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손정남 사건은 절차에 따른 것일 뿐”

▲지난달 28일 손정훈 씨(우)와 <기독교사회책임> 김규호 목사(좌)가 진정서와 공개서신을 제출하고 있다 ⓒ데일리NK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조영황)가 8일 북한에서 공개처형 위기에 처한 북한 주민 손정남(48)씨와 관련한 진정에 대해 기초조사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으나, 벌써부터 그 결과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권위가 북한 내부 주민의 인권문제에 대한 진정을 접수해 조사에 착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함경북도 청진에 거주하는 손정남씨가 국가반역죄로 4월중에 공개처형 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남한에 입국해 있는 손씨의 동생 정훈(2002년 입국)씨가 처형을 막아달라는 진정서를 28일 인권위에 제출했다.

인권위는 이날 조사착수를 발표해놓고도 실상은 그동안 북한인권에 보였던 그동안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태도를 보이고있다. 인권위 관계자는 여전히 북한주민이라는 특수성을 강조하고, 북한인권에 대한 입장을 정하지 않고 있어 실질적인 조사와 권고는 어려울 전망이다.

인권위는 손씨 진정서 접수 당시 “북한 당국을 대상으로 조사할 수 없고, 동생 정훈 씨가 제출한 진정서는 인권위 정책권고에 반영할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밝힌바 있다.

또한 인권위는 “진정 사건에 대해 기초 조사하는 것은 정해진 절차”라면서 “인권위가 아직 북한 인권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지 확정되지 않았더라도 인명이 달린 문제이므로 이 사건의 기초조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북한인권에 대한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조건에서, 인도적 차원에서의 기초조사를 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인권위는 그동안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입장표명을 하지 않아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북한인권문제를 두고 도마에 오른 인권위가 손씨 사건 마저 외면할 경우 갖게될 부담을 고려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8일 열린 인권위 전원위원회에서는 북한 인권에 대한 입장을 표명을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됐지만, 뚜렷한 입장이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인권의 북한인권에 대한 입장표명 연기도 손씨 사건의 향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인권위는 이후 손씨 사건과 관련해 정해진 절차를 밟는 수준에서 형식적인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인권위가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취해왔고, 인권위법에는 북한을 조사영역으로 간주한 규정이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어 손씨 사건은 사실상 ‘각하 결정’ 이 예상된다. 이러한 결정이 나올 경우 인권위는 더 이상의 조치를 취하지 않게 된다.

NGO, 北인권에 대한 여론 환기차원

한편 손씨 구명활동을 해온 NGO관계자들도 인권위의 조사절차가 형식적으로 이루어 질 것이라는 사실을 미리 예상하면서도, 손씨 사건을 인권위에 진정한 것만으로도 북한 인권문제를 부각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기독교사회책임> 사무처장 김규호 목사는 “인권위의 기초조사는 사건정황에 대한 확인 차원에서 이루어 질 것”이라면서 “인권위의 실질적인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겠지만 여론을 환기시키고 북한인권의 심각성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목사는 “국가인권위에서 북한주민의 공개처형에 대한 조사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며 “인권위가 형식적인 조사를 하든간에 북한인권 NGO들은 한국사회를 비롯해 국제사회에 손정남씨의 구명 운동을 펼쳐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생 정훈 씨는 “인권위가 북한 당국에 형(손정남)의 구명을 비롯해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과감하게 이야기는 못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통일부에 형 문제와 관련해 민원을 접수해 놓은 상태이고, 향후 북한인권NGO들과 정부의 북한인권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적하고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손정남 씨는 남한에 입국한(2002년) 동생 정훈 씨를 중국에서 만나 전화 연락을 취하며 북한의 실상을 알려줬는데 이것이 ‘민족반역죄’로 몰려 공개처형이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이 국내 전해지자 탈북자와 북한인권 NGO들은 손씨의 구명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용훈 기자 kyh@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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