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북미간 봄 오고 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15일 북한의 최근 유화 제스처를 굴복으로 “잘못 해석해” 계속 압박 전략만 구사하다가는 장차 미국과 북한간 관계개선이라는 급물살 속에서 우리 정부가 “외딴 섬”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능동적인 대북정책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정 전 장관은 경실련통일협회가 명동 퍼시픽호텔에서 ‘변화하는 한반도 정세: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개최한 조찬 포럼에서 “북한은 제재가 무서워서 지금처럼 나오는 것이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4월, 5월 북한이 장거리 로켓발사와 2차 핵실험을 감행하는 것을 보고 자신도 미국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이 성립되기도 전에 강공책을 펴다 ‘오바마의 부시화’를 초래하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했으나 “최근 북미간 양자회담 성립 얘기까지 나온 것을 보면 북한이 훨씬 판세를 넓게 보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북한은 부시 전 대통령의 실책으로 빚어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의 문제가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우선 순위가 높기 때문에 미국 외교의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일찍이 간파”하고 “미국의 이 같은 한계를 역이용해서 우리 문제를 해결하자는 식으로 나온 것”이라고 정 전 장관은 분석했다.

즉 북한 핵문제는 9.19 공동성명을 바탕으로 불능화가 상당히 진척되는 등 다른 문제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는 점을 미국에 주지시키기 위해 북한은 전형적 방식으로 강공책을 먼저 구사한 뒤 지금의 유화책을 통해 미국을 대화의 테이블로 유도하고 있다는 것.

정 전 장관은 “이에 비해 우리 외교는 웬만한 것은 `미국이 알아서 해 줄 것이다’는 의존심때문에 판세를 크게 보지 않는 병폐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우리 정부는 `지난 1년반동안 북한에 쌀과 비료를 안 주니 북한이 굽히고 나왔다’며 앞으로 `6개월만 더 기다리면 지난 10년간 잘못 들인 북한의 버릇을 고칠 수 있다’는 얘기를 한다는데, 북한은 인구 10분의 1이 굶어 죽어도 눈하나 꿈쩍하지 않는 정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부시 정부의 6년간의 압박도 핵실험으로 2.13 합의를 이끌어 내며 돌파했는데 우리가 압박한다고 2년만에 무릎을 꿇겠는가”라고 반문하며 “대북 압박에 기반한 `악의의 무시’ 전략은 정세판단 능력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으로 정세 전망에 대해 그는 “북핵 문제의 가닥을 잡지 않으면 내년 핵확산금지조약(NPT) 검토회를 소집해봐야 의미가 없기 때문에 앞으로 6개월은 미국에 굉장히 소중하고 촉박한 시간”이라며 “대북 제재국면이 계속된다고들 하지만 이미 끝물로 물러가는 추이며 북미간 봄이 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같은 기회를 놓칠 경우, 6자회담에서 우리만 외딴 섬이 되고 자칫 김영삼 정부 당시의 통미봉남이 재연될 수 있다”며 현인택 통일부 장관에게 북한의 김양건 통전부장과 장관급 회담을 열어 남북관계 돌파구를 만드는 ‘정공법’을 구사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최근 북한의 변화는 전술적 변화에 불과하다’는 현인택 장관의 언급에 대해 “전술적 변화도 쌓이면 전략적 변화가 되는 만큼 분석만 해놓고 가만히 감 떨어지기를 기다려선 안된다”며 이같이 제언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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