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영화제에서는 처음으로 ’2003 전주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돼 상영된 바 있는 북한의 극영화 ’살아있는 영혼들’을 만든 김춘송(51) 연출가에 대한 평가다.
’살아 있는 영혼들’은 1945년 8월 일본 교토(京都)항 부근에서 일제가 광복을 맞아 귀국 길에 오른 조선인 5천명을 태운 ’우키시마마루’(浮島丸)를 폭파해 수장시킨 사건을 소재로 영화화한 것이다.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가 발행하는 월간 ’조국’ 3월호는 ’주장이 뚜렷한 연출가’라는 제목으로 그를 소개했다.
잡지에 따르면 1956년 1월 자강도 자성군에서 출생한 그는 평양연극영화대학 창작과를 다니다 연출과로 전과했으며 해외 유학 후 1988년부터 조선예술영화촬영소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첫 연출작인 예술영화 ’뒤 잔치’(1990)부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호평을 받았고 ’병사를 사랑하라’(1995), ’줄기는 뿌리에서 내린다’(1998), ’살아있는 영혼들’(2000), ’기다리는 처녀’(2002), ’한 장의 사진’(2003), ’존엄’(2004) 등 많은 작품을 연출했다.
그는 권투, 스피드스케이팅, 탁구 등을 즐기는 스포츠맨이다.
그렇지만 외모도 곱상한데다 대화를 나눌 때도 말소리가 너무 조용해 “저런 사람이 어떻게 영화를 만들어 내는가”하는 의문을 가질 정도라는 것.
잡지는 “목소리는 높지 않아도 설득력 있으며 특히 배우들이 진심으로 열정을 바쳐 연기에서 자신의 창조력을 깡그리 발휘하도록 만드는데 그의 연출가로서의 기질과 개성이 있다”고 평했다.
그는 배우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생활 그대로를 보여주는 연기를 요구하고 있으며 신파적이고 과격한 연기를 하지 못하도록 한다.
김 연출가의 단짝 배우는 북한의 대표적인 ’얼짱’으로 꼽히는 인민배우 리영호(43)씨. 리 씨는 ’홍길동’에 주연으로 출연해 홍길동으로 더 잘 알려진 배우다.
그는 리 씨를 주연으로 많이 기용하고 있는 데, 주변 사람들의 반대와 우려에도 ’줄기는 뿌리에서 내린다’의 주인공으로 캐스팅하기도 했다.
그는 “평범한 인간들의 생활 속에서 영화감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관중은 자기와 같은 인간들이 영화에 등장할 때 오히려 관심과 흥미를 더 가지는 것이 아닐까요”라며 흔히 볼 수 없는 기이한 사건과 줄거리가 있어야 관중의 흥미를 끌 수 있고 재미를 더할 수 있다는 주장을 반박한다.
김 연출가는 흥남비료연합기업소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 ’붉은 지붕’(가제)의 연출을 마친 데 이어 ’여명 전 눈보라’라는 영화를 준비 중이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