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라의 원조’ 이민복씨

“풍선(대북전단.삐라)은 눈과 귀가 막힌, 사지와 정신까지 묶여버린 불쌍한 북녘 동포를 위한 기초적인 인권운동이지만 이를 정치적 운동으로 비화시켜서는 안 됩니다.”

탈북자단체인 기독북한인연합의 이민복(52) 대표는 7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남북한의 정부와 사회를 자극하면서 풍선운동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의 가르침을 인용한 그는 “무리하게 북한을 자극할 필요도 없고, 정부 입장을 곤란하게 만들어서도 안 된다”면서 “삐라 살포는 우리를 홍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북한 주민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게 하고 그들에게 진실을 알리는 것이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탈북자로는 처음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의 도움을 받아 1995년 2월 서울에 도착했다는 이 대표는 남한 내 민간단체로는 처음으로 2003년 10월 풍선을 이용해 삐라를 북녘으로 날려보낸 ‘삐라의 원조’이기도 하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삐라 살포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된 것은 북한이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전후해 남한 당국에 대북방송 중단을 집요하게 요구하는 것을 본 것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그는 삐라 살포를 ‘풍선사역(使役)’이라고 부른다.

통일과 북한 주민들의 복음을 위해 ‘북한 선교의 주역은 우리(탈북자)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1998년 12월 기독교를 믿는 탈북자들을 중심으로 기독북한인연합을 구성했다는 이 대표에게 삐라는 “북한 주민들의 눈과 귀를 열어주고, 그들에게 종교를 가질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알리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삐라 살포 초기에는 작은 풍선을 이용했으나 2005년 7월부터 가로 1.8m, 세로 11m의 대형 비닐풍선을 이용하고 있다.

20∼60분이면 터져버리는 고무풍선과 달리 비닐풍선은 시한장치를 달아 터지는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것은 물론 4시간 이상 터지지 않아 평양에까지 삐라를 살포할 수 있으며 최대 7㎏의 전단지 뭉치를 실어나를 수 있다.

그는 “수백만명의 정규군.민간무력과 핵무기까지 갖고 폐쇄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북한도 레이더로도, 눈으로도 볼 수 없는 풍선을 막을 수단이 없다”면서 “북한 실정에서 풍선을 이용한 삐라는 북한 주민들의 눈과 귀를 열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수단”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삐라를 살포하는 목적을 크게 3가지로 설명한다.

첫째는 김일성.김정일 부자를 우상화하는 북한의 ‘수령 숭배’를 집중 공략함으로써 김정일 부자가 얼마나 잘못된 지도자인가를 보여주는 것이며 둘째는 6.25전쟁이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됐다는 진실을 알려줌으로써 남한이라는 ‘증오의 대상’을 무너뜨리겠다는 것.

마지막으로는 북한이 우습게 보는 남한의 국방력이 북한을 훨씬 능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줌으로써 북한 체제유지의 근간인 ‘선군정치’를 붕괴시켜 보겠다는 주장이다.

북한 주민이 술자리에서 삐라 얘기를 했다는 이유로 처벌을 받았다는 소식이 들리는데 대해서도 그는 “삐라의 영향력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반세기를 넘는 북한 당국의 폐쇄적 태도는 바깥 세상을 알고 싶어하는 주민들의 궁금증을 본능적으로 높여놨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삐라가 살포될 때마다 이를 보도하는 남한 언론에 대해 “탈북자 개개인이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며 후원금을 모으기 위해 바람이 북녘땅으로 불지 않는데도 마구 풍선을 날리는 행위를 단순한 기사거리로 다뤄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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