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세 및 북한 재건 전문가 좌담회> 전문

손광주 데일리NK 통일전략연구소 대표(이하 손): 현재 정부는 통일세와 관련하여 세부방안을 마련 중에 있고, 조만간 자세한 내용이 나올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면 본격적으로 검토해볼 기회가 있겠지만, 통일세와 관련하여 현재 정치권을 비롯해서 일부에서 부정적인 의견이 있다.


물론 통일은 해야 하고, 그럴려면 통일세가 필요하다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되지만, ‘지금이 과연 통일세를 논의할 만한 적절한 시기냐?’ 라는 데는 국민들 사이에서 의문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먼저 ‘현 시점에서 통일세 논의의 적절성’에 대한 토론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현 시점에서 통일세 논의의 적절성은 어떠한가?


임강택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하 임) : 일반 국민들은 경색된 남북관계 속에서 통일을 먼 미래로 여기기 때문에 통일세 논의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국민들이 있다. 또한 전문가 사이에서도 통일세 논의의 필요성 자체는 공감하지만 통일세 논의를 이끌어가는 과정이나 방안에 대해서는 평가와 논의가 엇갈린다. 정부가 통일세 논의 프로세스를 제시하면서 인위적으로 통일세 논의를 주도해 나가는 측면이 있다고 본다. 5년, 10년, 20년 후의 통일이라는 식으로 작위적으로 통일세를 논의하는 접근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조동호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이하 조) : 현 시점에서 통일세 논의는 부정적이다. 현재 정부의 통일세 논의는 정치적 목적이라고는 할 수 없어도 어느 정도의 국면전환을 위한 것이라고 본다. 물론 우리는 통일을 원하고 언젠가는 통일을 해야 한다. 통일 시점에 민영화 등 북한에 관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는 것을 통일정책이라 한다면, 통일로 가는 과정에서 현 시점을 관리하는 것을 대북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대북정책의 핵심은 통일 과정을 만들어내는 것이므로 남북관계의 화해협력교류를 해나가는 것이다. 물론 북한이 원인 제공을 했지만 우리 정부가 강경조치를 취함으로써 대북정책은 실질적으로 할 수 없는 상태에 있다. 사실 통일을 준비하자는 것은 누구라도 부정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통일세를 언급한 것은 경색된 남북관계에서 정부가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통일을 내세운 것밖에 되지 않는다. 통일을 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라는 현실적 필요성이라던가 구체적인 준비에 기초한 언급이 아니라 새로운 국면 조성의 일환으로 언급한 것으로 보여진다.


대통령이 통일세를 언급하기 이전에 ‘왜 지금 통일을 논의해야하는가’, ‘통일의 당위성’, ‘통일이 가져올 혜택’ 등을 먼저 말한 뒤에 ‘하지만 통일은 비용이 든다. 물론 이 비용은 정부가 우선적으로 해나가겠지만 국민들도 이에 어느정도의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예를 들면 통일세 같은 방안이 있다’라는 식으로 말을 하는 것이 옳았다.


그러나 통일세 논의가 불러온 긍적적 면 또한 있다. 지난해 대통령이 통일 필요성에 원론적 발언만했다면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겠지만 ‘통일세’라는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현실적으로 국민들이 통일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


손 : 현 시점에서 통일세 논의는 국민들의 통일의식 측면에서 보았을 때는 앞서간 면이 있다고 본다. 북한은 남한에서의 통일세 논의에 대해 ‘전쟁세’라면서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우리사회 일부에서도 통일세 논의가 남북관계를 더 악화시킬 소지가 있으며, 남북관계가 완화된 이후에 논의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북한의 반발과 남북관계 악화를 고려해 통일세 논의를 미뤄야 한다는 주장이 타당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
 
