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이념’보다 ‘고집’이 문제였다

한나라당이 이택순 경찰청장 내정자를 제외한 국무위원 임명자 전원에 대해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 내정자는 ‘절대 부적격’이라며 임명 철회까지 요구했다.

한나라당은 이 내정자의 부적격 사유로 17가지를 제시했다. 그 핵심으로 편향적 친북좌파 이념을 꼽았다. 이 내정자가 표현 그대로 ‘친북좌파’인지는 논란이 될 수 있겠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념문제를 물고 늘어진 데는 상당한 이유가 있어 보였다.

현장에서 청문회를 지켜본 기자의 눈에 야당의 반발은 과거 이념적 편향에만 원인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여기에는 이 내정자의 ‘고집’도 상당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였다.

일례로 『사회와 사상』88년 9월호에서 “역대정권이 통일논의를 독점하였는가?(중략) 이는 역대정권이 한결같이 갖고 있던 ‘대미 예속성’과 ‘반(反)민족주의•반(反)민주주의 속성’이 주범인 것이다. 진정한 통일은 제국주의 세력을 이 땅에서 축출하는 것”이라고 기술한 부분을 야당 의원들이 문제삼자, 이 내정자는 “전체 내용은 그렇지 않다”고만 대답했다.

이종석 “북한 비판도 많이 했다”

야당 의원들이 계속해서 과거 논문에 대한 분명한 평가를 요구했지만, 그는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그는 “젊은 시절 한때 편협한 사고가 있었으나, 그 시절의 연구가 현재의 나를 있게 했다”며 분명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통일부 장관에게 북한 정권과 역사문제에 대한 인식에 분명한 입장을 요구하는 것을 ‘사상검증’으로 매도할 수만은 없다. 이 내정자가 과거 친북적 이념에 경도됐다는 데 국민적 우려가 있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해명과 입장을 내놓을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이 내정자는 “당시의 연구에 자부심을 느낀다” “송두율 교수를 학문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생각한다” “일부 표현의 문제가 있었다”는 발언 등으로 국민적 우려만 키웠다.

이 내정자는 한미동맹이 흔들리는 문제에 대해서도 그 책임을 “국내의 극단적인 이념세력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미동맹이 위기를 겪었다는 것은 정부 관리들도 인정한다. 향후 위폐문제에 따른 대북 접근의 차이로 한미간 갈등도 우려된다. 이것이 국내의 좌우대결 때문은 아닐 것이다.

학자의 고집과 통일부 장관의 고집 구분해야

참여정부는 그동안 핵 문제 등 외교현안에서 북한 눈치보기로 일관했다. 북한 인권문제 접근 거부, 동북아 균형자 소동, 작계 5029 추진 중단, 전시작전권 조기 환수, 북한 지원 속도조절 요구 거부, PSI 참가요구 거부 등 한미간에 바람 잘 날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 내정자는 일관되게 “‘문제’라고 꼬집는 대상이 문제”라고 말했다. 정문헌 의원은 “통일부 장관은 그들도 포용해야 한다”고 했지만, 이 내정자는 대꾸하지 않았다.

이 내정자의 부인이 후원하고 자식 둘이 다니고 있는 ‘나다 공동체’에서 “이승만은 일제에서 갓 벗어나자 마자 나라를 미국에 갖다 받치고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미국의 대리인이 되는 전통을 만든 장본인’이라고 가르치는 데 동의하느냐고 묻자, 이 내정자는 “부인이 자식 철학교육 하러 보내는 것을 존중한다”고만 대답했다. 뭐가 문제냐는 태도였다.

통일부 장관이 될 후보자가 노골적인 친북성향의 교육기관에 부인과 자식이 관여된 데 대해 ‘뭘 그런 것을 문제 삼는가’하는 투의 답변은 야당 의원들을 발끈하게 만들고도 남았다.

이 내정자는 청문회에서 스스로 ‘고집이 세다’고 말했다. 그 고집과 코드가 노무현 대통령과 딱 들어맞아 통일부 장관 후보까지 올랐을 수도 있다. 그 고집이 노 대통령의 믿음을 높였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국민들은 ‘학자’로서의 고집에 대해서는 포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통일부 장관으로서 ‘고집’을 부리는 데는 매우 불안한 심경으로 이 내정자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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