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CERD 권유, 정말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 사회는 민족주의 정서가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익히 들어온 ‘단일민족 국가’에 대한 강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제 우리 사회의 왜곡된 ‘민족 인식’을 극복할 때도 된 것 같다.

최근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CERD)가 한국에 대해 직접 이 부분을 비판했다. CERD는 한국 정부가 작년에 제출한 인종차별철폐조약 이행보고서를 심사한 뒤 이같은 내용의 결과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CERD는 “한국이 민족의 단일성을 강조하는 것은 해당 영토 내에 사는 서로 다른 민족과 국가 그룹들 간의 이해와 관용, 우의 증진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였다.

CERD는 한국의 ‘순수혈통주의’가 인종적 차별과 우월 관념으로 사회에 널리 퍼져있음을 우려하며, 인종차별을 금지하고 제거하는 법‧제도의 신속한 추진을 권고하였다.

그런데 특히 주목할 점은 CERD의 이 같은 권고가 한국이 제출한 이행보고서에서 한국이 민족적으로 동질적인 국가임을 스스로 강조한 부분을 토대로 제시되었다는 사실이다.

민족주의는 근본적으로 타민족에 대한 배타적 속성을 내포하고 있다. 민족주의는 보통 자기민족 우월주의로 표현된다. 심지어 민족 간에 ‘우열’을 매기는 데까지 이를 수 있다. 따라서 민족주의가 지나치게 되면 진실을 가리거나 비이성을 초래한다. 심각하게는 인도주의에 반하는 방향으로 흐르게 되기도 한다. ‘인종청소’와 같은 예는 단적인 예이다.

그리고 이 쯤에서 ‘우리는 과연 단일민족인가’라는 ‘도발적’ 질문을 스스로에게 한번 던져볼 필요도 있다.

오늘날 지구상에 혈통적으로 단일한 민족이 과연 존재할까. 인류의 오랜 역사는 수많은 혈통 간의 결합을 가져왔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이른바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는 ‘배달민족’의 순수한 혈통이 아니라 주변국의 다양한 혈통이 결합된 혼혈을 낳기에 충분하다. 우리의 혈통이 단일 혈통일 가능성을 배제하고도 남는 것이다. 애당초 단일민족국가로서의 우월성이나 자부심은 일종의 허상이다.

물론 민족의 독자성과 우월성을 강조한 근대 민족주의가 제국주의에 맞서는 약소국의 저항적 민족주의로 기능했던 측면이 있다.

한국의 민족주의도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는 수단이었으며 해방 이후에는 근대화와 성장의 정신적 동력으로 강력히 작용해왔다. 그러나 이제 세계 경제교역 10위권의 국가로 발돋움한 한국이 세계에 걸맞는 나름의 역할을 하자면 지나친 민족주의에 대한 교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민족은 고정된 것도 또 앞으로 영원불멸하는 것도 아니다. 인류의 역사는 민족이란 바뀌는 것이며 바뀌어 온 것임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이미 4,5천년 전부터 동북아에서 종족들이 섞이는 과정과 우리의 고대사가 성립하는 과정, 또 고대 동북아시아의 많은 종족, 민족이 이합집산 하는 과정 등을 보면 단일혈통이라는 말이 허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민족에 대한 인식의 전환은 우리로 하여금 혈통적 특징에 대한 개방성을 줄 수 있다. 피부색이나 생김새의 차이가 ‘인간’에 대한 차이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민족’이란 의미를 갖지 못할 것이며, ‘인간’ ‘인류’만이 큰 의미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민족’으로서의 배타적 단일의식보다는 ‘세계시민’으로서의 보편적 동질의식이 더 중요하다. 그 속에서 우리 사회의 혼혈에 대한 편견, 이주 노동자에 대한 멸시 풍토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안에 존재하는 이방인에 대한 배제 논리도 거둬질 수 있다.

우리 사회의 민족 인식은 세계화 시대의 흐름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 세계의 동질성과 의존성은 더욱 커져가는데 우리만이 구시대의 낡은 민족주의에 갇혀 있다면 문제다. 배타적 민족 인식이 아니라 조화와 상생의 민족 인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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