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 입장을 확정했지만, 이에 대한 발표를 연거푸 3차례 연기하면서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의 부재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정부가 무슨 말 못할 속사정이 있지 않는냐는 조심스런 진단도 나온다.
정부는 PSI 전면참여 발표시점을 지난 14일 오후에서 15일 오전으로, 다시 15일 오후로 번복했다가 최종적으로 “이번 주말께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이 연출되자, 정부의 연기 이유가 ‘북한의 눈치 살피기가 아니냐’는 예측부터 ‘관련 부처간 갈등’, ‘관계국과의 협의 부족’ 등의 분석들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의 눈치 살피기가 아니냐’는 예측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의장성명’으로 로켓 발사를 규탄하고 제재를 강화했지만, 실제 한미일의 속내는 ‘제재 유보’를 지렛대로 활용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는 주장과 관련이 있다.
북한이 예상치 못하게 유엔 안보리 결정에 반발해 6자회담을 탈퇴하고 핵시설 재가동 입장을 밝히는 등 초강수로 맞서자 정부가 당혹해 PSI 전면참여 문제는 ‘속도조절’에 나섰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북한은 발사 전부터 자신의 로켓 발사 문제가 안보리에서 논의 자체만으로도 6자회담 탈퇴할 것이라고 했고, 한국 정부의 PSI 전면 참여는 ‘선전포고’라고 이미 입장을 밝혀 왔던 터라 북한의 반발을 충분히 알고 있었을 정부가 예상치 못했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와 관련,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6일 PSI 참여 문제에 대해 “북한의 로켓 발사와는 관계없이 대량살상무기(WMD) 확산과 테러방지 등 국제협력 차원에서 검토돼 온 사안”이라고 밝힌 바 있고,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도 “북한의 반응은 우리가 PSI에 가입하는 데 하등의 고려사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지난 15일 “우리 정부가 PSI에 전면 참여하겠다는 방침은 변함이 없다”며 발표 연기가 북한 눈치보기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PSI 전면 참여를 놓고 정부 부처 간 충분한 협의 부족으로 혼선에 따른 연기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외교부의 조속한 전면 참여 가입 입장과 남북관계의 전반적인 상황을 살펴야 하는 여타 정부 기관의 입장이 맞설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억류중인 미 여기자 2명과 현대아산 유 모 씨의 억류 문제가 쉽게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주장됐을 수 있다. 이들에 대한 안전문제가 확보되지 못한 상태에서 이 문제가 장기화됐을 경우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고, 현 정부의 대북정책까지 전반적으로 흔들릴 수 있는 주요 사안이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에서는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에 억류된 A씨의 신변과 연관지어 참여 시기를 조율중이라는 추측이 가장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구체적 석방 절차 과정에서 꼬투리를 잡히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가 북한의 몽니를 피하기 위해서도 북한의 로켓 발사 즉시 참여 입장을 밝혔어야 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발사 10여일이 지난 시점에서 PSI 전면참여를 발표하게 되면 북한에게 또 다른 빌미를 제공하고 상징적인 효과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