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58년을 기다렸는데..”

“58년을 기다렸는데..”

일흔이 훌쩍 넘은 심옥희(72.여.서울) 씨는 29일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에서 열린 ‘2009 이산가족 초청행사’에서 6.25전쟁 때 이북에 두고 온 두 언니를 생각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강원도 철원이 고향인 심 씨는 “13살 때 6.25전쟁이 나서 7남매 중 언니 2명만 빼놓고 부모님과 함께 다 남으로 내려왔다”며 “고모와 함께 남았던 언니들이 아직 고향에 있다면 멀리 계신 것도 아닌데..”라며 안타까움을 숨기지 못했다.

통일부가 주관한 이날 행사에는 ‘이산가족정보통합센터’에 등록된 미상봉 이산가족 중 컴퓨터 추첨을 통해 선정된 서울 지역의 이산가족 100명이 참가해 정부로부터 남북관계 현황과 대북정책, 이산가족 교류 및 지원 절차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특히 정책설명회에서 새로 지은 금강산면회소를 소개하는 동영상을 시청한 이들은 하나같이 언젠가 북에 있는 가족들과 금강산면회소에서 상봉하고 싶다는 희망을 숨기지 않았다.

한 참석자는 “금강산면회소를 저렇게 잘 지어 놓고 아직까지 이산가족 상봉이 한번도 이뤄지지 않았다니 안타깝다”며 “죽기 전에 꼭 상봉가족으로 추첨돼서 금강산면회소에 꼭 한번 가고 싶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북한의 금강산관광특구인 강원도 고성군 온정리에 금강산면회소를 완공했으나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망 사건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준공식조차 제대로 치르지 못하고 정상운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고향인 함경남도 고원에 가족 중 누가 남아있는지도 모르겠다는 박문극(76.서울) 씨는 “남북이 서로 대화와 타협을 통해 화합을 이뤄 일이 잘 풀렸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북측의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인 고(故) 백고산 씨의 5형제 중 막내 동생인 춘산(68.서울) 씨는 셋째 큰 형인 백 씨의 기사가 실린 1990년 7월22일자 신문을 들고 행사장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그는 차이코프스키 국제음악콩쿠르 바이올린부문 종신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던 백 씨를 소개하는 모스크바 특파원 발 기사를 기자들에게 보여주며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했던 넷째 형(도산.75)도 평양에 생존해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하루빨리 통일이 돼서 직접 가서 형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바랬다.

정책설명회가 끝난 뒤 참가자들은 대한적십자사와 하나원의 의료진으로부터 혈압.혈당 측정 등 건강검진을 받고 인근 식당에서 현인택 통일부 장관과 점심식사를 함께 하며 대화의 시간을 가진데 이어 오후에는 남북출입사무소와 도라산역, 오두산 통일전망대를 둘러봤다.

참가자들이 건강검진을 받는 동안 도라전망대를 찾은 현 장관은 북쪽의 개성 지역을 바라보며 “장관으로 취임한 이래 이산가족을 더러 만나뵙기는 했지만 오늘처럼 많은 분들을 만난 것은 처음”이라며 “한편으로는 비감한 마음이 들고 다른 한편으로는 저분들이 살아계실 때 부디 북한의 가족들을 만나도록 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다음 달 1일까지 사흘 동안 진행되는 이번 행사에서 매일 100명씩 서울.경기.인천 지역의 이산가족 300명을 초청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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