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비례 부정선거에 대한 2차 조사보고서 결과 온라인 투표의 상당수가 동일 IP에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동안 사퇴를 거부해온 이석기·김재연 의원은 조사결과에 동의하지 않고,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통진당은 지난달 10일 전국운영위원회에서 경선 비례대표 부정선거 진상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 24일까지 2차 진상조사 보고서를 마무리했다. 2차 보고서에 따르면 최소 30여개의 동일 IP에서 60~200명이 넘는 당원이 특정 후보에게 표를 몰아 줬다. 상당수 당원이 동일 IP에서 투표한 것은 누군가가 ‘대리투표’를 해줬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관련자들의 지적이다.
1차 조사보고서에서 제기된 여러 의혹과 더불어 추가적인 부정의혹이 진상조사특위가 오는 26일 열리는 전국운영위에 보고할 최종 결과 보고서에서 공개될지 주목된다.
이 의원 측 관계자는 데일리NK에 진상조사특위의 2차 진상보고서에 어떠한 내용이 담겨 있는지 확인할 수 없다며 결과만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에 보도된 것은 지면을 빌어 자기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당권파와 이·김 의원은 경선 비례대표 부정선거 당 진상조사위원회의 보고서는 허위·날조로 부실 보고서라며 재조사를 강하게 요구했다. 2차 진상보고서 조사결과 발표에 따라 구당권파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구당권파와 두 의원은 사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반발할 것으로 관측된다. 구당권파가 조직력을 동원해 26일 열리는 전국운영위를 파행으로 몰고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김 의원은 줄곧 조사결과 문제가 드러나면 ‘사퇴할 것이냐’는 질문에 “책임질 일은 책임지겠다. 당의 결정을 기다리겠다”는 말만 해왔다. ‘사퇴’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아 실제 당이 2차 진상보고서를 공개하더라도 사퇴할 가능성이 낮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신당권파 측 한 관계자는 “2차 조사보고서를 확인하지 못해 어떻게 될 것이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결과가 나오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자기 방어 논리를 내세워 거세게 반발할 것”이라면서 “구당권파가 당권을 다시 잡으면 출당은 물건너 갔다고 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구당권파와 이·김 의원은 그동안 동일 IP는 당원들이 같은 사무실에서 투표를 진행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2차 진상보고서에도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들은 제명이나 사퇴 문제도 당원들에 물어야 한다며 ‘당원 총투표’를 재차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통진당 차기 당대표 선거에 나선 강병기 후보는 25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진상)조사 결과가 정확하게 발표되면 결과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면서 “(구당권파인)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경선 부정 관련) 책임 소재가 명확하다면 출당과 제명까지 포함된 어떤 조치도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구당권파와 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강 후보가 이·김 의원에 대해 출당과 제명까지 언급하면서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서도 두 의원이 구명(求命)받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