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진 씨, 北 강압조사에 허위진술”

정부는 북한이 개성공단에서 근무 중이던 현대아산 직원 유성진 씨를 136일 간 억류한 채 조사하는 과정에서 욕설 등 강압적 조사를 진행, 유 씨가 심신이 지쳐 일부 혐의에 대해 ‘허위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25일 밝혔다.

정부는 이날 통일부, 국가정보원 등으로 구성된 정부합동조사반을 통해 14일부터 20일까지 유 씨가 입원 중인 서울아산병원에서 억류경위에 대한 조사를 벌인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정부는 “유 씨가 2005년 8월부터 개성공단 내 현대아산 숙소 관리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숙소 청소를 담당하는 북한여성 이모 씨에게 ‘북한 최고지도자 및 정치체제 비판, 탈북권유·탈북방법’ 등의 내용이 포함된 편지를 수차례 보내다 체포됐다”며 “유 씨는 ‘개성·금강산 지구 출입·체류에 관한 합의서’를 일부 위반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어 “유 씨는 또 북에서 리비아 근무 시절 탈북기도 혐의로 북으로 소환된 북한 여성 정 모 씨와의 관계 및 배후 등을 집중 조사받았다”며 “유 씨는 북측 최고지도자에 대한 비판 등 혐의는 인정했으나 리비아 건과 관련해서는 북측 강요로 ‘남한 정보기관의 지시를 받고 활동했다’는 허위진술서를 작성한 뒤 석방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유 씨는 허위자백을 강요받자 조사과정에서 3일 동안 단식투쟁까지 벌였으나, 결국 5월 17일 북측의 요구를 인정하는 진술서를 작성했다”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 북한의 개성공단 감독기구인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은 지난 5월 15일 보내온 대남 통지문에서 유 씨에 대해 “현대아산 직원의 모자를 쓰고 들어와 우리를 반대하는 불순한 적대행위를 일삼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되어 조사를 받고 있는 자”라며 사실상 유 씨가 ‘스파이’ 행위를 했다는 주장을 편 바 있다.

유 씨에 대한 북측의 조사과정과 관련, 정부는 “북측은 억류기간 구타·폭행·고문 등 신체에 대한 직접적 물리력 행사는 없었으며, 1일 3식(평균 9찬), 수면 등은 보장했으나 체포시점인 3월30일부터 6월말 사이 (수시로) 목재의자에 정자세로 앉은 상태에서 신문 및 진술서를 작성케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또 “조사관 및 경비요원 등이 반말·욕설 등 언어폭력을 수시로 행사하고 무릎 꿇어 앉히기(총 10여회, 매회 3~5분간) 등으로 강압적인 조사를 진행했으며 취침 시에도 소등을 해주지 않는 등 비인도적 처우가 있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석방과정에 대해 정부는 “유 씨는 결국 리비아와 개성공업지구에서 범죄사실을 인정하고 ‘수사에 협조하지 않아 조사기간이 길어졌으며 조사기간 중 강요 가혹행위는 없었다’라는 서약서를 제출하고 풀려났다”며 “서약서 작성·제출 과정을 북측 촬영기사가 녹화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유 씨가 리비아 근무 당시 북한 여성과 사귀었다는 이야기를 공공연히 언급했던 점이 북측 당국의 이목을 끌었을 것으로 추정한다”며 “이에 따라 북 당국이 사전에 증거 등을 확보하고 유 씨를 체포·억류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밝힌 유 씨 체포·억류 경위=유 씨는 2005년 8월부터 개성공단 현대아산 숙소 개보수 담당주임으로 근무하면서 이 모 씨와 알게됐고, 처음엔 이 씨가 리비아에서 사귀었던 정 씨와 동향인 점을 확인해 정 씨의 소식을 묻게되면서 친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 씨의 결혼소식을 전해들은 이 씨는 12월부터 이 씨와 업무상 잦은 접촉으로 친분이 두터워지자 영화CD, MP3, 화장품, 손목시계 등을 선물하며 교제를 시작했다.

이후 수차례 김정일의 사생활 및 정치체제 비판, 탈북경로, 남한 내 탈북자 실태 등의 내용이 담긴 편지를 전달했다.

그러던 중 2009년 3월 30일, 체제비난과 탈북책동 혐의로 체포돼 개성시 소재 자남산여관으로 이송 136일간 억류됐다.

조사는 평양에서 파견된 조사관 1명이 전담하고, 별도의 조사관 1명이 2차례 평양에서 내려와 유 씨가 1998년 5월부터 2000년 4월까지 리비아에 체류 시 있었던 북한 여성과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주로 체제비난과 탈북유도 등에 대한 사실관계와 함께 동기 및 배후에 대한 자백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것으로 조사됐다.

유 씨는 처음에 혐의를 부인하다, 북측이 이 모 씨에게 전달했던 편지와 각종 선물 등을 증거로 제시함에 따라 혐의를 인정하고 자술서 등을 제출했다. 다만 리비아 건은 ‘허위자백’을 강요받자 단식 등으로 맞서다 5월 17일 진술서를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북측의 조사는 사실상 6월초 종료된 것으로 정부 당국은 파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