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손 부족한 北선 김장 품앗이 요청 흔쾌히 받아 드려”

진행 : 매주 수요일 북한 경제를 알아보는 ‘장마당 동향’ 시간입니다. 4일 이 시간에는 강미진 기자와 함께 북한 장마당 상황 알아볼텐데요. 먼저 ‘한 주간 북한 장마당 정보’ 듣고 강 기자 모시겠습니다. 지난주 북한의 쌀값과 환율을 비롯해 북한 장마당에서 팔리는 물건 가격 알려드립니다.

먼저 쌀 가격입니다. 평양에서는 1kg당 5200원, 신의주도 5200원, 혜산은 515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다음은 환율입니다. 달러는 1달러 당 평양 8500원, 신의주 8760원, 혜산은 88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어서 옥수수 가격입니다. 1kg당 평양은 1800원, 신의주 1800원, 혜산 19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돼지고기는 1kg당 평양 13000원, 신의주 13500원, 혜산 12000원입니다. 이어서 기름 가격입니다. 휘발유는 1kg당 평양 7200원, 신의주 7250원, 혜산에서는 7000원에 거래되고, 디젤유는 1kg당 평양 5000원, 신의주 4600원, 혜산은 45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한 주간 북한 장마당 동향’이었습니다.

1. 네 지금까지 북한 장마당 물가를 들어봤는데요, 이맘때면 북한에서도 김장철인데요, 일부 지역에서는 채소전투라고 불리는 채소가을(수확)이 한창이라고 합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일반 주민들과 간부들의 김장 재료 마련하는 과정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볼까 합니다. 관련 소식 취재한 강미진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강 기자 관련 소식 전해주시죠.

네, 지금 북한에선 마지막 월동준비라고 할 수 있는 김치 담그기가 한창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년 중 중요하게 생각하는 큰일들인 식량마련과 함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김장이랍니다.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냐면요 김치를 반년식량이라고 말을 할 정도거든요. 그만큼 김치는 북한 주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반찬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주민들이 반년 먹을 식량에 비할 정도면 얼마나 김치를 많이 하는지 알만하죠? 북한 주민들에게 11월은 김치마련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기이기도 합니다. 한국에 비해 먹을 것이 많지 않은 북한에서 김치는 기나긴 겨울을 이겨내는 데 주요한 부식물이거든요, 이 때문에 주민들은 김장을 마련하는 것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는 것이 북한 주민들의 말입니다.

2. 한국은 보통 11월 말 정도에 김장을 하는데요, 저희도 아직 김장을 시작하지 않았거든요, 북한에선 보통 언제 시작하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데요, 양강도나 함경북도 일부 지역들에서는 지금쯤 김장이 마감단계에 이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지구 온난화로 인해 북한 지역들에서도 이전보다 날씨가 더워지고 있다는 증언도 있답니다. 제가 살던 양강도에서도 마찬가지인데요, 90년대만 해도 10월 25일이면 남새전투가 끝났거든요, 왜냐면 배추 무가 서리 등 추위로 얼게 되면 김치가 질겨지고 맛도 충분히 낼 수 없다는 것을 생활 속 체험으로 알게 된 주민들이 적기에 씨를 뿌리고 가을을 합니다.

그런 결과로 10월 말이면 김장이 거의 끝나곤 했습니다. 지금도 일부 지역들에서는 김장이 마감됐다는 소식도 들려오는데요, 하지만 함경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도에서는 아직 김장이 마감단계에 이르지는 않았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평안남도와 황해도 등 중부 지역은 11월 중순부터 시작한다고 합니다. 저도 평안남도 북창군에 있는 언니네 집에 자주 놀러갔었는데 11월 8일 정도면 김장을 시작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3. 저의는 김장을 할 때 이모들이랑 또 어머니 친구분들도 함께 모여서 김장을 하거든요, 북한의 김장풍경은 어떤가요?

