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반미기사 하루 4건, 무슨 일?

▲ 반미시위 벌이는 北 주민들

11월 들어 노동신문이 대미, 반미선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노동신문의 반미선전은 끊이지 않지만, 5차 6자 회담을 앞둔 지금 그 양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3일 자에는 “천백 배로 복수할 의지” 등 무려 4건의 반미기사가 실렸다.

노동신문이 조선노동당 기관지로서 북한당국의 대대외정책을 선전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3일자 노동신문은 유엔사무총장과 유엔에 보내는 편지의 성명에서 지난달 27일 한성렬 차석대사의 ‘선(先)경수로, 후(後)핵폐기’ 입장을 되풀이 했다. 이것이 5차 회담에 북한이 들고 나갈 카드이고 국제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라는 사실이 다시금 명백해졌다.

북한은 “저들의 동맹국들에게 핵무기개발과 생산은 묵인하고 지원하며 저들의 비위에 거슬리는 자주적인 나라들, 비핵국가들에는 공공연히 핵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또 “미국은 동시행동원칙은 무시하고 CVID(완전 검증가능하며 되돌려 세울 수 없는 핵포기)에 의한 先 핵포기 요구를 다시 들고나오고 있다”고 비난했다.

“천백 배로 복수할 의지”라는 노농통신원의 글은 신천군 호암리 주민들이 “미제 원쑤놈들이 고향 땅에서 저지른 만행을 한시도 잊지 않고 있으며, 미제 침략자들과 계급적 원쑤들을 천백 배로 복수할 불타는 맹세로 심장의 피를 끓이고 있다”며 열을 올렸다.

“피의 원한을 잊지 않도록” 이라는 계급교양의 글은 양강도 계급교양관 일꾼들이 “양강도 땅에서 저지른 일제와 미제, 계급적 원쑤들이 저지른 악랄한 만행을 새로 발굴하고, 보급해 당원들과 근로자들의 계급적 자각을 높여주기 위한 사업을 잘하고 있다”는 소개 기사를 실었다.

3일자는 또 “조선인민군 판문점대표부 대변인 담화”를 발표하고, “미국이 북남 사이의 대결을 고취하고 판문점회의장 구역과 군사분계선 일대의 정세를 의도적으로 긴장시키는 파렴치한 행위를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것은 지난 10월28일 군사분계선(DMZ)에서 있었던 총기오발사고를 두고 하는 소리다. 신문은 “전선동부 군사분계선 남쪽 비무장지대에서 남조선군이 우리측 지역을 향하여 여러 발의 기관총사격을 가하는 엄중한 사건이 발생했다”며 “교전상대방을 자극하여 북남대결을 격화시키며 북남사이의 화해와 협력과정을 차단하고 우리에 대한 군사적 압력을 가하려는 미국의 의도적 책동”이라고 선전했다.

미국에 책임회피, 주민들 반미감정 증폭 노려

5차 6자회담을 앞둔 시기에 북한은 왜 반미선전에 이처럼 열을 올릴까?

두 가지 의도를 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첫째, 대외에 주는 메시지다. 북한은 4차 6자 회담에서 사실상 핵폐기를 선언했다. 5차 회담은 앞으로 4차 회담에서 발표된 ‘베이징 성명’을 실행하기 위한 실무적인 절차와 방법을 논의하게 되어있다.

북한은 11월 9일 열리는 5차회담에서 ‘先경수로 제공, 後 핵폐기 전술’을 밀어 붙이려 하고 있다. 회담을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한반도의 핵 위협은 미국의 군사적 긴장상태에서 오고있다”고 선전하는 것이다.

만일 회담이 파탄날 경우 그 책임을 미국에게 돌리며 유엔의 동정심을 유도하려는 것이다.

두번째, 북한주민들 사이에서 고조되는 북미수교에 대한 기대감과 핵폐기, 경수로 제공으로 도래할 ‘평화무드’를 조기에 차단하려는 데 있다. 말하자면 주민들은 ‘쓸데없는 희망’을 갖지 말고 ‘장군님’과 군대만 잘 따라오라는 메시지다.

북한은 94년 6월 전 지미 카터와 김일성 회담 때도 주민들에게 “조미회담에 어떤 기대와 환심을 갖지 말고, 미제와 언제 한번 결판을 낼 각오를 가지고 혁명과 건설에 동원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지금 북한주민들은 김정일 정권이 미국과의 끈질긴 핵문제를 하루빨리 결속 짓고, 개혁과 개방으로 나갈 것을 목마르게 기다리고 있다. 때문에 이번 5차 회담에 거는 기대가 크다.

그러나 노동신문은 주민들의 마음속에서 멀어지는 대미 적대감정을 부추겨 주민들을 반미대결 분위기로 묶고 강경 분위기로 만드려는 것이다. 주민들은 딴 생각일랑 말고 그저 대미 적개심을 불태우면서 하나로 결속시키고, 또 당국은 이를 바탕으로 협상력을 높여보려는 수작이다.

한영진 기자(평양출신 2002년 입국) hyj@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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