조 : 북한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해서 준비해야할 것을 하지 않는 것은 옳지 않다. 다만 우리 국민들은 점진적이고 평화적인 통일을 바라고 정부는 (통일이)이러한 방안으로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물론 현실적으로 통일이 급속하게 올 수도 있으므로 급변 사태 등에 대해서 대비는 필요하다. 하지만 (평화적인 통일을 바란다면)정부는 북한과 화해·협력을 해야하는데 ‘북한이 망할 것을 대비해서 통일세는 걷는다’고 내세운다면 화해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만약 통일세와 같은 통일 기금을 마련하고자 한다면 외환으로 하는 것이 옳다. 통일 기금이 필요한 시점은 북한에 급변 사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큰 시점인데 외국 투자자들이 다 빠져나가고 금융시장이 무너지고 물가가 치솟는 등 경제적으로 혼란스러울 것이다. 통일 기금으로 100조원을 가져봤자 그러한 상황에서는 70조원 혹은 50조원의 가치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또 현금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통일 기금에 해당하는 물자가 필요한 것인데 어차피 이러한 물자들은 해외에서 사와야 한다. 국내 원화가치가 굉장히 떨어져 있을 때이므로 외환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이 훨씬 유리한 방법이다. 현 한국의 외환보유고가 3100억 정도 되는데, 외환보유고의 일부 정도를, 일정 비율이건 일정액이건 통일기금이라고 여기고 운영해야지 대놓고 통일세라고 한다면 북한을 대화상대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임 : 현 상황에서는 이뤄지기 어렵겠지만 장기적으로 화해협력을 통해 통일을 이룬다는 방안에 남북한이 공감한다면, 재원 마련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남측에서 세금의 형태로 통일 재원을 마련한다는 것에 북한이 반대할 이유는 없다. 다만 현 남북관계 상황에서는 북한 급변사태를 가정한다는 북한의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통일세를 연결시켜서 반대하는 것이라 본다.


조 : 동의한다. 남북관계가 개선이 되고 남북화해협력이 이루어지는 국면에서는 북한 재건 기금, 남북화해협력세, 경제재건협력세 등 다양한 이름으로 통일 재원 마련을 해나갈 수 있겠지만 지금과 같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통일세를 걷겠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손 : 정부는 통일 재원 마련을 하기 위해 남북협력기금을 적립식으로 전환하고 통일세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금을 통한 재원 마련은 ‘조세 저항’을 불러올 가능성도 내재돼 있는 만큼, 세금 문제는 국민적 합의가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면서 동시에 통일 재원을 마련할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모색이 필요할 것이다. 이에 대한 의견은?


정부가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하여 향후 10~15년에 걸쳐 통일 비용 50조원을 조성키로 하고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현실적으로 10~15년 사이에 50조원 마련이 쉽지 않다는 의견과 50조원이라는 통일 비용이 적정 액수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한다. 구체적으로 통일에 드는 비용이 얼마인지에 대한 정확한 추산이 필요할 것이다. 


임 : 통일비용의 규모 자체가 고무줄이다. 사실 구체적으로 결정이 되지 않은 금액을 준비한다고 논의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직면할 수 있는 통일 시나리오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그러한 상황에 우리가 어떠한 통일 방식을 취할 것인지 국민적인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자연스럽게 결론이 도출될 것이다. 상황에 따라서 이에 맞는 재원의 규모, 재원이 쓰이는 방향,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바람직한 수단 등이 달라질 것이다. 이처럼 수많은 (통일 방안)경우의 수에서 획일적으로 한 두가지의 상황에 맞추고 구체적인 통일 비용 숫자를 맞추려고 하다보니까 이를 설명하기도 힘들 뿐 아니라 재원조달도 추상적이고 막연해지는 측면이 있다. 


정부가 통일을 어떻게 바라보고 준비하고 있는가에 관한 국민적인 설득을 통해 공감대 형성을 이끌어내는 큰 그림이 필요하다. 즉 우리가 원하는 바람직한 통일상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가라는 ‘만들어가는 통일’에 관한 문제다. 아울러 통일이라는 상황이 닥쳤을 때 이에 대한 대응 방안도 다루어야 한다. 이 두가지 측면을 분리하기도,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연관시킬 필요가 있다. 


