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친일청산’ 침묵, 겁쟁이의 비겁한 태도”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과 대통령소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의 ‘친일반민족행위진상보고서’에서 ‘피해자’를 ‘가해자’로 간주했다며 친일행위에 대한 재조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친일, 우리에게 무엇인가’ 제3차 정명토론회 자료집 바로가기


박효종 서울대 교수는 16일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주최한 ‘친일, 우리에게 무엇인가’는 주제의 토론회 발제문을 통해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 이나 대통령소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의 ‘친일반민족행위진상보고서’의 가장 치명적인 오류는 ‘일제의 피해자’를 ‘민족의 가해자’로 간주했던 점”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식민시대를 살아간 우리민족의 다수가 (친일을)했다고 하더라도 자발적으로 한 행동이 아니라 강제에 의한 행동이었기에 피해자 겸 희생자로 보아야한다”며 “아버지 세대가 자유로웠다면 무엇이 아쉬워 창씨개명을 하고 신사참배를 하였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박 교수는 이어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낸 친일 진상보고서에 대해 정부가 입장 표명을 않고 있는 것과 관련, “정부가 사회적 논란에 빠져들기를 주저한 나머지 침묵하고 있는 것이라면 그것은 책임 있는 정부로서 취해서는 안 될 겁쟁이의 비겁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377억 원이나 되는 국고가 들어간 ‘친일 명단’에 대해 정부의 침묵이 계속된다면 이 정부의 역사인식과 민족의식이 의심받을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정당성에 대한 태도도 의구심의 대상이 된다”고 경고했다.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는 지난 11월 27일 4년 반의 활동을 종료하며 1905~1945년 일본제국주의 강점 시기 1005명의 친일 반민족행위자 명단을 확정한 보고서를 대통령께 제출했다.


그는 “지금까지 정부의 태도를 보면 이 문제는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며 “4대강처럼 눈에 보이는 ‘토목사업’만 중요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 사업’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어 “정부의 이러한 침묵과 오불관언(吾不關焉)의 태도와 관련하여 이 정부가 ‘중도실용’을 표방한 정부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면 참으로 안타깝고 유감스러운 일이다”며 “기회주의적 태도에 다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정략적인 목적에서 만들어지는 친일명단이 무분별하게 배포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이 자리에 참석한 토론자들도 ‘친일인명사전’의 편향과 오류, 정부의 방관에 대해서는 비판했다. 하지만 이들은 정부 주도의 ‘친일청산’에는 부정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이재교 변호사는 “친일민족반역자에 대하여는 제대로 조사하고, 그렇지 않은 직업선택형 친일인사, 우파진영에서 공을 세운 탓에 우파공격의 희생양이 된 친일인사를 분리 대응함으로써 친일문제로 인하여 좌파에게 끌려 다니는 자세는 끝낼 때가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친일청산위원회를 다시 만들면 이를 둘러싸고 좌우, 여야가 치열하게 대립·갈등할 것”이라며 “친일을 놓고 또다시 치열한 갈등을 빚을 때 그게 현재와 미래에 어떤 도움이 될 것인지 생각하면 新친일청산위는 부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토론자인 홍진표 시대정신 이사는 “친일이라는 용어는 국가기관이 개입되는 순간부터 매우 구체적인 정의가 요구된다”며 “정권 주도하의 친일 규명은 사실상 범죄자를 찾는 사법적 행위이기 때문”이라며 용어의 불분명성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


홍 이사는 “당사자와 증언자의 부재는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보도의 공정성을 신뢰하기 어려운 일제의 관제언론에 의존하여 결론을 내리는 역설적 상황을 만들어 버렸다”고 말하며 “현장에서 멀리 떨어져 역사연구의 사료를 가지고 판결까지 내리는 월권을 자행했으니 그 당당한 명분에 비해 방법은 매우 초라하고 비겁하기 조차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시간적으로는 매우 가까운 과거라도, 다른 논리가 지배하고 있었다면 현재의 잣대로만 해석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며 “과거는 그 시대를 살던 사람들의 처지와 지배적 문화, 그리고 고뇌까지도 이해하려고 애쓰면서 다가가야 하는데, 친일의 문제도 마찬가지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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