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北 첫 지원 요청…’제2의 룡천’ 되나

북한이 남측 정부와 민간의 지원을 요청해옴에 따라 경색된 남북관계가 풀려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중국 랴오닝(遼寧)성에 나와 있는 북한 김성원 단둥(丹東) 민족경제협력위원회(민경협)대표부 대표는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남한 정부가 정치적 목적 없이 진정으로 돕는다면 못 받을 이유가 없다”고 말해 올해 수해가 발생한 뒤 처음으로 북한이 공식적으로 지원을 요청했다.

특히 그는 지금 북한의 수해 구호에 가장 필요한 것은 쌀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북측의 이같은 입장은 지난달 26일 대한적십자사가 국제적십자연맹(IFRC) 동아시아대표부를 통해 전달한 긴급구호에 대한 거부입장을 뒤집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당시 북한 적십자회는 “남측의 성의는 고맙지만 이번에는 자체적으로 극복해 보겠다”고 정중한 톤으로 답을 전달했지만 제19차 장관급회담에서 남측이 쌀·비료지원과 미사일 발사를 연계한 데 대한 섭섭함이 묻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북측이 입장을 바꿔 남측에 대한 지원수용 입장을 밝힌 것은 자체적으로 수해를 극복하기에는 상황이 매우 절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김성원 대표는 “인명피해는 아직 집계가 완전히 끝나지 않아서 구체적인 숫자를 말하기 어렵다”며 “특히 곡창지대인 황해남·북도 지역은 비로 인해 많은 면적의 논과 밭이 완전히 물에 잠겨 일부 지역에서 벼농사는 완전히 끝난 것 같다”고 전했다.

또 최근 북한을 방문해 평안남도 지역 등을 둘러보고 지난달 29일 서울로 돌아온 김진경 연변과기대 총장은 “수해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북한의 분위기는 마치 전시체제를 방불케 하고 황해도 연백평야 농사도 다 망가진 상황”이라며 “수재민들은 높은 곳에서 야영생활을 하고 있는데 먹을 것과 모포 등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일부 민간단체에서는 이번 폭우로 북한에서 1만여명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한 것으로 전하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증언은 북한의 피해상황이 예상 밖으로 심각할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북한의 수해지원은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2004년 발생했던 룡천역 폭발사고 지원 때 각급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한 대북지원이 큰 역할을 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다시 유사한 바람이 불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남북 민간 실무대표들은 오는 11일 금강산에서 만나 8.15축전 무산에 따른 대책과 남북 수해복구 지원문제에 대해 머리를 맞댈 예정이다.

또 정부는 민간단체의 대북지원에 매칭펀드 형식으로 힘을 보태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적은 규모지만 쌀 지원도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부에서는 수해복구를 위한 북한의 지원요청이 있었던 만큼 한적이 남북간 직접채널을 통해 북측에 대한 지원문제 논의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룡천역 사고 때처럼 한적이 북측과 구호와 관련한 회담을 갖고 북측의 피해상황과 긴급하게 필요한 물품 목록을 확보해 체계적인 지원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정부의 직접적인 대북식량지원이 어려운 속에서 한적이 나서 모금이나 기업 기부를 통해 쌀을 마련하고 정부가 매칭펀드 형태로 참여함으로써 예년보다는 적은 규모라도 대북식량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김진경 총장은 “북한 내부에서는 수재민을 도울 수 있는 여력이 없는 만큼 같은 민족으로 북측을 도움으로써 북쪽에 있는 형제들에게 감동을 주자”고 말했다.

한 민간단체 관계자는 “미사일 발사 이후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커진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지만 동족으로서 북측의 피해를 도외시할 수만은 없는 것 아니냐”며 “대북수해복구 지원을 통해 남북간의 신뢰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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