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北주민 아사설’ 국제 진상조사단을 만들어라

▲ 2일 열린 좋은벗들의 언론설명회 ⓒ연합

대북 지원단체인 ’좋은벗들’(이사장 법륜)이 90년대 중반 대아사 기간 초기와 비슷한 정황이 최근 북한에 다시 나타나고 있다면서 신속한 대북 식량지원 및 중국산 옥수수 10만t의 구매를 통한 긴급 지원을 호소했다.

좋은벗들은 2일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의 식량사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최대 위기지역인 동북 내륙지역 주민의 아사를 막기 위해 함북, 평북에 긴급구호 성격의 인도적 지원을 추가로 단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좋은 벗들은 지난 6월 말부터 평북, 량강, 자강, 함경남북도 등 북한 북부지방의 시 군에서 하루 평균 10명 안팎의 아사자가 생기기 시작해 지난달 말 기준 함흥에서 300여 명, 온성에서 100여 명의 아사자가 발생했다고 주장해왔다.

정부는 ‘좋은 벗들’의 주장에 ‘그런(아사) 징후가 없다’는 입장이다. 북한에 식량지원을 해온 세계식량계획(WFP)은 최근 ‘북한주민 아사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법륜 이사장은 “’아사 징후가 없다’는 말 한마디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는지 알아야 한다”며 북한의 대량 아사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긴급 식량지원을 거듭 호소했다.

그는 “북한소식을 취급하는 (일반) 단체들이 얼마나 소식을 알 수 있겠느냐”면서도 “정부도 차라리 ‘확인하지 못했다’고 하지, 알지도 못하면서 ‘아사가 없다’고 얘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북한의 식량사정에 대해 ‘아사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는 주장은 좋은 벗들이 유일한 편이다. 탈북자들과 일부 다른 대북지원단체, 북한 농업분야 전문가들은 아사자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권태진 선임연구위원은 2일 연합뉴스를 통해 “우리나라와 국제기구의 지원량 등을 감안할 때 올해 30만t가량의 식량이 부족할 것으로 보이지만, 씨감자 보급사업으로 수확량이 크게 증가한 감자나 텃밭 수확분 등으로 해소될 수 있는 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논란에 법륜 이사장은 “우리로서는 나름대로 믿을 수 있는 모든 소식통을 통해 정보를 접하고 여러 각도를 통해 확인을 했다”고 말하고 있다.

데일리NK가 자체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현재 북한의 식량 가격은 안정돼 있는 편이다. 쌀 등 식량이 모자라면 중국으로부터 식량을 수입해 시장가격이 조절되기 때문이다. 식량만큼은 이미 북한 시장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고 있다. 또 10년 전처럼 그냥 앉아서 굶어죽는 사태가 재발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정부가 좋은 벗들의 주장을 일단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 WFP와 연계하여 진상 조사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벗들은 그동안 대북지원단체로서 많은 일을 해왔다. 법륜 이사장은 “북한소식을 취급하는 (일반) 단체들이 얼마나 소식을 잘 알 수 있겠느냐”고 자평했지만, 좋은 벗들은 북한에서 일어나는 소식을 비록 제한된 범위이지만 꾸준히 전해왔다. 제한적이지만 나름의 노하우를 쌓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정부의 대북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북한 주민들을 살리는 일이다. 김정일 정권은 망하게 해야 하고, 북한 주민들은 살려서 남북 7천만이 같이 손잡고 한반도의 미래를 개척해 가야 한다. 이것이 대북정책의 기본 철학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지금 정부는 북한 식량사정에 대한 진상조사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남한 정부 단독으로 진상조사를 하겠다면 북한당국이 받아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그동안 김정일 정권에게 우습게 보여왔기 때문에, 이 제의를 김정일이 보고받으면 ‘웃기는 녀석들’이라며 코웃음 칠 게 뻔하다.

따라서 정부는 먼저 WFP와 공동으로 진상조사를 추진하고, 미국의 국제구호단체와도 연계해야 한다. 미국과 공동조사를 벌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여기에 좋은 벗들 등 한국의 대북지원단체도 동행할 필요가 있다.

북한에 국제공동조사단이 들어가는 것은 여러 모로 이익이 있다.

첫째는 국제사회와 북한내부를 연결하는 통로를 많이 만들어놓는 데 도움된다. 둘째는 국제단체가 많이 들어가면 주민들도 우물안 개구리에서 조금씩 벗어나는데 그나마 도움을 줄 수 있다. 되도록 미국 사람들이 많이 들어가는 것이 유리하다. 그런 점에서 ‘민족공조’ 노선은 남북 주민들을 같이 망하게 하는 노선임을 정부는 깊이 깨달아야 한다.

셋째는 북한에 국제조사단이 들어간다는 의미는 김정일 정권의 행각을 조금씩 국제표준으로 맞추어 간다는 의미가 있다. 북한이 알아서 국제표준으로 나오는 것은 불가능하니까 국제사회가 능동적으로 북한을 밖으로 끄집어낸다는 의미이다. 북한문제는 국제사회가 ‘능동적’으로 나가지 않으면 풀기 어렵게 되어 있다. 넷째는 북한 주민들에게 ‘국제사회는 우리편’이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줄 수 있다. 국제사회는 우리편인데, 김정일은 우리편이 아니다라는 인식을 북한주민들에게 자꾸 심어주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를 따져 볼 때 정부가 WFP나 미국과 합동으로, 필요하다면 중국과도 같이 식량사정 진상조사단을 만드는 것을 추진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또 김정일 정권이 끝내 거부한다 해도 우리정부가 손해볼 것은 없다. 김정일만 손해인 것이다. 정부는 국제 진상조사단 결성을 추진하는 것이 좋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