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기나 방 안에서도 말조심 하시오”

▲ 고려호텔 임수경 방을 올려다보는 북한 주민들. 1989년 7월. ⓒ DailyNK

평양방문 사흘 째. 김일성 동상을 참배하기로 되어있었다. 나와 의논도 없이 자기네들 마음대로 큼지막한 꽃바구니를 만들어와서는 돈을 달라고 했다.

개선문 앞에서 해설자와 나란히 기념사진을 찍었다. 프랑스 파리의 개선문보다 조금 높이 쌓았다고 한다.

개선문은 김일성 주석이 조국광복(1945년)을 이룩하고 개선한 업적을 기념하여 모란봉 기슭에 1982년 4월14일 세운 것이다. 해설자는 개선문이 높이 60m, 너비 52.5m의 3층 석조건물이며 1층 앞뒤로는 높이 27m, 너비 18m의 아치형 문이 있고, 1층과 2층은 노대의 경계를 이루고 있고, 2,3층에는 체감식으로 된 지붕이 있다고 열심히 설명을 했다.

‘그래야지, 그래야 외화를 벌지’

점심은 대동강변에 자리 잡은 그 유명한 ‘옥류관’ 냉면을 먹으러 갔다. 그 곳에 인민들이 모여 있었다. 식당 자리가 없어 문 앞에 쭈그리고 앉아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거의 다 담배를 물고 있었다.

마을별로 단체로 왔다는데 왜 그렇게 와야 하는지 나중에 알게 됐다. 바로 그날이 냉면집 문 여는 날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1주일 내내 영업을 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 평양 옥류관

특실로 안내된 우리 일행에게 무조건 쟁반국수가 나왔다. 정말 매워서 호호 불어가며 매운 맛을 식혀야 했다. 어떤 사람은 한 그릇 더 먹었다. 옛날 옥류관 맛이 난다고 하는데, 나는 옛날 냉면을 먹어보지 않아서 그런지 잘 모르겠더라.

내 입에는 서울에서 먹는 평양냉면 맛이 훨씬 개운한 것 같았다. 냉면 값은 인민들에게 받는 값보다 10배 정도 더 받았다. ‘그래야지, 그래야 외화를 벌지’ 하는 생각으로 너그러이 이해했다.

옥류관이란 이름은 먼 옛날부터 있었다고 한다. 유유히 흐르는 대동강을 담장 삼아 1960년대에 대규모로 건설하여 개업한, 북한에서 제일 규모가 큰 식당이다. 북한을 방문하는 외국의 주요 인물이나 남한에서 방문하는 사람들은 한번쯤 들르는 곳이다. 식당에서 창을 내다보면 넓은 대동강이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웠다.

저녁 식사 후 북한 출신들은 따로 어디론가 무슨 토론회가 있다고 갔다. 무슨 공작(?)이나 선전 교육을 시키겠지 하는 생각을 했다. 나는 대북사업 구상과 관련 특별히 부탁하여 수산업을 전문으로 하는 ‘대성총국 제3 상사(먼 바다 어업담당)’ 사장을 별도로 호텔 면담실에서 만났다. 평양으로 여행을 떠날 때 여행 외의 목적이 있었다.

▲ 대동간변 거리의 사진사

평양 관광 중 계속 감탄사를 사용했다. 그러나 호텔 방에 들어오면 낮에 쌓였던 비판적인 말이 저절로 나왔다.

“자기네들은 최고인 것처럼 자랑하지만 인민들은 그걸 만들기 위해 얼마나 고생스러웠겠나. XXX들 !”

혼자의 방이라 마음 놓고 비판하고 욕하면서 스스로 자위를 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승강기와 방 안에서도 말조심을 해야 한다”고 충고를 했다. 이렇게 바쁜 일정을 보내다가 2월이 되어 북경으로 나왔다.

임수경 방북으로 평양시내 인산인해

평양 관광동안 우리 일행을 잘 먹이겠다고 나름대로 애쓰는 모습을 보았지만 차린 밥상이 허술하여 주식인 밥부터 부족했다. 부식은 밥에 맞추어 아껴먹어야 했고, 김치는 이름만 김치지 우리네들이 말하는 김치는 아예 구경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북경에 나오던 날은 김치라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식당을 찾았지만 당시에는 중국에 한국 식당이 거의 없던 때였다. 홍콩에 도착해서야 맛있는 한국음식점이 많아 부식을 양껏 먹을 수가 있었다. 당시에는 서울~중국 직항이 없던 때라 평양~북경~홍콩~서울로 아시아를 한바퀴 빙 돌아왔다.

그해 6월 평양에 다시 갔을 때 임수경 또한 평양에 왔다. 임수경은 제13차 세계청년학생 축전에 참가하기위해 남한정부 몰래 일본과 동베를린을 거쳐 1989년 6월30일 평양순안비행장에 도착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평양 시민들이 임수경을 환영하기위해 공항에서부터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화창한 날씨에 소나기가 잠깐 지나간 후 고려호텔 주변길은 교통통제가 이루어질 정도로 난리가 났다.

<필자약력> -경남 진주사범학교 졸업 -국립 부산수산대학교 졸업, 원양어선 선장 -1976년 미국 이민, 재미교포 선장 1호 -(주) 엘칸토 북한담당 고문 -평양 순평완구회사 회장-평양 광명성 농산물식품회사 회장 -(사) 민간남북경협교류협의회 정책분과위원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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