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30일 비례대표 부정경선으로 당선된 이석기·김재연 등 통합진보당 의원들에 대해 “의원직 박탈을 위한 ‘의원자격 심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자진사퇴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제명 절차에 돌입할 수 있다는 압박 카드를 내보인 것이다.
박 위원장은 이날 국회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두 분(이석기·김재연)의 통진당 비례대표 의원에 대해 의원직 박탈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면서 “새누리당이 색깔론을 앞세워 정치공세를 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 통진당의 두 의원은 민주적 절차에 따라 비례대표 경선서 선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두 분에 대한 법적 징계는 윤리위서 할 수 있지만, 윤리위선 임기 시작 이후 일어난 일을 제소해 다룰 수 있기 때문에 (임기 전의 일을 제소)할 방법이 없다”면서도 “두 번째로 자격심사를 할 수 있는데 (이·김 문제는) 여기에 해당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통진당이 비례대표 경선에서 부정이 있었다고 발표했고 윤리위 자격심사 대상(적법한 당선인)에 해당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윤리위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서 재적 3분의 2의 찬성을 얻는 절차를 거치려면 상당한 기일이 필요하므로 정치적으로 자진사퇴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그는 “지금 문제가 되는 새누리당 김형태, 문대성 의원도 같은 차원에서 자진 사퇴하는 게 19대 국회를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도 “국민들도 지지층도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박지원 원내대표의 자격심사 요건과 자진사퇴 요구는 직접적이고 분명하게 통합당(민주당)의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민주당의 입장은 오늘로 두 의원의 자진사퇴로 정리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오늘은 19대 국회 개원일”이라며 “통진당의 능력과 책임있는 행동을 기다렸지만, 기다리는 시간이 끝났다. (사퇴권고는) 야권연대를 깨기 위해서가 아니라 깨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라디오에 출연,”헌법을 부정하는 사람들의 문제이고 선출 과정에서 결정적인 하자가 있는 사람들의 자격 문제”라며 “민주통합당에 제명을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기현 새누리당 원내 수석부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법 138조 자격심사 조항에 따라 부정한 방법으로 후보자격을 취득한 사람은 자격을 박탈하는 절차를 취해야 한다”며 “민주당도 정당 이해득실에 치우치지 말고 대한민국의 안정과 정통성을 지키기 위해 이석기, 김재연 의원을 배제하는 데 동참해달라”고 주문했다.
헌법 64조에 따르면, 국회는 의원의 자격을 심사하며 의원을 징계할 수 있고, 의원을 제명하려면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국회법 138조에는 의원이 다른 의원의 자격에 대해 이의가 있을 때는 30인 이상의 연서(連署)로 자격심사를 의장에게 요구할 수 있다고 적시돼 있다.
민주당도 이·김 의원의 자진 사퇴 등을 요구하고 있어 이들이 사퇴를 받아드리지 않을 경우, 국회 윤리위 제소를 통해 본회의에서의 제명 절차가 실제로 이뤄질지 주목된다. 일단 6월 하순 통진당 전당대회까지 쇄신 논의를 지켜보겠지만 이석기 의원 등의 사퇴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야권연대에 대한 국민적 의혹의 눈초리를 씼기 위해 강경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