재난 극복을 위한 기금, 급변사태에 대한 자금을 마련하는 것은 통일세와 별도로 필요하고 장기적으로 10년 후, 20년 후 등을 논의하는 통일세는 그 상황이 다가왔을 때부터 도입해서 해도 늦지 않는다고 본다. 지금 그러한 상황이 오지 않았음에도 논의하는 것 자체가 소모적일 수 있다. 다만 위기관리비용을 적립식으로 준비하고 있으면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즉 통일을 만들어나가는 것과 대비하는 것을 이원화하고 특히 장·단기적으로 분리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조 : 우리가 무한정으로 돈이 있다면 언제 다가올지 알 수 없더라도 통일을 대비해 상당한 재원을 마련해 놓아도 상관이 없다. 하지만 우리의 예산에는 한계가 있다. 예산에는 우선순위와 기회비용을 생각해야 한다. 만약 우리정부가 추산한대로 통일 비용으로 50조원을 마련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50조원을 쓰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것은 바보다. 과거 1980년대에 국제유가가 폭등하자 추후 이러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석유 안정기금을 만들어 5조원 가량이 마련됐다. 그러나 1990년대에 쿠웨이트 사태에 이 기금을 쓰려고 보니 쓸 수가 없었다. 이 기금을 운용하지 않으면 경제적으로 손해이기 때문에 지하철 건설, 농어촌 강화 등에 빌려줘 쓰려고 보니까 회수하기가 어려웠다.


적어도 일정 액수가 되어야 통일 기금의 의미가 있는 것인데, 쌓아놓은 기금을 쓰지 않을 수도 없을뿐더러 이후 회수할 수도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회수하기 쉽도록 예금이나 주식으로 쌓아놓자고 한다면 통일 비용을 사용하는 상황은 경제가 매우 불안한 상황일 텐데 정부가 50조원을 빼낸다면 경제 불황을 가속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통일이 가시화되었을 시점이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언제될지 모르는 불투명한 미래를 위해서 통일세를 거두는 것은 옳지 않다. 원론적으로 준비 자체는 옳지만 현실적으로 이정도의 재원을 사전에 준비하는 것은 옳지 않다.


손 : 재난대비 비용으로는 국민들이 얼마정도 합의할 수 있을까?


임 : 급변사태에서 인도적 차원의 지원 비용을 가정해 추산해 보았더니 1년에 10조도 되지 않았다. 급변 사태 비용을 최소화해서 절충하면 이에 대해서는 국민적인 합의가 어느 정도 도출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조 : 그렇다면 굳이 통일세를 내세워서 분란을 일으키지 말고 걷을 필요가 없다. 정부 예산만 300조인데 이 예산 하에서 해결하는 것이 옳으므로 현재의 예산 안에서도 10조원 정도는 충분히 조달할 수가 있다. 만약 국제사회에 ‘대한민국이 통일을 준비하고 있다’고 통일세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자 한다면, 즉 시그널 효과(signal effect)를 고려한다면 규모가 상당해야 할 것이다. 10조원으로는 시그널 효과가 크게 부족하다.


손 : 전경련, KDI 등 여러 기관에서 통일 비용을 추산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조 : 지금까지 추산된 통일 비용 중 가장 적게 추산된 것이 50조원이고 가장 큰 것이 5000조원이다. 통일에 대한 가정이 제각각이므로 지금까지의 통일비용 추정치의 중간 값은 2500조원 정도다.


손 : 이와 관련한 에피소드를 소개하자면 1999년 전경련 초청으로 독일 경제전문가가 한국통일비용 최소 6천조라고 말했었다. 하지만 북한이 개혁개방 정부로 바뀐 뒤 개혁개방을 추진하면 한국은 북한에 식량생필품을 2년정도 지원하고, 그 이후에 경제협력으로 통일 비용을 최소화한다면 결국 몇 백만달러의 비용만 발생할 것이다. 즉 통일 비용을 산술적으로 추정하기는 굉장히 어렵다.


조 : 지금까지의 통일 비용 추산은 실제 통일비용을 과대 추정하고 있다. 통일 비용이 발생함으로써 얻는 통일 이익, 즉 편익도 고려해야 옳으나 지금까지는 순비용이 아닌 총비용만 추정하고 있다. 아울러 북한의 현실만 추정해 과도한 추정치가 나왔다. 다소 과장된 면도 있을 수 있으나 한국은행은 북한의 한 해 GDP가 200억불 정도라고 추산하고 있다. 만약 통일 비용을 6000조라고 가정해본다면 북한 경제 규모의 3배에 달하는 돈이 매년 10년간 들어간다는 것인데 실질적으로 북한 경제가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즉 통일 비용 추산이 북한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고려하지 않았다.


또 비용이라고는 부르지만 비용의 일부는 북한 지역의 발전을 위한 투자비용으로서 언젠가는 돌아올 이익이다. 고속도로를 건설하면 물류비가 절감되고 결국 이익이 발생하는 것이다.  


