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WFP 대북지원 요청 수용할까?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이 대북 식량지원의 긴급성을 밝힌 가운데 정부가 대북 식량지원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거듭 밝히고 있어 주목된다.

김하중 통일부 장관은 3일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출범 10주년 기념식에서 “앞으로 인도주의적 정신과 동포애에 입각해 적극적으로, 긍정적으로 식량지원을 검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WFP가 지난 달 20일 정부에 최대 6천만달러 규모의 지원을 요청한 이후 대북 식량지원 관련 당국 책임자가 가장 긍정적인 태도로 지원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WFP는 지난 2일에도 기자회견을 통해 “내년 11월까지 15개월 동안 5억 3백만달러 상당의 식량 63만톤을 북한에 긴급 지원할 것”이라며 우리 정부에도 식량 지원에 나서줄 것을 거듭 요청했다

비록 김 장관이 WFP를 통한 지원을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북한이 우리 정부의 직접지원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WFP를 통한 지원 방안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해석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또 인도주의 차원의 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상관없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정의화·남경필 한나라당 의원 등 여권 내부에서도 제기돼 왔던 부분도 고려됐을 것이라는 지적도 뒤따른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도 4일 브리핑에서 김 장관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언급한 식량지원의 방법에는 “WFP를 통한 지원 방법도 당연히 포함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은 정부가 북한 식량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후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바꾸고 있지 않기 때문에 지원 여부와 시기 등에 대해서는 속단할 수 없다.

실제 정부는 ‘인도적 지원은 조건없이 추진하겠다’는 원칙을 밝히면서도 WFP의 대북 식량 지원 요청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특히 금강산 피격 사태로 악화된 국민 여론과 북핵 사태 추이 등을 감안, 당장 지원에 나서기는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정부는 지난 1일 “대북 식량지원에서 가장 고려해야 할 것은 식량사정”이라고 밝혔지만 여전히 ‘국민 여론’을 강조했다.

특히 3일 북한이 영변 핵시설 복구에 돌입했다는 소식은 국민여론의 악화로 이어져 아직 지원할 단계는 아니다는 입장을 쉽게 바꾸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김 장관의 발언만을 두고 정부의 지원 결정이 임박했다고 보기는 무리다. 또 ‘식량지원’을 통한 대북 대화의 물꼬를 틀 구상을 가지고 있던 정부가 WFP를 통한 지원을 결정할 경우 대화의 중요한 카드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도 정치적 부담일 수 있다.

그동안 정부는 “북측이 우리측의 지원 제안에 확답만 하면 당장 지원에 나설 수 있다”, “일단 만나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며 경색국면의 남북관계를 풀 수 있는 계기로 식량지원이 진행 될 수 있음을 시사해 왔다.

결국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의 필요성과 제반 정치적 환경 중 어느 쪽에 무게가 실릴지는 아직 속단키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김 대변인도 “현재 대북식량지원과 관련, 결정된 것은 없지만 북측 식량 사정을 감안해서 가능하면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검토해나갈 계획임을 다시 한번 밝힌다”며 “정확한 것은 관계부처와 협의한 뒤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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