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생수 팔던 北장사꾼 겨울에 뭐하나 봤더니…

진행 : ‘한주간의 북한 소식’입니다. 오늘도 강미진 기자와 함께 하겠는데요. 강 기자, 우선 지난 한 주 사회 동향에 대해 전해주시죠.

기자 : 네, 지난 한 주 북한 주민들은 퇴비과제 수행으로 휴일도 없이 바쁘게 보냈다고 합니다. 통상 퇴비과제는 1월 초부터 4월 초까지 해야 한다고 하는데요. 특히 해마다 퇴비 원천이 고갈되고 있어서 주민들에게 퇴비 과제는 큰 스트레스라고 합니다.

또한 퇴비대용으로 부식토를 마련하기 위해 일부 주민들이 산 속에 있는 땅을 마구 파내면서 산림이 파괴되는 2차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북한 당국의 산림화 복구 정책이 더디게 진행되는 이유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진행 : 당국이 하달한 과제 때문에 주민들이 바쁜 한 주를 보낸 거네요. 다른 소식은 없나요?

기자 : 네, 참 안타까운 소식인데요, 지난 2016년 함경북도 전체 지역을 휩쓸었던 대홍수에 대한 이야기, 다들 알고 계시죠? 피해가 가장 심했다고 알려진 함경북도 연사군에 살고 있는 한 주민이 수해 당시 트라우마로 배정받은 집을 비워둔 채 밖으로 떠돌이 장사를 다닌다고 합니다.

이 주민은 안해(아내)를 포함해 가족 4명을 대홍수 당시 잃었는데요. 심지어 시체도 못 찾았다고 합니다. 다행히 본인은 뙈기밭(소토지) 경비를 나갔다가 죽음의 순간을 모면했다고 하는데요. 가족들이 겪었을 힘든 그 순간을 떠올리면 그 집에서 잘 수 없다는 것이 떠돌이를 택한 이유라고 합니다.
 



▲각종 북한산 음료수. 소식통에 따르면 국영공장에서 생산된 음료수들은 겨울에도 판매되고 있다. /사진=내부 소식통 제공

진행 : 북한 주민들이 생활에서 여유는 가지지 못할 지라도 불상사를 겪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다른 이야기도 알아보죠. 최근 어떤 장사가 유행하고 있나요?

기자 : 네, 얼마 전 통화가 된 무산의 한 소식통이 전한 이야기인데요, 최근 물장사가 적은 돈을 들여서 큰돈을 벌 수 있는 장사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물장사라고 하면 언뜻 생각해도 여러 품종이 떠오를 텐데요, 과일이나 자연산 열매에 향료를 넣어서 단물을 파는 장사, 그리고 역시 장마당에서 여름겨울 할 것 없이 물을 파는 장사 등 정말 다양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방법을 통해 물장사에 나서는 장사꾼들에게 계절은 품목을 제한해주기도 하지만 이제는 자력갱생이 일반화되어 있어서 주민들은 “계절이 무색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합니다.

진행 : 계절이 무색하다, 그렇다면 여름에 얼음이나 생수, 냉국을 팔던 물장사꾼들이 겨울에는 다른 방식으로 장사를 하고 있다는 말씀인가요?

기자 : 겨울철 물장사꾼들의 돈벌이에 대한 소식을 전한 소식통에 따르면 여름 무더위에 얼음과 각종 까까오와 단물, 그리고 생수를 팔던 장사꾼들은 겨울이면 일반적으로 끓인 물을 판다고 합니다. 이렇게 끓인 물은 시장에서 다양하게 쓰이는데요, 우선 대부분 장사꾼은 따뜻함을 유지하기 위해 몸에 지니고 있는 물주머니에 서너 시간 간격으로 물을 공급해주고 있다고 하고요.

점심 전이나 오후 시간에 맞춰 삶은 콩을 갈아서 탄 따뜻한 두유를 파는 장사꾼도 있고요, 또 장사꾼 중에는 점심 도시락을 집에서 싸오는 주민들도 있는데요, 이들에게 두부나 시래기를 넣어서 끓인 국 한사발도 오전 내내 언 몸을 녹이는 데 한몫을 한다고 합니다. 또 생선을 파는 장사꾼들에게도 더운 물이 필요한데요, 이는 얼어붙은 고기를 떼어내는 데 더운 물과 찬물을 반반씩 섞어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죠.

진행 : 북한 주민들의 자강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래도 무더운 여름에 물장사를 하는 것보다는 많은 돈을 벌지 못할 것 같아 보이는데요, 실상은 어떤가요?

기자 : 물론 여름에 비하면 어느 정도 수익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다른 장사도 다 마찬가지거든요. 겨울 장사가 힘든 법입니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은 자체로 생계를 해결하는 강한 의지가 있기 때문에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 수익창출을 하려고 합니다. 예를 들자면 물로 수익이 적을 것을 대비해 다른 장사도 겸하는 방식으로 생계에 타격을 받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죠.

데일리NK에 해당 소식을 전한 소식통도 여름에는 장마당에서만 물을 팔아도 괜찮은데 겨울에는 아무래도 쉽지 않다고 말했는데요, 그래서 찾은 방법이 역전과 써비차 대기공간에서 데운 물과 뜨거운 국물을 파는 것이라고 합니다. 다행히 겨울에 주민들이 점심을 먹을 때 뜨거운 국을 많이 찾기 때문에 대체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하더군요.

진행 : 네, 새해를 앞둔 북한 시장에서의 물장사 판매에 대한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북한 시장 물가동향 전해주시죠.

기자 : 네. 북한의 쌀값과 환율을 비롯해 최근 시장에서의 물가 동향 알려드립니다. 먼저 쌀 가격입니다. 1kg당 평양 4800원, 신의주 4900원, 혜산 5200원에 거래되고 있고 옥수수는 1kg당 평양 1800원, 신의주 1850원, 혜산은 19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다음은 환율 정보입니다. 1달러 당 평양과 신의주는 8000원, 혜산 8025원이구요. 1위안 당 평양 1135원, 신의주 1095원, 혜산은 113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어서 일부 품목들에 대한 가격입니다. 돼지고기는 1kg당 평양 13800원, 신의주는 13000원, 혜산 138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다음은 휘발유 가격입니다. 평양 소식통은 지난주부터 북한 전체 지역에서 휘발유 디젤유 가격이 급락했다고 전하면서 주민들 속에서는 중국에서 지원을 받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난무하다고 전했습니다.

현재 휘발유는 1kg당 평양 15400원, 신의주 15500원, 혜산 15800원으로 판매되고 있고 디젤유는 1kg당 평양 7900원, 신의주 7500원, 혜산 7900원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강미진 기자
경제학 전공 mjkang@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