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급회담 평화정착 vs 민족우선

제21차 장관급회담에서 남북이 역점을 두고 있는 의제가 각각 `평화정착’과 `민족우선.민족중시’으로 갈리면서 이번에 손에 잡히는 결실을 얻기 위해서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이들 의제는 남북이 종전 회담에서도 각각 강조했던 것이기는 하지만 이번에 양측의 최대 역점 의제처럼 제시된데다 특히 평화정착 문제의 경우 구체성 보다는 방향성을 갖는 담론에 속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민족중시나 민족우선 역시 북측이 `이념’에 가깝게 주장해온데다 복합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문제이기에 구체성이 부족한 것은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 때문에 이번 회담에서는 실체 있는 행동으로 연결되는 결과물을 얻기보다는 향후 본격적인 평화정착 논의를 촉발할 수 있는 계기와 기반을 만드는 수준에서 만족해야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또 우리측이 꺼낸 평화정착 문제는 미래지향적인 반면 북측이 제기한 민족중시에 연결된 한미 합동군사연습, 국가보안법 등에 대한 철폐 문제는 과거 및 현재에 무게 중심을 뒀다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으로 꼽힌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남북이 성과를 내자고 입을 모은 만큼 개성공단 통행.통관.통신 상황의 개선이나 철도의 단계적 개통 문제 등에 대해서는 선언적이며 낮은 수준이더라도 공동보도문에 반영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 연구기관-당국회담으로 평화 구축 기대 = 우리 측이 평화정착을 위해 거론한 방법론은 남북 국책연구기관 간 공동회의와 국방장관회담이다.

반관반민 형태로 1.5트랙으로 해석되는 국책연구기관 공동회의와 군사당국자회담을 모두 가동해 두 가지 채널을 활용하겠다는 계획인 셈이다.

연구기관 공동회의는 과거 2005년부터 우리측이 남북 연구기관 간 교류형태로 제의하면서 지난해 18차 회담 때도 제기됐지만 이번에 그 목표를 평화정착을 위한 로드맵 논의로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아울러 6자회담에서 북.미 관계정상화, 북.일 관계정상화 실무그룹이 가동되면서 앞으로 속도를 낼 수 있는 상황에서 남북도 이와 유사한 실무그룹을 만들어 관계정상화에 보조를 맞추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어 보인다.

실제 연구기관 공동회의가 다룰 의제로 포괄적 평화정착 뿐만 아니라 민족경제공동체 구상까지 제시된 점은 향후 한반도 미래의 청사진을 남북이 공동으로 그려보겠다는 의도를 내포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평화와 경제로 대표되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이 가운데 평화정착은 남북회담에서 상대적으로 미개척 분야인 정치.군사 분야의 현안이라면 민족경제공동체의 경우 개성공단 등 개별 경협사업을 통해 이미 실질적인 진전을 보고 있는 분야라는 성격을 갖는다.

굳이 나누자면 정치.군사 쪽은 남측의, 경협은 북측의 관심사다.

이 때문에 경제공동체 문제도 집어넣은 것은 북측의 관심사를 감안해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측면도 없지 않아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특히 평화정착의 각론이 될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해서는 군사당국 간 협의가 필수적이지만 그동안 정치적 부담 때문에 군사회담이 열려도 속 깊은 얘기를 하기 어려웠다는 사정이 감안됐다는 분석도 있다.

1.5트랙에선 민감한 군사문제를 꺼내도 부담이 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방장관 회담의 경우 그 성사 여부 부터 불투명하다. 회담 때마다 제의한 것이지만 2000년 9월 이후 재개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일 국방장관회담이 열린다면 그동안 장성급회담에서 다루기 힘들었던 남북기본합의서상의 군사적 합의들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길을 닦는 효과를 기대해 볼 수도 있다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기대 섞인 관측이다.

남측 국방장관과 북측 인민무력부장 사무실 사이를 잇는 핫라인을 구축하는 초보적인 신뢰구축 조치부터 시작해 경협 현안의 속도를 낼 수 있는 포괄적 군사보장 문제도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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