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은 1일(현지시간) 본회의를 열고 캐슬린 스티븐스(55.한국명 심은경) 주한 미대사 지명자에 대한 인준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스티븐스 지명자에 대한 인준안 표결은 해리 리드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인준안 리스트를 제시하고 반대가 있는지 질문하는 형식으로 이뤄졌으며, 이에 대해 아무런 이의가 제기되지 않아 인준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스티븐스 지명자에 대한 인준안 통과는 지난 1월 22일 부시 대통령이의 지명 이후 6개월이 소요됐다. 이는 샘 브라운백 공화당 의원 등이 국무부의 대북정책에 불만을 표시하며 스티븐스 지명자에 대한 인준 표결을 반대해왔기 때문.
하지만 최근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청문회에서 북한인권문제를 중시하겠다고 다짐하자 브라운백 의원이 반대 입장을 철회하면서 전격 통과됐다.
이와 함께 스티븐스 차기 주한 미대사에 대한 한국 정부의 아그레망 절차는 이미 완료됐다고 연합뉴스가 주미 대사관측의 말을 인용해 3일 밝혔다.
아그레망은 외교사절 파견에 앞서 상대국의 사전 동의를 받는 외교적 절차로 우리 정부는 스티븐스 주한 미대사 지명자에 대한 상원 인준이 지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준안의 본회의 처리 이전에 이미 아그레망을 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스티븐스 차기 주한 미대사는 조지 부시 대통령으로 신임장 제정만 받으면 이 달말이나 다음 달께 정식 부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백악관 당국자는 “스티븐스 대사가 부시 대통령의 8월초 한국 방문에는 수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스티븐스 차기 주한 미대사를 두고 미 상원 중진의원들이 최적임자라고 치켜세우며 본회의의 만장일치 승인을 이끌어 내는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상원 내에서 가장 존경받는 원로로 꼽히는 존 워너 의원(공화)이 스티븐스 지명자의 인준을 앞장서 주창해 같은 공화당 소속 샘 브라운백 의원이 반대를 철회하고, 상원 본회의의 만장일치 승인을 이끌어내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5선 의원으로 30년간의 상원의원 생활을 마치고 올해 말로 은퇴하는 워너 의원은 6.25전쟁 당시 해병대 장교로 참전해 한국과 깊은 인연이 있다. 그는 “스티븐스 지명자가 모든 면에서 (주한 미 대사라는) 이 막중한 자리에 특출한 자격을 갖췄다고 확신한다”고 칭찬했다.
한편, 스티븐스 지명자는 1975년 충남 부여와 예산에 평화봉사단의 일원으로 파견돼 예산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면서 한국과 첫 인연을 맺었다.
한국 체류 중 지난 1977년 주한미대사관에서 실시한 시험에 합격, 1978년 외교관으로 첫 발을 내디뎠으며 이후 주한 미대사관과 부산 영사관 등에서 근무한 바 있다.
스티븐스는 2005년 6월부터 국무부 동아태 담당 부차관보로 임명돼 북핵문제와 한미관계를 챙겼으며, 최근까지 국무부 동아태 담당 선임고문으로 일해왔다.
그는 한국어도 유창하게 구사하며 한국인 전 남편과의 사이에 외아들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