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근 처조카 40년 만에 ‘이중간첩’ 누명 벗어

이중간첩이란 누명을쓰고 처형된 이수근 씨의 처조카 배경옥 씨에 대해 40년만에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고등법원 형사6부(박형남 부장판사)는 19일 이 씨의 처조카 배 씨에 대한 재심에서 이 씨의 암호문을 북한으로 우송되게 하는 등 국가기밀 누설을 방조했다는 혐의 등에 적용된 국가보안법 위반과 반공법 위반에 대해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 씨의 변장 사진을 다른 사람 명의의 여권에 붙여 위조하고 이를 사용한 혐의(공문서 위조 등)는 인정해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또 이 씨의 도망을 방조하고 돈을 받은 혐의로 징역 5년이 선고됐던 이 씨의 외조카 김모 씨에 대해서는 공소사실 전체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이 씨의 사형 집행 목격자에 따르면 그가 ‘나는 북도 남도 싫어 중립국에서 살려고 했고 공산주의자가 아니다’는 취지로 말한 점 등을 종합할 때 그를 위장 간첩으로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또한 “그가 간첩이라는 점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배 씨가 간첩행위를 방조했다는 점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암호문을 북으로 전달되게 했다는 진술이 있지만 장기간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고문과 폭행을 이기지 못해 강요된 자백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당시 중앙정보부는 영장 없이 불법 구금하고 고문과 가혹행위를 하는 등 인권을 유린했고, 이를 감시해야 할 검찰은 배 씨 등이 진술을 번복할 때마다 중정 수사관에게 자리를 내주는 등 묵인했으며, 법원 역시 증거재판주의의 원칙을 구현하지 못해 인권의 마지막 지킴이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북한의 지령을 받으려고 한국을 탈출했고 북한의 활동에 동조했다는 등의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며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사 부사장이던 이 씨는 1967년 3월 판문점을 통해 귀순했으나 1969년 1월 위조 여권을 이용해 캄보디아로 향하다 기내에서 중정 요원에 체포돼 국가보안법 및 반공법 위반죄 등으로 같은 해 7월 사형이 집행됐다.

배 씨는 월남에서 기술자로 일하다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이 씨와 함께 출국하던 중 붙잡혀 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1심에서 사형,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21년간 복역했다.

법원은 올해 1월 중정 수사관들의 불법체포와 가혹행위 등을 이유로 재심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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