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4일 외교·국방·통일 합동기자회견에서 국제공조를 통한 대북제재 조치뿐 아니라 남한 정부의 단독 대북 응징조치를 발표, 실행에 돌입했다.
정부는 이날 천안함 사건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엄중한 북한의 도발임을 분명히 하고, 유엔안보리 회부 등 국제사회에서의 양자·다자 공조를 통한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정부의 독자적인 대북제재안도 밝혔다.
이날 정부가 밝힌 대북제재 조치는 북한을 대상으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제재조치에 해당되며, 남한 정부가 단독으로 대북제재를 이처럼 전방위적으로 벌이는 것도 처음이라는 평가다.
정부의 단독 대북 응징조치는 서해에서의 북한 대잠 방위태세 강화를 통한 대북 억지력 제고와 북한 지도부를 겨냥한 현금 유입 차단을 위한 군사적, 비군사적 조치로 구별된다.
이날 발표한 국방·외교부 차원에서의 대북응징 조치는 ▲대북심리전 재개 ▲ 한미연합 대 잠수함 훈련 실시 ▲제주해협 운항 금지 및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 운항을 전면 불허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훈련 참여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대잠 해군 전력을 키워 북한이 다시는 도발을 하지 못하도록 만전을 기한다는 의도다. 또한 북한이 선박들을 상선으로 위장하여 남한 측 해양 정보 등을 정탐한다고 판단, 이러한 정탐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진입에 대한 불허 방침도 밝혔다.
이러한 조치와 더불어 미사일 거래를 막아 북한으로 들어가는 현금 유입을 차단할 수 있는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훈련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날 “천안함 사건 대북 응징조치로서 북한의 불법무기 거래 차단을 위해 국제적인 비확산 협의체인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훈련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PSI는 핵무기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와 관련 물자의 불법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국제협력체로서 대량살상무기 적재 의심선박에 대한 통신검색, 차단, 승선, 검색 등의 작전을 벌인다. 지난해 6월 북한이 화물선으로 위장했던 ‘강남호’가 미얀마에 무기를 수출하려다 PSI에 따른 미국 구축함의 계속된 추적으로 회항한 바 있다.
정부는 그동안 남북관계에 특수성에 따른 북한 정부의 반발을 의식해 PSI 훈련에 옵서버 자격으로 참여했으나 앞으로 북한의 불법 무기거래를 차단하기 위해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북한은 그동안 무기수출 등으로 적게는 1억 달러 많게는 10억 달러의 외화벌이를 한 것으로 안보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때문에 정부의 PSI 적극 참여 구상과 남한 해협의 북한 선박 진입 금지 조치는 북한에 유입되는 현금차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된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PSI는 그동안 옵서버로서 참가를 했었으나 9월에 있는 호주 훈련에 적극 참여를 할 것”이라면서 “9월 후반기에는 우리 한반도지역 내에서 PSI훈련을 할 수 있도록 현재 계획을 발전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천안함 응징 조치에 있어서 북한으로 유입되는 현금 차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특히 북한이 무기수출 등을 통해 상당한 양의 외화를 벌어드린 만큼, 이를 차단할 수 있는 PSI훈련 참가는 상당한 압박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정부는 천안함 사건과 같은 북한의 도발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한다는 의미에서 대북 방송 및 대북 전단지 살포 등 대북심리전도 재개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그동안 남한의 대북 심리전 방송에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여 왔다. 대북심리전 방송은 휴전선 근처 북한 주민뿐 아니라 북한 군인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쳐온 것으로 군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이와 함께 통일부는 개성공단 축소 운영을 비롯해 남북교역 및 교류를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일부 차원의 대북제재 조치는 ▲남북교역 중단 ▲국민 방북 불허 ▲대북 신규투자 불허 ▲대북 지원사업 원칙적 보류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통일부가 발표한 대북 제재 조치는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한에서 북한으로 들어가는 현금의 거의 대부분을 차단하는 효과를 보일 것으로 평가된다.
남북 교역에서는 북한의 농수산물이 수입이 중단되며, 대북 신규 투자와 대북 지원사업을 중단하게 되면 북한에 지원되는 물자뿐 아니라 현금 지원도 차단된다.
실제로 정부는 개성공단 이외의 남북교역을 중단하면 북한이 대략 연간 2억 달러 이상의 수입을 놓치게 되는 만큼 대북 제재 효과가 상당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2008년에 약 800억 원어치의 북한 모래가 반입됐으며, 2009년 북한이 남한에 수출한 수산물은 1730억 가량이다. 또 위탁가공 교역 규모는 작년 한해 2억5천404만 달러(반입한 생산품 금액 기준)이며, 위탁가공 대가로 북에 들어가는 노임 등은 이 액수의 10~15%(2천500만~3천800만 달러)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임강택 통일연구원 남북협력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은 ‘남북교역 중단으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라는 보고서에서 “천안함 사건으로 남북교역이 중단되면 단기적으로 북한이 감당해야 하는 외환수입의 감소 부담은 2009년 기준 2억 5천 2백만 달러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임 연구위원은 “또한 남북교역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우리측 사업자가 비공식적으로 북측에 상당 액수의 금액을 건네는 사례가 있다”면서 “이에 따라 북한의 실질적인 외환수입 감소 규모는 위에서 추정한 규모보다 다소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