔다. 김 부상은 호텔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변하지 않았다.

특히 북한 대표단은 작년 9월 북미 회담때와는 달리, 취재진들의 호텔 로비 접근을 제한해 달라고 호텔측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이번 회담에 임하면서 심적 부담을 느끼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회담을 앞두고 김 부상은 12일 밤 숙면을 취하지 못했으며 이날 아침에도 일어나기가 무척 힘들었다고 북측 관계자가 전했다.

이번 회담은 당초 13일 하루만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회담도 시작하기 전에 양측이 14일 오전까지 일정을 늘리기로 합의한 것으로 미뤄 볼 때 상호 협의할 이슈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양국 대표단은 일단 이날 2시간 가량 협의를 가진 뒤, 점심식사를 각각 해결하고 주제네바 미 대표부에서 다시 협의를 재개하기로 했다. 14일 오전 협의는 북한 대표부에서 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수석대표인 힐 차관보는 이날 회담장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숙소에서 잠시 기자들과 만나 “논의할 것들이 많아서 3월은 중요한 달”이라면서 “이달 안으로 북한의 핵프로그램 신고가 모두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전체 프로세스가 흔들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회담에서 북한측에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유연성을 가지고 대처하겠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이번 제네바 회담의 경우 지난 번 힐 차관보의 베이징 회동 요청에는 응하지 않았던 김 부상이 먼저 요청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북한측이 뭔가 내놓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미국은 미국대로 `완전하고 정확한 핵프로그램 신고’를 전제로 신고 형식의 유연성을 보이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이번 회담에서도 모종의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북핵 2단계 합의의 이행을 완료하고 북핵 폐기와 북미 관계정상화를 목표로 하는 3단계 협상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무거운 회담 의제와는 대조적으로 제네바는 화창한 봄 날씨를 뽐내고 있다.

어제까지만 해도 며칠 째 계속 비가 내렸으나, 회담일이 13일 아침에는 날씨가 말끔하게 갰다.

`연내 북핵 불능화와 핵프로그램 완전 신고’와 정치.경제적 보상조치에 합의해 표류 중이었던 북핵 6자회담의 모멘텀을 살려내는 데 성공했던 작년 9월 회담때도 제네바는 청명한 가을 날씨를 자랑했다.

북핵 협상의 중대 분수령이 될 이번 회담에 대한 6자회담 참가국들의 커다란 관심을 반영한 듯 회담장 주변에는 우리나라와 미국, 중국, 일본 취재진들이 대거 몰려 취재경쟁을 벌였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