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진화 헬기 DMZ진입과 정전협정

산불진화용 헬기가 8일 분단 이후 처음으로 군사분계선(MDL) 이남 비무장지대(DMZ)에 들어간 것은 남북이 기울여 온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의 성과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53년 체결된 정전협정 제1조 10항은 DMZ내 민사행정 및 구제사업을 위해 군인 또는 사민(민간인)의 출입을 규정하고 있으나, 산불진화를 위한 재난방지 활동 등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정전협정은 민사행정 및 구제사업을 위해 DMZ내 진입을 허가받은 군인 또는 사민의 수를 해당사령관(남측은 유엔군사령관)이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인원의 총수는 1천명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수년째 막대한 인명 및 재산피해를 가져온 영동지역 산불피해의 진원지 가운데 하나로 지목되는 DMZ내 산불을 조기에 진화하기 위해 MDL 남측지역을 관할하는 유엔군사령부는 물론 북측의 협조가 필요하다.

자칫하면 남북 간 군사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94년 12월 주한미군 헬기가 DMZ내 지형숙지 비행 중 군사분계선(MDL)을 넘어갔다 북측의 사격을 받고 격추된 사례도 있었다.

현행 정전협정상 MDL 이북 지역은 북한 인민군 총사령관과 중국
인민지원군 사령원이 공동으로 책임지고 있다.

국방부는 이같은 DMZ의 특성 때문에 소방헬기 투입을 고민하다 유엔사와 협의를 거쳐 일단 북측에 협조를 요청해 보기로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사측은 남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8일 오전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를 통해 북측의 인민군 판문점대표부에 산불진화를 위한 헬기진입 의사를 통보했다.

북측은 남측으로부터 통보를 받은 지 3시간만인 오후 1시 45분께 소방헬기의 DMZ 진입에 대해 “산불진화 작업에 동원된 인원과 소방장비들이 군사분계선을 넘지 않도록 대책을 취해달라”는 조건을 달아 유엔사측의 소방헬기 진입 요청에 동의했다.

현재 DMZ 내에서 군사용 및 민간 헬기 이ㆍ착륙은 판문점 지역에만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유엔사가 북측에 첫 헬기진입에 대해 통보한 것은 그동안 신뢰구축이 충분히 이뤄졌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면서 “북측도 전격적으로 유엔사 요청에 동의해 왔다”고 말했다.

북측은 지난 1월과 2월에도 남측 경비함과 해상 초계기의 북측 영해ㆍ영공 진입을 허용한 적이 있어 앞으로 재난구조활동의 경우 상호협조가 관례로 정착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전협정에 따를 경우 소방용 헬기 진입에 북측의 ‘허용’이 필요하지 않은 사안인데도 그 동안 DMZ내 진입요청이 단 한차례도 이뤄지지 않은 것은 ‘문제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솔직히 요청해 볼 생각도 못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남북 간에 군사적 신뢰관계가 구축돼야 가능하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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