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십자회담 ‘산증인’ 이병웅 교수

“이산가족 상봉은 인도주의 차원의 문제 이전에 오랫동안 헤어졌던 가족이 만나는 인륜의 문제라서 결코 중단돼서는 안됩니다.”

30여 년간 남북 적십자회담 업무를 담당하며 이산가족들이 ‘꿈에 그리던 상봉’을 현실로 바꾸는데 헌신해온 이병웅(李柄雄) 한서대 교수는 24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며, 중단된 이산가족 상봉이 하루빨리 재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분단 이후 처음 열린 1971년 남북적십자회담 전략수행원으로 참여한 이후 남북적십자회담 대표(1985∼1998), 남북적십자 실무회담 수석대표(1992∼2004), 민주평통 상임위원(1992∼2005) 등을 거쳐 현재도 민화협 공동의장, 남북이산가족교류협의회 회장 등을 맡고 있다.

이 교수는 “처음 적십자회담을 통해 이산가족 상봉을 논의할 때는 2∼3년 정도면 거의 모든 이산가족들이 생사확인-서신교환-상봉 등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30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다”면서 안타까움을 토로하는 것으로 남북회담 ‘산증인’으로서의 소회를 풀어놨다.

그는 먼저 “이산가족 사업을 해오면서 남북 적십자 회담을 통해 정부 회담을 이끌어 내는 역할을 할 수 있었던 점이 가장 보람 있었다”면서 “남북 간 이뤄진 1972년 7.4공동성명,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2000년 6.15공동 선언 등이 모두 적십자의 평화공존을 위한 대화가 ‘징검다리’가 됐다”고 자랑하듯 소개했다.

그러나 북의 미사일 발사-남의 쌀.비료 지원 유보-북의 이산가족 상봉 중단으로 이어진 ‘인륜사업 중단사태’에 대해서는 “참으로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면서 “지금은 남과 북이 싸우면 공멸한다고 공감하고 있는 만큼 북측이 남측에 대해 믿음을 갖고 태도를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측은 아무 조건 없이 금강산 면회소 건설, 화상상봉 등을 재개해야 한다”면서 “그래야 다른 문제도 풀 수 있고 북한 지원에 대한 (남측) 국민감정도 호전돼 더 많은 지원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또 “현재는 남북문제를 정치적인 문제와 인도적 문제로만 나누고 있는데 이산가족 문제는 인도적인 문제에 앞서 인륜에 관한 문제”라며 “인도적 지원은 능력 닿는 대로 지원하는 것이지만 인륜 문제는 시한이 있고 시급한 문제라서 정치적인 문제와 관계없이 계속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인륜 문제의 범주에는 납북자, 국군포로, 비전향 장기수 등과 관련된 문제들이 모두 포함된다고 설명하고 “시대 상황이 바뀐 만큼 현실에 맞게 생사확인과 상봉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그런 이후에 자신들의 자유의사에 따라 삶의 터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한 넘치도록 쌓인 남북회담 경험의 일부를 소개하면서 “남북 대화 초기인 70년대는 서로 전쟁하듯 회담을 했는데 6.15공동선언 이후에는 상당히 부드러워 지고 회담을 잘 성사시키려 하는 태도의 변화가 일고 있다”면서도 “회담은 부드러워졌는데 핵과 미사일 문제로 인해 어려운 국면이 이어지고 있어 더욱 안타깝다”고 허탈해했다.

북측 인사들과 만나 신물이 나도록 언쟁하고 때론 기 싸움을 하면서 남북대화의 달인이 된 그는 북한 사람들에 대한 인내심과 아량도 내비쳤다.

그는 “서로 대화를 하려면 상대방의 생활습성을 이해해야 한다. 북쪽 사람들은 종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을 인정해줘야 한다. 사실 우리가 북측에 양보하는 폭이 넓지만 북측도 양보하는 측면이 꽤 있다”고 강의하듯 설명했다.

최근 방북하는 민간인들에 대해서도 “마치 북한 한번 갔다온 것을 큰 벼슬이나 한 것처럼 여기거나 북한에 가서 지키지도 못할 약속들을 하고 돌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이런 행위들은 통일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더 멀어지게 하는 것”이라고 충고했다.

이 교수는 통일 전망에 대해 “통일은 금방 이뤄질 수 없고 상당기간 서로 교류하면서 쓰린 역사를 접을 수 있는 시대가 돼야 구체화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념을 탈피하는 상황이 되면 통일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사회복지학 교수로 변신한 그는 “21세기에는 자본주의냐 사회주의냐 구분이 없어지고 국민을 위한 복지를 누가 잘 하느냐가 중요해진다”며 아직도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북한과 관련해 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음을 강조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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