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 달라진 6자회담 한미공조

검증의정서 채택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채 11일 끝난 북핵 6자 수석대표 회담은 1년 전과 달라진 한미 공조의 양상을 보여줬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 평가다.

회담장에서 한미 대표단이 긴밀히 입장을 조율한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지만 6자 틀에서 한국의 역할이 바뀌면서 공조의 양상도 변화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작년만해도 6자회담 틀에서 한국은 대북 강경파의 공세에서 자유롭지 못한 국무부 협상파에게 상황 타개의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한편 미국을 대신해 북한을 설득하는 데 주력했다.

조선신보가 10일 보도에서 쓴 표현처럼 한국은 ‘중재자’의 역할을 자임했던 것이다.

비록 2006년 10월 북한이 핵실험을 한 이후 대북 제재 문제를 놓고 한미간에 갈등이 있긴 했지만 그해 말 이후 미국이 대북 양자협상의 문을 열면서 이런 식의 한미공조는 대체로 성과있게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작년 동결 해제된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자금 송금 문제가 불거졌을 때 우리 당국이 아이디어를 낸 해결 방안(미 연방준비은행의 중계)이 미측에 의해 채택된 것이 한 예로 꼽힌다.

또 작년 2.13합의 당시 북한이 과도한 보상을 요구함에 따라 그 직전 ‘북미 베를린회동’에서 합의된 ‘BDA 자금동결해제-영변 핵시설 가동중단’ 구도가 흔들렸을 때도 한국이 대미.대북 설득에 주력, 한 발 더 나아간 불능화.신고 단계 합의가 무난히 나올 수 있었다는 평가다.

그러나 한국 정권 교체 후 두번 째로 열린 이번 6자회담에서는 우리 대표단이 원칙적이고 강한 메시지를 앞세워 북한을 압박하는 모양새가 되면서 한미공조도 작년과 다른 양상을 보였다.

한미간의 사전 의견 조율의 수준이 어느 정도였는지 정확히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우리 측이 제시한 에너지 지원과 검증의정서간의 연계 방안은 회담 중 미국 대표단이 내 놓은 대북 메시지보다 강하고 원칙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이 더 이상 북미간의 ‘중재자’이길 포기했다는 지적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애초부터 테러지원국 해제라는 지렛대를 이미 사용한 미국을 대신해 경제.에너지 지원 실무그룹 의장인 한국이 북한을 향해 시료채취가 포함된 검증 방안을 수용하라고 압박하는 쪽으로 역할 분담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한국의 역할이 달라졌을 뿐 역시 한미간에 긴밀한 공조가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이제 관심은 내년 1월20일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의 한미 공조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다. 북핵 해결을 위한 북한과 ‘터프하고 직접적인’ 협상을 하겠다고 천명한 미국 새 행정부의 등장 이후 한미공조가 어떤 강도, 어떤 양상으로 변할지 주목되는 것이다.

고려대 국제대학원 김성한 교수는 “미국 새 정부 들어서도 북핵 검증 방안 등을 둘러싼 한미공조는 여전히 유효할 것”이라며 “경제.에너지 실무그룹 의장국인 우리는 북한이 불능화를 되돌리지 않도록 하는 선에서 에너지 지원 문제를 처리함으로써 상황을 관리하는 한편 미국 새 정부의 담당자들과 지금부터 검증 관련 정책 조율을 시작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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