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입장과 협상전략

일본 정부는 북핵 6자회담에서 핵 문제는 물론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문제까지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시오자키 야스히사(鹽崎恭久) 관방장관은 11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핵계획을 포기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조기에 구체적 성과를 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회담에서 납치문제를 거론해 조기해결의 중요성을 강조해 간다는데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도 6자회담 재개 전망이 밝아진 지난 9일 “납치 문제는 아베 내각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과제다. 6자회담에서도 납치문제를 거론해 조기 해결의 중요성을 호소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입장은 일본이 6자회담의 재개에도 불구하고 북한과 당장 ‘대화’를 복원할 생각이 없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의 대북(對北)제재와 압박 노선을 당분간 견지하되 북한의 대응을 지켜보며 제재완화와 대화모색 등 ‘당근’을 제시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 정부는 지난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10월의 핵실험 강행 이후 미국과 더불어 강경 대응을 선도해 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가 나오기 전 이미 북한선박 전면 입항 금지와 북한상품 전면 수입 금지 등의 초고강도 보복조치를 취했었다.

사치품과 대량살상무기 관련 물자에 대한 수출 금지 조치를 취한 일본은 대북 압력을 한층 더 강화하기위해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방안과 북한 국적의 조총련계 동포들의 북한 방문시 재입국을 막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6자회담이 재개된다고 해서 지금까지의 스탠스를 한번에 바꿀 수 없다는 것이 일본의 입장인 셈이다. 다만 6자회담 틀 안에서 북한과의 양자대화를 추진, 북핵 상황의 변화 여부에 따라 관계개선을 모색할 수는 있다는 것이 일본의 속내이다.

일본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은 지난달 27일 베이징(北京)에서 중국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을 만나 국교정상화와 핵포기 검증, 대북(對北)에너지 지원 등을 골자로 한 북.일 실무회의를 개최할 것을 제안했다.

6자회담 안에서 북한과의 국교정상화 협상을 병행하겠다는 구상인 것이다. 다만 일본이 국교정상화의 전제로 납치문제의 해결을 여전히 들고 있는 만큼 이 제안을 북한측이 받아들일지 여부는 현재로서는 다소 불투명하다는 관측이다.

오히려 북한은 6자회담의 마당에서 일본을 ‘왕따’ 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말 베이징에서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을 포함한 각국 수석대표가 모여 회담 재개 방안을 모색했을 당시 일본측 대표인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 賢一郞)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일본 언론은 당시 사사에 국장의 베이징 방문을 앞두고 김계관 부상과의 접촉 가능성을 전망했었다. 일본으로서는 핵문제와 함께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과 접촉할 필요가 있었으나 북한측의 무시로 성사되지 못했다.

특히 일본은 김계관 부상으로부터 “6자회담에 낄 자격이 있는가. 만날 필요도 없다”라는 핀잔을 들어야 했다. 이에 따라 일본측은 당시 러시아를 제외한 6자회담 수석대표의 외교무대에서 ‘옵서버’에 머물며 협의 내용을 전해들어야 했다

일본은 6자회담을 거치며 그간 굳건히 유지돼왔던 미국과의 대북압박 공조가 흔들리는 등 ‘대북 포위망’이 완화될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부시 정권의 대북 정책이 유화적인 방향으로 나갈 경우 6자회담 참가국 가운데 혼자서만 강경 자세를 취하는 셈이 되고, 자칫 고립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6자회담 틀 안에서 북한과의 양자회담을 모색하고 나선 것도 이러한 배경이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도쿄대 명예교수는 “아베 정권은 납치문제를 현 정부의 최대 우선과제로 설정하면서 강경대응으로 일관해왔다”며 “하지만 이러한 강경대응이 스스로의 발목을 잡는 상황을 만들었다. 일방적 대북 강경대응이 계속되면 한국.중국과 외교관계가 어려워지고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에도 조응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