임 : 독일 통일 사례에서 복지 비용이 많이 들어갔다. 그러나 꼭 독일의 통일 모델을 받아들여야 하는 지, 어느 정도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해서는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다. 훨씬 더 적은 금액으로도 근소하게 다다를 수 있다.


조 : 통일 준비라고 하면 먼 미래에 대한 준비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오늘이 모여서 내일이 되고 통일이 되는 것이다. 통일 준비 정책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오늘날 정책이 모여서 통일정책이 되는 것이다. 독일 통일 과정에서 복지 비용이 과도하게 든 이유는 서독의 복지정책이 그대로 동독에 적용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도 건강보험, 연금 등 각종 복지 혜택이 있는데 통일이 된다면 한국의 주도로 통일될 가능성이 크므로 이러한 복지 정책이 북한에 어느 정도 적용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현재 한국 사회보장제도에서 낭비되는 돈은 없는지 등을 점검하는 노력이 있어야 추후에 불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오늘의 경제를 위해서는 물론이고 통일을 위해서도 지금부터 그러한 노력이 필요하다.


임 : 통일에서 남북 간의 경제, 사회 통합 방식에 대해서 경제사회통합 방식에 관해서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가 없다. 말로만 통일이라고 했지 어떠한 방식으로 돈이 들어갔는지에 대한 논의가 없다. 그래서 접근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또 통일 비용 논의에 있어서 지출의 주체가 명확하지 않다. 정부가 지급하는 것도 통일 비용이지만 민간 차원에서 북한에 투자되는 것도 통일 비용인데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손 : 전문가들은 통일 비용보다 통일 편익이 더 크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와 동시에 독일이 통일 이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것처럼 통일 이후 한국에 막대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같이 제기되고 있다. 통일이 통일한국에게 어떠한 이익을 가져다주고 실제로 남북 전체의 경제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 명확하고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조 : 모든 일에는 비용이 따르지만 이익 또한 따른다. 경제적 편익으로 첫째 우리의 내수시장이 넓어지면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다. 둘째로 북한의 지하자원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광물자원진흥공사 통계에 의하면 북한 지하자원 가치가 7천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물론 국제 광물 시세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작년 한국 GDP의 6배 쯤 된다. 셋째로는 중국과의 무역 확대다. 현재도 미국, 일본과의 무역량을 합친 것보다 중국과의 무역량이 더 많고 중국이 G2로 부상하면서 앞으로 중국과 경제적으로 밀접해질 수밖에 없다. 통일이 되면 중국으로 가는 물류비가 절감되어 국내 기업들에게는 좋은 진출 기회다. 또한 남북 대결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남과 북 모두 경제 규모에 비해서 지나치게 많은 국방 예산과 인력을 가지고 있는데 군 예산을 절약하고 인력을 더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해외 공사도 하나로 통합해서 줄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인구 측면에서도 한국은 인구 감소를 우려하고 있지만 통일되면 남북인구가 7300백만 정도 된다. 


다음으로 비경제적 편익으로 첫째 이산가족·납북자·국군포로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이다.  둘째는 전쟁 위협으로부터의 해소다. 셋째, 통일 한국의 국제적인 위상이 높아져 한국인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지고 한국 제품의 해외 수출도 증가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수십년간 참혹한 독재와 억압 속에서 살아온 북한 주민들에게 인권보장과 자유, 민주화가 이루어지는 것은 중요한 가치다.


즉 통일 비용은 유한한 반면 편익은 통일한국이 존재하는 이상 무한하다. 단기적으로 보았을 때에는 통일 비용이 통일 편익보다 큰 것이 사실이지만 장기적으로는 통일 편익은 영원히 발생하므로 통일 2~3년 후에는 통일 편익이 더 커질 것이다.


임 : 한국이 세계화 흐름에 따라 동북아경제권이라는 경제공동체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려고 해도 어느 순간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통일을 통해 동북아 경제 협력이라는 큰 틀에서의 이익 실현 또한 통일 편익이라고 볼 수 있다. 아울러 남남갈등이라는 보이지 않는 정서적인 갈등은 분단 상황에서 연유되는 소모적인 분쟁이라고 할 수 있다. 통일은 한반도의 잠재력과 통합력을 키움으로써 장기적으로 강대국으로 발전하는 데에 중요하다고 본다. 또한 통일 편익이 실제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현재 대북정책 차원에서 재원 마련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장기적으로 실현되는 통일 편익을 최대한 빨리 극대화함과 동시에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인 비용을 최소화하는 대북정책이 필요하다.


