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이해찬 신임대표가 최근 정치권에서의 ‘종북주의 논란’에 대해 ‘매카시즘’이라고 규정하며 역공을 펴고 있다. 지난 대표 경선서 여권의 ‘색깔론’에 강경한 입장을 보여, 지지층 결집이라는 덕을 본 이 대표가 향후 ‘매카시즘’ 정국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선 이러한 ‘종북 對 매카시즘’ 정국이 대선까지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 대표는 9일 대표 당선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서 승리 이유에 대해 “종북주의였다. 새누리당의 종북주의 공세가 나까지 끌어들인 게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자평했다.
앞서 이 대표는 당 대표 경선 과정서 새누리당이 통합진보당 일부 의원의 ‘종북(從北)’ 성향과 임수경 민주통합당 의원의 탈북자 비하 발언, 이 대표의 ‘북한인권법은 내정 간섭’ 발언 등을 비판하자 연일 ‘매카시즘’ ‘색깔론’을 언급하며 역공을 폈다.
‘매카시즘’을 통한 반(反)새누리당 전선을 형성하고 여론을 야권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끄는 데 일정정도 효과를 본 이 대표는 향후 여권의 매사키즘 등의 색깔론 비판에 정면으로 맞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통합진보당 종북 세력 문제와 민주당 탈북자 비하 발언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보이지 않고 ‘묻지마 감싸기’를 할 경우,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여전히 야권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어떻게 해서든 통진당과의 연대를 해야만 대선에서의 정권교체를 기대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통진당의 종북 문제를 희석시키기 위해 ‘매카시즘’ 공세를 적극 벌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데일리NK에 “민주당 입장에서 통진당의 이번 사건을 통해서 정치적 수세에 몰리는 것이 정권교체에 불리하다고 판단해 자기들까지 그런(종북주의) 문제에 휩쓸릴 수 있으니 매카시즘 공세를 벌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민주당은 종북세력의 대북관, 국가관이 확전될 경우 야권 내부의 결속력에 영향을 미쳐, 한쪽이 무너지게 되면 공멸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여야 간의 새로운 정치 구도가 형성되면 한국 사회의 정서상 ‘매카시즘’ ‘색깔론’ 논란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특히 새누리당이 매카시즘 공세의 역효과를 우려해 공세를 멈출 경우 자연스럽게 ‘색깔 논쟁’이 수그러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새누리당이 이념구도로 민주당을 궁지로 몰아넣으니 야권지지층이 결집하게 되는 것”이라면서 “종북문제가 정국주도뿐 아니라 야권의 정권심판론을 희석시키는 호재지만, 길어지면 역풍을 맞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사회에서 이슈가 한 달 이상 가는 경우는 드물다”면서 “새누리당이 지금의 이념구도를 경제구도로 전환하면 이해찬 대표의 강성 이미지가 부각돼 ‘매카시즘’이나 ‘종북주의’ 논란은 수그러들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