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능화팀 訪北…비핵화 2단계 어떻게?

미국 전문가들로 구성된 불능화 이행팀의 1일 방북을 시작으로 핵프로그램 신고와 불능화로 구성된 비핵화 2단계가 실질적으로 이행된다.

이로써 신고.불능화의 이행, 평화체제 프로세스의 개시,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및 대 적성국교역법 적용 종료 등 2.13합의와 10.3 합의에 명시된 조치들이 향후 2~3개월 안에 잇달아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비핵화 일정표 = 8~10명으로 알려진 불능화 이행팀은 방북 후 곧바로 5MW원자로, 재처리시설, 핵연료봉 제조공장 등 영변 3대 핵시설에 대한 불능화에 돌입한다. 이미 성 김 미 국무부 한국과장 일행의 두차례 방북을 통해 북측과 구체적 불능화 조치에 대해 심도있는 협의를 진행한 만큼 지체없이 작업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6자가 합의한 10여가지 불능화 조치를 완전히 마무리하기에는 연말까지도 시간이 모자랄 수 있지만 이달 말이면 이른 바 `손에 잡히는 불능화’가 이행될 수 있을 것으로 당국자들은 보고 있다.

2단계의 또 다른 한 축인 신고 문제도 이달부터 진행될 것이라고 당국자들은 전했다.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지난 25일 “향후 2주 내에 북한이 (핵프로그램) 리스트를 우리와 공유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한 것으로 미뤄 오는 10일 안에 북한이 1차로 신고 리스트를 낼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당국자들은 신고의 경우 핵 폐기 때까지 계속될 작업이라고 보고 있다. 6자 합의문에 명시된 `모든 핵프로그램의 완전한 신고’의 해석을 놓고 북과 나머지 5개국 간 해석차가 있을 수 밖에 없는 만큼 북한이 한번에 만족할 만한 수준의 목록을 제시할 것으로는 보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북한이 초안을 내면 그에 대해 나머지 참가국들이 보완을 요구하는 식으로 연말까지 신고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이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50kg안팎의 무기급 플루토늄의 내역 신고와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과 관련한 의혹 해명이 신고와 관련한 참가국들의 기대치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북한의 보유 핵무기 현황 파악은 내년 핵폐기 단계로 넘겨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예상이다.

◇대북 상응조치 이행 계획 = 신고.불능화에 대한 상응조치로 2.13 합의에 명시된 중유 100만t 상당의 대북 지원과 관련, 한국.중국.미국에 이어 이달 중 러시아가 중유 5만t을 제공하게 된다.

또 일본이 계속 대북지원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한.미.중.러 등 4개국 간 협의를 거쳐 이들 국 중 한 곳이 12월 북한에 중유 5만t을 추가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핵시설 `폐쇄(가동중단)’의 대가로 가장 먼저 5만t을 제공했던 한국이 부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6자는 북한이 희망하는 발전소 개보수 설비 제공 문제도 `연내 이행 개시’를 목표로 계속 협의해 나갈 전망이다.

아울러 10.3 합의에 따라 미국은 북의 신고.불능화 이행에 맞춰 북한에 걸어 놓은 테러지원국과 대적성국교역법의 족쇄를 푸는 작업을 진행한다.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의 경우 미 행정부는 발효 희망일 45일 이전에 북한을 리스트에서 빼겠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해야 하는 만큼 이달 중 미측의 구체적인 관련 조치가 이뤄질 전망이다.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따르면 신고.불능화와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등 북.미가 이행할 조치가 동시에 이뤄져야할 것으로 보이지만 기술적인 문제로 그럴 가능성은 적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최근 조성된 양측의 신뢰관계에 비춰 양측 조치 이행에 다소간의 시차가 발생하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평화체제 협상.6자 외무장관 회담 연내 개시 여부 주목 = 한반도의 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기 위한 협상 틀의 연내 출범 가능성도 주목된다.

한국은 `손에 잡히는 불능화’가 이행되면 평화체제 협상을 개시할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미국은 신고.불능화가 완료돼 최종 핵폐기 협상에 들어갈 준비가 됐을 무렵 평화체제 협상을 개시하길 선호하고 있다.

그런 만큼 이달 말 쯤부터 평화체제 협상 개시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비핵화 이행이 순조로울 경우 남.북.미.중 4개국의 외교장관 또는 6자회담 수석대표 선에서 올해 안에 평화체제 교섭의 시작을 알리는 선언을 한 뒤 본격적인 협상은 내년 초부터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예상이다.

힐 차관보도 지난 26일 “모든 게 북한의 향후 비핵화에 달려 있지만 연내 평화체제(peace process) 협상을 시작못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면서 “연내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가 시작돼야 하고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같은 시나리오에 무게를 싣고 있다.

또 불능화.신고 이후 북한의 보유 핵무기와 플루토늄 처리문제를 놓고 벌일 마지막 협상 틀을 짜기 위한 차기 6자회담과 6자 외교장관 회담도 연내에 열릴 수 있다고 당국자들은 전했다.

이 같은 이벤트의 구체적인 추진 일정은 워싱턴에서 오는 7일 열리는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거쳐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난관은 없나 = 비핵화 2단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로는 자국민 납북자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미국이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을 해제해서는 안된다는 일본의 입장,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북-시리아 핵커넥션 의혹 등이 꼽힌다.

`일본 변수’의 경우 일본이 사생결단식으로 미국 행정부와 의회에 로비할 경우 미국도 동맹국 입장을 완전히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만만치 않다.

이 문제는 북.일 관계정상화 논의가 진전을 거둘 경우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수 있지만 납치문제에 대한 북.일간 협의가 평행선을 유지할 경우 비핵화 2단계 행로에 커다란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북-시리아 핵커넥션의 경우 의혹을 입증할 증거가 제시되느냐에 따라 비핵화 트랙에 미칠 영향력 유무가 결정될 전망이다.

미국 최고위층에서 이 문제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처럼 결정적 증거 없이 의혹만 제기될 경우 강경파들이 현재의 비핵화 협상 틀을 흔들 소재로 사용하기엔 역부족일 것이라는 게 많은 이들의 예상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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