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클린턴 방북 여파에 촉각

정부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4일 회동을 계기로 미국인 여기자 2명이 풀려남에 따라 개성공단 근로자 억류문제에 미칠 영향, 향후 전개될 북미대화의 양상 등에 촉각을 세우며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우선 정부는 미국 여기자 석방이 5일 현재 129일째 북한에 억류돼 있는 현대아산 근로자 유모씨와 나포 7일째를 맞은 `800 연안호’ 사건에 미칠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이 문제들이 여기자 문제와 직접 관련은 없지만 `미국은 협상을 통해 자국민을 풀어오는데 우리 정부는 억류자 문제 해결에 어떤 대책을 갖고 있는가’하는 물음을 벌써부터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북한은 유씨 및 연안호 문제에 시간을 끌면서 우리 정부의 무능함을 지적하고 정부의 대북 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증폭되기를 기대할지 모른다”며 “`우리 민족끼리’를 강조하는 북한이 미국 여기자는 풀어주면서 남한 사람은 면회도 시켜주지 않은 채 장기 억류하고 있는 비인도적인 상황이 간과돼선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주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로서도 이 문제(미국인 여기자 석방)가 유씨 문제에 대한 북한의 태도 등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를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또 다른 관심사는 클린턴의 방북이 북미대화와 북핵 협상에 미칠 파급 효과가 어디까지일지다.

여기자 석방을 위한 개인적 방문이었다는게 미측의 공식 입장이지만 클린턴이 받아온 `김정일 메시지’가 어떤 것이냐에 따라 클린턴의 방북은 북핵 관련 제재국면에서 대화국면으로의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정부는 클린턴 방북을 계기로 북.미 당국간 대화가 본격화되고 북핵 해결을 위한 협상 재개가 모색될 경우 꼬여있는 남북 당국간 관계를 푸는 일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여론을 무시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북.미 당국간 대화가 활성화되는 와중에 남북 당국간 대화가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통미봉남’에 대한 우려가 다시 제기되고 그에 따라 한반도문제 논의의 틀에서 우리가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점을 감안한 듯 정부는 이번 클린턴의 방북이 한.미간의 긴밀한 의견교환 속에 이뤄졌음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 핵심당국자는 이날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 계획이 확정된 것은 며칠 전이었고 당시 미국측으로부터 미리 통보를 받았다”면서 “이 문제에 대해 미국측과 계속 협의를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전반적인 기류는 과감한 대북 접근을 서둘러 모색하기보다는 클린턴 방북의 여파를 관망하면서 차분히 대책을 마련하자는 쪽에 가깝다.

즉 가동할 수 있는 남북간 협의 채널이 마땅치 않고 북한이 앞으로 어떤 대남 기조를 보일지 모르는 현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먼저 움직이는 문제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살아있는 협의 채널인 개성공단 실무회담 재개를 제안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지만 그 경우 북측은 그것을 자신들의 요구인 `토지임대료 5억달러’에 대한 입장변화로 간주할 수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또 남북간 신뢰가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고위급 회담을 추진하는 것도 상당한 리스크가 따르는 일이라는게 당국자들의 인식이다.

다만 정부는 다가올 8.15때 이명박 대통령이 행할 경축사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우리의 의지를 자연스럽게 전하는 기회가 될 수 있는 만큼 유씨와 연안호 문제에 대한 여론 향배, 북.미간 후속 대화 양상들을 봐가며 어떤 메시지를 담을지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