한민족의 전통인가봐요, 김장을 하는 것도 그렇고 또 이웃이나 가족끼리 김장하는 날 함께 어울려서 하는 것은 북한도 마찬가지랍니다. 저의 집은 외숙모랑 사촌들이 한집씩 돌아가면서 김장을 했거든요. 그리고 가까운 친척이나 형제들이 없는 집들에서는 이웃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답니다. 그리고 도움을 요청했을 때 기꺼이 들어주는 것이 북한 주민들의 마음이구요, 저희 고향마을에는 태어나서부터 쭉 살아오시는 분들이 대부분이거든요, 그러다보니 누구네 집에서 언제 김장을 한다는 것도 알거니와 마을 아무집에 가서 요청해도 모른다고 잡아떼지는 않는답니다. 그래서 김장철에는 동네 김치를 다 맛본다는 말이 나올 정도랍니다. 김치를 하고 갓 버무린 김치를 맛보거든요, 갑자기 고향김치가 먹고 싶어지네요.

4. 갑자기 품앗이 식으로 김치를 한다고 하니까 생각난 것이 있는데요, 김장철에는 주민들이 공장 기업소나 회사에서 휴가를 받을 수 있나요?

대체로 김장을 하는 날이라고 하면 회사들에서는 하루라도 휴가를 주거든요, 한국처럼 휴가에 대한 인식보다 하루 시간을 받는다는 것으로 통하기도 한답니다. 설사 휴가를 신청한 노동자가 1년간 휴가를 다 썼다고 해도 반년 식량인 김치를 마련하는 날이기 때문에 하루 휴가를 주거든요. 공장별로 직장별로 몰아서 단체로 김창휴가를 하루씩 주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살던 마을에서는 할머니 등 어르신들이 많으셔서 돌아가면서 김장하는 것을 돕기도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저의 외할머니는 손맛이 있기로 유명하셔서 동네 이집 저집에서 손 빌려가곤 했는데요, 할머니는 집에서 앉아 계시기보다 당신 손맛으로 동네 여러 집들의 김치가 맛있어지는 것을 좋아하셨답니다.

5. 지난 8월 수해로 인해 올해 가을남새들이 피해를 입었을 것 같은데요, 주민들의 김장마련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어떻습니까? 

함경도 지역엔 수해나 수해 가구 우선 지원으로 김장 배추나 무, 그리고 고추, 마늘 가격이 대폭 올랐다는 소식이 있습니다. 때문에 이 지역 주민들은 김장 재료 구입에 필요한 돈이 과거보다 갑절이 필요하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합니다. 양강도는 일부 어려운 가정들도 있겠지만 대부분 가정에서는 김장을 한다고 합니다. 양강도 소식통에 따르면 양강도의 경우 지금은 김장이 대부분 끝났고 일부 장마당에 다니고 있는 극소수 주민들이 김장을 마감하느라 분주하다고 하는데요, 올해 가을비가 오긴 왔어도 김장용 남새들을 건지지 못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리고 중국을 통해서도 김장용 배추가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배추가 없어서 김장을 못하는 주민들은 없다고 합니다. 경제사정이 어려워서 써레기(썬 김치)나 시래기 같은 김치를 하려고 한다네요, 사실 북한 주민들은 김치가 없다고 하면 겨울에 먹을 반찬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답니다. 이 때문에 대부분 주민들이 김치를 마련하려고 애를 쓰는데요, 부지런한 주미들은 야산에 배추나 무, 그리고 갓도 심는데요,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겨울 반찬을 마련하려는 것이 주민들의 중대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올 여름에 북한을 떠난 한 여성도 통배추 김치를 하느냐, 써레기를 하느냐, 아니면 백김치를 하느냐가 문제지 김치를 마련하지 못하는 집들이 없다고 하더라구요.

6. 대부분 가정들에서 김치를 마련한다고 가정했을 때 노동자와 간부들의 김장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어느 한 탈북자에게서 들은 이야기인데요, 최근에는 급이 있는 간부들 같은 경우에는 김장을 지난시기처럼 많이 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그리고 김치에도 양념을 그리 많이 넣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중국을 다녀오는 주민들의 입을 통해 양념의 재료인 매운 고추나 짠 소금이 건강에 좋지 않다고 알려지면서 양념도 적당히 버무린다고 합니다. 사실 간부들은 뇌물 받거나 간부 전용공급으로 일반주민들보다 반찬이 많을 수밖에 없잖아요?

