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시위 31일 절정…민주화 최대 분수령

23년간 장기독재 정권을 종식시킨 튀니지 시민혁명의 영향으로 시작된 이집트의 반정부시위가 확산일로를 걷고 있다. 30년 동안 집권한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부통령을 새로 임명하고 총리를 교체했으나 정권 퇴진 목소리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집트 반정부 시위 진행 과정=이집트 반정부 시위는 지난 5일 시작된 튀니지 시민혁명이 기폭제가 됐다. 


튀니지 반정부 시위의 영향을 받은 이집트 시위대 중 3명이 이달 17, 18일 사이에 무바라크 대통령의 실정을 규탄, 분신하면서 시위에 불이 당겨지기 시작됐다. 이후 무바라크 대통령 퇴진 및 정치·경제 개혁 요구를 하면서 대규모 시위로 확산됐다.


당시 이집트 경찰이 시위대를 진압하면서 시위대 3명, 경찰 1명 등이 사망하는 등 인명 피해가 잇따랐다. 시위가 걷잡을 수 없게 되자 경찰은 집회 금지령을 내리고 시위대를 해산시키려고 했지만 26일 시작된 대규모 시위가 다음날까지 이어져 2명이 추가로 사망했고 860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27일에는 체포자 1000여명으로 늘어나고 사망자는 7명으로 증가했다.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은 급거 귀국해 시위대를 지지하고 무바라크 정권의 개혁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집트 경찰은 이집트 야권인사 20여명을 검거하고 인터넷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이날 미국 백악관도 이집트에 정치개혁을 촉구했다.  


28일 금요기도회 직후 전국적 시위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출동해 최소 26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엘바라데이 전 IAEA 사무총장은 가택연금 조치가 취해졌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29일 국제사회의 정치 개혁 촉구와 반정부 시위가 걷잡을 수 없게 되자  TV 연설을 통해 내각 해산과 정치개혁을 천명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연설에서 “나는 (튀니지의 벤 알리 전 대통령처럼) 떠나지 않는다. 내각을 해산하고 새 정부를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최측근인 오마르 술레이만을 부통령에, 군부 출신 아메드 샤피크를 총리에 임명했다.


이에 대해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30일 CNN과 폭스뉴스에 출연, 이같은 조치가 충분하지 않다며 ‘진정한 민주화’ ‘국민과의 대화’를 희망한다면서 추가 조치를 촉구했다. 백악관도 “정치 개혁을 위한 구체적 조치를 지지하며, 폭력 자제를 촉구한다”는 발표하고 15억달러에 이르는 이집트 원조를 재검토하겠다고 압박했다.


이날 이집트 당국은 이틀간의 시위로 6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으며,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 방송은 최소 95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조치에도 이집트 국내 시위는 더욱 거세지고 있으며, 미국을 비롯한 캐나다, 영국, 스위스 등 세계 곳곳에서 연대 시위가 벌이지고 있다.


◆30일, 수도 카이로는 ‘해방구’= 반정부 시위 6일째인 30일 이집트 수도 카이로와 수에즈 등 주요 도시에는 군인과 탱크, 장갑차 등이 배치된 가운데, 무바라크 대통령의 완전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거세게 이어졌다.


진압 경찰이 빠져나간 틈을 타 상가 등에 대한 약탈과 파괴, 탈옥 등이 빚어지고 있는 무정부 상태가 이어지자 각국 정부는 전세기를 편성하는 등 자국민 보호 조치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특히 주말 카이로는 집권당 당사, 이집트 박물관, 경찰서 17곳, 은행까지 방화·약탈 대상이 됐다. 교도소 네 곳에서 ‘무슬림 전사’ 등 5000여명 탈옥했다.


1만여 명으로 불어난 시위대는 카이로 도심 타흐리르 광장에 모여 ‘호스니 무바라크, 오마르 술레이만은 미국의 대리인’ 또는 ‘무바라크, 비행기가 기다리고 있다’는 등의 구호를 외쳐대며, 무바라크 대통령의 완전 퇴진 등을 촉구했다. 일부 시위대는 탱크에 올라가 구호를 외치기도 했으나 시위대와 군인이 사이에는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진압군은 이날 시위대를 비롯해 전날 밤 통행 금지를 어긴 시위대에 대해서도 연행 등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시위대는 31일 무바라크 대통령의 집무실이 있는 곳까지 가두행진을 벌이기로 해 유혈 충돌이 예상된다. 지금까지 최소 100여 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알자리라는 사망자가 150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자취를 감췄다. 타흐리르광장에 집중 배치된 군 병력은 TV방송국, 정부 청사, 미·영 대사관 등 주요 시설에 장갑차와 탱크를 주둔시킨 채 잠자코 시위를 지켜봤다. 탱크에 ‘무바라크는 무너졌다’는 구호가 적혀 있기도 했고, 일부 군인들은 대통령의 사진을 찢고 반정부 구호를 외쳤다


◆무바라크 퇴진 할까?=시위대의 정권 퇴진과 국제사회의 정치 개혁 요구가 거세지고 있음에도 무바라크 대통령은 공식 사임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다. 

새로 임명한 술레이만 부통령과 총리 등은 이날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모하메드 후세인 탄타위 국방장관 등 군 지도자들을 만나 사태 수습책 등을 논의했다. 그러나 무슬림형제단은 이날 무바라크 대통령이 임명한 새로운 내각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영국 선데이 타임스 인터넷판은 이집트 정부 소식통을 인용, 전날 임명된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과 모하메드 탄타위 국방장관이 현 상황을 진정시키려면 권력이양이 불가피하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특히 이들은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그가 퇴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으며, 무바라크 대통령이 정치적 망명 등 ‘점잖게’ 물러날 방법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소식통은 무바라크 대통령이 굉장히 완고하고, 30년 장기집권을 끝낼 준비가 안 된 상태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집트 정부 관계자들도 술레이만 부통령이 과도정부 수반을 맡을 준비가 돼 있지만, 정작 무바라크 대통령이 권력이양을 승낙할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국제사회도 무바라크에 개혁 요구=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도 무바라크 정권에 대해 보다 개혁적인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각)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반정부 소요사태 해결을 위한 정치개혁 절차를 구체적으로 밟으라고 촉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무바라크 대통령의 정치개혁 TV 연설 후 가진 전화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제16차 아프리카연합(AU) 정상회담 참석차 에티오피아를 방문한 자리에서 튀니지와 이집트 사태에 대해 “프랑스는 두 나라 국민을 지지한다”며 “지도자들은 변화가 오면 이를 솔선수범하지 않는다 해도 그 흐름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직접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추가적인 개혁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고 영국 언론들은 전했다.


한편 이집트 전체 인구 8000만명 중 절반가량이 하루 2달러 이하로 생활고로 시달리고 있으며 실업률은 10%에 육박하고 있다. 빵값 등 물가가 지속적으로 올라, 서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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