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취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방북결과를 설명하는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은 6자회담에 반대하지 않고 있으며, 회담장을 떠나지도 않았다”며 북한의 6자회담 복귀의지를 강조했다.
쿵취안 대변인은 북한을 둘러싼 주변국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관련당사국들이 지금의 성과를 바탕으로 평화적인 수단을 통해 북핵문제를 해결할 것을 주문했다.
중국 외교부는 왕부장의 방북결과를 6자회담 당사국에 보내 북한 당국이 6자회담 복귀 의사가 있음을 전하고 그에 따른 후속 조치를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 21일 왕자루이 부장과의 면담에서 회담여건이 조성되면 언제든지 회담장으로 나갈 것이다고 밝힌 바 있다.
中, ‘북 안보 우려 해소’ 美 설득할듯
이번 왕부장의 방북을 통해 중국은 북한당국의 6자회담 복귀의사를 확인, 당사국들에게 전달함으로써 회담 재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미국을 향해 북한의 ‘합리적 안보 우려’를 해소해줄 것을 요청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태도는 왕부장이 김정일에게 전달한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구두친서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중국은 일단 핵보유를 선언한 북한을 향해 전향적인 조치를 촉구하기보다는 일단 회담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미국의 조치를 선결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모양새다.
왕부장은 22일 베이징 도착 회견에서 “(김위원장이 말한) 그 조건들은 여러 당사자들의 성의와 더 많은 행동”이라고 언급했다. 당일 쿵취안 대변인도 “(6자회담) 관련 당사국들이 북한의 합리적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핵보유 선언으로 곤란한 처지에 빠졌던 중국은 이번 왕부장의 방문을 통해 북한 핵보유 선언의 파장을 최소화하고, 파국에 대한 중재자 역할에 나섬으로써 그동안 유지해온 외교적 주도권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중국은 북한을 압박하기 보다는 미국을 설득하는 방향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 핵보유라는 초강경수를 들고 나온 북한을 자극하기 보다는 미국을 설득해 북한이 회담에 복귀하도록 하는 명분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통일부도 지난 국회 남북관계발전특위 업무보고를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발언은 단서가 있기는 하지만 회담 복귀쪽에 무게를 두었다는 점에서 일단 극정적으로 평가되나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해 우여곡절은 거치겠지만 결국 회담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번 왕자루이 방북에서 북한이 취한 태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북한의 의도를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있다. 이번 김정일의 발언은사실 ‘중국에 대한 예우 차원’으로 보아야 한다는 시각이 그것이다.
즉, 북한은 한국이나 중국이 생각하는 수준의 협상 여건(미국의 대북 유화메시지) 조성으로는 쉽게 회담장으로 나오지 않으리라는 분석이다.
북 요구 충족, 회담장에 나올 가능성은 극히 적어
공식적인 핵보유 선언까지 한 마당에 미국이 지난 협상 과정에서 보여준 ‘안전보장’ 내지는 ‘북한에게 군사적 위협을 하지 않는다’는 의사 표시를 하는 수준에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이 회담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판단할 정도의 수준은 ‘일체의 적대행위’ 즉, 군사행동 이외에도 경제제재,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을 포함한 체제전환 시도를 연상시키는 발언과 인권압박 등을 중단을 의미한다고 보여진다.
또한, 현재 북한은 핵을 통한 대내외적 위기극복과 보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려고 하기 때문에 미국이 요구하는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방식을 받아들이지 않고 동결 對 보상을 계속해서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북한이 ‘적대시 정책 철회’라는 단순한 구호 안에 포괄적인 요구를 담고 있기 때문에 상당기간 미국과 줄다리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상임대표(前국회의원)는 <데일리엔케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요구조건이 충족돼서 회담에 나올 가능성은 극히 적다”면서 “오히려 북한은 외교적 압력이 가중돼 위기상황이 오면 회담장에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북한대학원 대학교 류길재 교수는 “북한이 칼을 뺀(핵보유 선언) 마당에 쉽게 회담장에 나올 것 같지는 않다”면서 “미국의 전향적인 조치를 기대하는 것 같지만 부시 정부는 현재 북한의 그런 요구를 수용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