조 : 좋은 지적이다. 통일비용에 대해서 고민하는 이유는 그 비용이 얼마 정도인가를 알기 위함이 아니라 통일 비용을 최소화하고 통일 편익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 오늘날 대북정책, 통일정책, 외교정책, 국내외 경제정책 등을 어떻게 할 것인가 모색하는 데에 있다. 핵심은 오늘날 정책을 어떻게 하느냐는 점인데 그동안은 통일 비용 숫자만 따지기에 급급했다.


손 : 통일 편익이 미래 지향적인 그림으로 그려질 때 통일 한국이 강대국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에 관해서는 어떻게 전망할 수 있나?


임 : 통일은 한국의 기회가 될 수도 위기가 될 수도 있다. 즉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강대국이 될 수도 있겠지만 남미처럼 무너질 수도 있다. 지금은 그러한 기로에 서 있다고 본다. 통일이라는 것은 지금까지 한국이 경험해보지 못한 크나큰 도전이다. 우리 사회가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전반적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고 본다. 통일 한국의 비전에 대해 비관적일 필요는 없지만,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으로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지 돌아보지 않는 것도 문제다.


손 : 현재 조성이 필요한 통일세는 통일 이후 북한 재건에 대부분 쓰여질 것으로 전망된다. 통일세가 북한 재건시 어떤 부분에 어떻게 쓰여질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특히 통일세가 서독이 동독 주민에게 해준 일방적 복지비용이 아닌, 북한의 개혁개방과 전 사회적인 근대화, 경제발전으로 이어지도록 하려면 통일세가 어떻게 쓰여져야 하나? 통일세 사용의 원칙과 기준에 대해 이야기 해달라.


조 : 원론적으로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은 옳으나 통일 비용 논의와 관련해서는 정확한 정세 인식이 필요함은 물론이고 제한된 예산 하에서 우선순위와 기회비용을 고려해야 한다. 예로 현재 초등학생인 자녀가 성장하면 언젠가는 결혼해 혼수비용이 발생할 것이다. 이 혼수비용을 위해 지금부터 월급의 일정 부분을 저축하는 것 보다는 현재의 월급을 자기 계발에 투자해서 이후에 혼수 비용을 무난하게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키우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또는 자녀의 교육에 투자하여 아이가 훌륭한 사회인으로 성장해 스스로 혼수 비용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처럼 통일 기금 마련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경제를 질적·양적으로 키워나가서 통일이 언제 되더라도 통일 재원 조달에 크게 무리가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아이 스스로 혼수 비용을 마련하도록 돕는 것과 마찬가지로 북한이 개혁개방을 하고 정상적인 국가로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정부는 통일 준비를 이만큼 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성과를 보여주고 싶겠지만 이러한 것들이 통일을 위한 근본적인 준비라고 본다. 현재의 대북·통일 정책을 고민하는 동시에 남북관계를 관리함으로써 북한을 정상적인 국가로 거듭나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의 남북관계를 신경쓰지 않으면서 통일을 준비한다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북한을 제대로 변화시키는 통일이다. 북한 정권이 미울지라도 장기적으로 관리를 해야 하는데 지금의 대북정책은 지나치게 한 쪽으로 치우친 면이 있다.


임 : 지금부터라도 통일에 관해서 플랜을 구상하는 계기가 된다면 그것 자체로 의미는 있다. 한편으로는 우리가 준비하고자 하는 통일이 실제 통일 후 쓸모없게 되어버리는 분야를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검토해보아야 한다. 북한 정권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북한이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한국을 선택할 수 있도록, 즉 북한의 엘리트 그룹이 우리 편에 설 수 있도록 큰 그림에서 외교적으로 북한을 관리해야 한다. 중국이 적극적으로 북한에 구애를 하고 있고, 미국은 이러한 상황에서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손 : 결론적으로 근본적인 통일 준비는 한국 내부에서 탄탄하게 준비해야 할 뿐 아니라, 아울러 북한이 국제 사회에 나와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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