제가 알고 있는 한 간부는 단속을 나가기만 하면 각종 수산물과 심지어는 돈까지 받아오는데요, 안받겠다고 뿌리쳐도 단속되는 사람들은 불법이 조금이라도 면해지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끝까지 주려고 하거든요, 간부 당사자는 받지 않으려고 하니까 아내들에게 주게 되는데 간부 아내들은 억지로 받는다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일단 뇌물을 받는답니다. 그런 뇌물들로 간부들은 일상적으로 반찬걱정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가정들에서는 김치를 필수반찬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노동자 등 일반 가정들인데요, 일반 가정들도 여러 부류로 나눠지는데요, 장사를 잘 해서 돈을 잘 버는 주민들과 작은 장사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는 주민들의 김장마련은 확연히 차이가 있다고 봐야 합니다. 돈 걱정이 없는 집들은 이것 저것 반찬들도 많겠지요, 하지만 반대로 시기성 장사를 하거나 설사 장마당에서 장사를 한다고 해도 돈을 잘 벌지 못하는 장사를 하는 주민들은 김치에 신경을 많이 쓴답니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우리민족의 김치사랑은 남이나 북이나 같답니다. 김치를 담그지 못했다면 살림살이를 잘 하지 못하는 가정으로 평가가 되기도 한답니다.

7. 전력사정이 어려운 북한에서는 냉장고 사용도 불가능할 것 같은데 김치보관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합니다.

네, 저도 한국에 정착하면서 냉장고가 있어서 김치보관을 냉장고에 하는데요, 하지만 냉장고가 없는 북한에서도 김치를 보관하는 방법은 다 있답니다. 어떤 면에서는 한국의 김치보관보다 북한의 김치보관이 김치맛을 내는 데 더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하는데요, 북한은 전력사정과 경제난으로 지금까지도 고전적인 생활풍습을 유지하고 있답니다. 북한의 대부분 지역들에서는 김치보관을 땅에 묻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제가 살던 양강도 지역에서는 김치저장움이 따로 있답니다.

2m 50cm 정도의 깊이로 너비와 길이가 각각 2미터 정도 되거나 그보다 더 크게 김치움을 만들기도 한답니다. 저는 적당한 크기로 너비와 길이가 각각 2m, 깊이가 2.5m 정도의 움을 파고 김칫독을 넣어 보관했었는데요. 보통 배추김치 3독, 깍두기 1독, 그리고 양배추나 갓김치도 1독, 파절임, 오이절임, 깻잎절임 등 절임단지들도 옹기종기 넣었던 적도 있었답니다. 이렇게 땅 속에 저장해두면 김치 맛도 있고 시거나 변하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평안남도 황해남도 황해북도 지역들에서는 움을 따로 파지 않고 땅을 조금 파고 독을 땅속에 넣는 방법으로 김치를 보관하기도 하더라구요, 하지만 같은 지역이지만 도시의 경우에는 창고에 넣어두는 보관법도 있고 김치보관을 다양한 방법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될 듯 합니다.

8. 북한 주민들에게 김치가 반년 식량이라고 할 정도라면 대략 얼마 기간 동안 먹을 수 있는 건가요? 

저의 경험으로 볼 때 김장을 많이 하게 되면 다음해 5월 초까지 먹게 되더라구요. 남새농사가 잘 안 돼 조금 적게 마련하게 되는 경우에는 4월 중순까지 먹게 되는데요, 북한에서 제일 추은 양강도 지역에서도 4월 중순이면 양지쪽엔 햇나물이 나오거든요, 김치가 떨어지면 햇나물을 먹게 된답니다. 제가 생활한 적이 있는 황해북도에서는 4월 초면 시금치를 캐먹을 수 있어서 김치는 3월까지 먹을 수 있게 준비하곤 했습니다. 더 많이 해도 날씨가 더워서 김치가 물크러지기도 해서 제가 알기로는 평안남북도 황해남북도 지역에서는 김치를 먹는 기간이 4개월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방송을 듣고 계시는 북한 주민들도 공감하실거라 믿습니다. 올해 김장은 적정량을 하셨는지 혹시 못한 가정들이 있을지 걱정입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지역별 김치종류에 대한 이야기로 여러분들을 만나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