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능화’의 북한식 표현 ‘무력화’ 의미는

북한이 핵시설의 ‘불능화'(disablement)를 ‘무력화'(無力化)로 표현해 주목된다.

북핵 6자회담 우리 측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7일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열린 비핵화실무그룹 회의 후 언론 브리핑에서 “북측은 `조건이 성숙되는대로 신고.불능화 조치를 하겠다’고 했다”며 북한이 불능화를 무력화로 표현했다고 밝혔다.

2.13합의문은 영어로만 만들어져 있고 각국은 자국의 편의에 따라 번역하도록 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13합의문은 “초기조치 기간 및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모든 핵프로그램에 대한 완전한 신고와 흑연감속로 및 재처리시설을 포함하는 모든 현존하는 핵시설의 불능화를 포함하는 다음 단계 기간 중,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최초 선적분인 중유 5만톤 상당의 지원을 포함한 중유 100만톤 상당의 경제.에너지.인도적 지원이 제공된다”고 언급돼 있다.

그러나 북한은 2.13합의문 발표 직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회담 결과를 간략하게 보도하면서 중유 100만t 지원 대가로 핵시설 불능화 대신 ‘핵시설 가동 임시중지’라고 표현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북한이 핵시설 불능화 조치를 부인하는 것 아니냐는 섣부른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무력화라는 용어로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게 된 셈이다.

북한의 조선말대사전은 ‘무력하다’를 “힘이 없거나 능력 같은 것이 없다”로, 무력화를 “무력한 것으로 되거나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능화 조치는 핵심부품을 뜯어내 핵시설을 다시는 가동할 수 없도록 사용 불능 상태로 만드는 것으로 영구 폐기의 직전 단계라는 점에서 사실상 무력화의 ‘능력 상실’ 의미와 같다.

북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도 회담 직후 불능화와 관련해 “황소를 거세하는 것과 같다”고 표현한 것으로 알려져 북한도 불능화를 ‘영구적인 능력 상실’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나타냈다.

이와 관련, 외교관 출신 탈북자들은 “북한에서 불능화라는 용어는 아주 생소해 북한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었을 것”이라며 “불능화와 맞먹는 북한식 용어는 무력화나 거세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특히 “2.13합의문 발표 당시에는 북한도 생소한 불능화 용어를 그대로 쓰기가 난감했을 것”이라며 추후 내부적인 논의를 거쳐 북한식으로 무력화라고 용어 정리를 했을 것으로 관측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13합의문에는 불능화 개념이 무엇인지, 더욱이 불능화 단계에서 이행해야 할 조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해석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불능화라는 목표점을 명확히 하는 것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천 본부장도 이날 회의에서 “불능화 개념에 대해 공통의 이해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고 다른 나라들이 공감했다”며 “불능화가 무엇인지에 대해 모든 당사국들이 동일한 이해를 갖도록 작업하고 있다”고 밝혔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