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北핵개발, 부시의 선택은?

(동아일보 2006-01-13)
갑자기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에 외교 중시 경향이 나타났다. 심각한 핵 확산 위협 세력인 이란과 북한 문제를 두고 부시 행정부는 조용한 외교 전략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똑같은 선택을 했더라면 수동적이란 비판을 받았을 것이다.

미국은 동맹국의 주도권을 존중했다. 부시 대통령이 선제공격 철학이나 ‘악의 축’ 발언을 잊기라도 한 걸까. 동맹국들은 미국의 일방주의를 지나간 일로 치부해 버렸을까. 이란과 북한은 미국의 해결 의지가 전보다 약화된 것으로 믿고 있을까.

세 질문에 대한 공통된 답은 “그렇지 않다”다. 선제공격이 쉽게 결정되던 시절이 지나간 것은 사실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주도 아래 동맹국과 정책 조율을 의욕적으로 하고 있는 것 역시 분명하다.

그럼에도 새 전술의 도입과 전략의 근본적 수정을 혼동해선 안 된다. 부시 행정부는 두 국가의 사태 진전에 이만저만 신경 쓰는 게 아니다. 부시 행정부가 단호한 의지를 잃어버렸다고 착각해선 안 된다.

먼저 이란의 핵개발 문제를 보자. 이란이 이라크의 3배 크기라는 점에서 전쟁은 선택 가능한 옵션이 아니다. 우라늄 또는 플루토늄 생산시설을 공습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공습은 상황을 5∼10년 늦추는 효과만 볼 뿐 근본적 변화를 부를 수 없다. 게다가 전 세계의 여론이 미국에 등을 돌릴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부시 행정부는 외교에 목매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어쩌면 미국은 유럽 러시아 중국이 이끄는 대로 놔두고 있는지 모른다. 이들 국가의 설득으로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할 수 있을까. 미국은 내심 그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주변국의 중재 노력이 실패하면, 미국의 우방들은 경제 제재를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제재가 강경하면 할수록 이란 지도부는 ‘그래서 핵무기가 필요한 거야’라는 생각에 이를 것이다. 결국 미국은 프랑스 영국 독일 러시아 중국이 ‘이란과의 타협은 실패했다’라고 느낄 때까지 놔둘 것 같다.

타협에 실패해도 이들 나라가 강력한 이란 제재에 동참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란을 제대로 몰아세우기 위해서는 필요한 첨단기술 통제, 석유 및 천연가스 교역 제한을 포함한 광범위한 경제 제재가 필요하다. 이들 나라는 적극 동참보다는 손목 때리기 정도에나 동의할 것이다.

미국의 차기 대통령은 아마도 2008∼2010년쯤 중대 결정의 고비를 맞게 될 수 있다. 재래식 무기로도 손쉽게 공격할 수 있는 이란의 대규모 핵 시설을 파괴할지 말지 결정해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다. 그 단계에서는 주변국의 도움보다는 미국의 결단이 사안을 좌우할 것이다. 이란의 핵시설은 1년에 핵무기 20개를 만들 핵물질을 생산하는 만큼 군사 공격은 전적으로 가능해 보인다. 이란이 헤즈볼라를 동원한 테러 행위로 반격에 나서고, 또 다른 핵무기 시설 개발에 착수할 가능성이 크지만 말이다.

북한 핵과 관련해 마법사 ‘지니’는 마법의 병 밖으로 나와 버렸다. 6자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한국과 중국은 북한에 엄포를 놓는 일에 동참하지는 않을 것 같다. 이런 엄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핵 포기 결심을 앞당기는 데 필요하다.

그렇다고 미국이 지금과 같은 교착상태를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북한이 연간 10여 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재처리할 대형 원자로 생산을 계속한다면, 미국 대통령은 정파와 무관하게 이런 상황을 좌시할 수는 없다. 대북 공습작전은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전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해법이다. 상대적으로 조용한 외교가 진행되는 상황일지라도 성과 없는 외교가 지속되기는 어렵다.

마이클 오핸런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