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대표단 국회방문 이모저모

‘8.15민족대축전’에 참가 중인 북측 당국 대표단은 16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방문, 김원기(金元基) 국회의장을 예방하고 오찬을 함께 하는 등 사흘째 행보를 계속했다.

이날 오전 10시40분께 숙소를 출발한 김기남 단장 등 북측 당국 및 민간대표단 20명은 당초 예정시간 보다 8분가량 늦은 11시8분께 국회에 도착, 정동영 통일장관과 남궁석 국회 사무총장의 안내를 받으며 곧바로 국회의장 접견실로 향했다.

김 단장은 접견실 앞에 마련된 방명록을 정 장관이 펼쳐주자 “길게 쓸 것 없지”라는 말과 함께 정 장관에게 다정한 미소를 보인 뒤 ‘북남 화합과 단합에서 많은 성과가 있을 것을 바란다’라고 적었다.

김 단장은 이를 지켜보던 정 장관이 “글씨가 명필이다”라고 말하자 조용한 목소리로 “졸필”이라며 가벼운 농담으로 친근감을 과시했다.

김 단장 일행은 이어 김덕규, 박희태 국회부의장 등의 환대를 받으며 접견실로 들어서 김 국회의장 등 남측 인사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인사를 건넸다.

김 의장은 “북측 대표단이 국회를 방문한 것은 분단 60년만에 처음”이라며 “여러분들의 방문이 남북 협력관계에 새 지평을 여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이어 “8.15 축전 행사를 우리 국민이 접해보고 모두 뜨거운 정을 느끼고 있다”는 김 의장의 말에 김 단장은 “저도 목격을 했다”며 공감을 표시했다.

김 의장은 자신의 국회의장 취임사를 언급하며 “남북 협력관계에서 적극적 역할을 하기 위해 남북 정치인 사이에 속깊은 대화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국회도 (남북)정치인 사이의 대화틀이 마련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남북 국회간 교류를 간접적으로 제안했다.

김 의장은 획기적인 남북관계 발전에 장애가 되는 국제정세를 완화하고 정리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북핵 문제를 간접적이고도 조심스럽게 꺼냈다.

그는 “그런 면에서 6자회담이 중요하고 다 같이 노력하자”며 “국제환경 개선을 통해 남북간 본격적인 협력시대가 크게 열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단장은 구체적인 즉답을 피한 채 “남녘 동포들의 통일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절절한 가를 피부로 느끼고 크게 감동했다”며 “앞으로 6.15 공동선언을 활짝 피게 하는데 이번 행사가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다.

김 단장은 이어 “앞으로 조국 통일사업에 국회가 커다란 역할을 하길 바란다”며 “북남 단합과 협력에 국회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원기 국회의장 및 여야 원내대표 등과 북측 대표단은 이후 11시35분께부터 12시10분께까지 비공개로 면담을 가진 뒤 곧바로 국회 본회의장으로 향했다.

김 단장 일행은 본회의장 중앙통로 끝까지 걸어 내려가 선 채로 남궁석 국회사무총장으로부터 오는 9월1일부터 본격 운영을 앞둔 최첨단 컴퓨터 시스템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설명도중 의원석에서 갑자기 노트북 형태의 소형 컴퓨터 수 백개가 튀어나오자 북측 대표단 일행은 디지털 카메라를 꺼내 촬영을 하는 등 최첨단 시스템에 다소 놀라는 눈치였다.

김 단장은 “국내에서 아직 공개되지도 않은 시스템을 우리 일행에게 보여줘 감사하다”며 본회의장을 둘러본 소감을 대신했다.

김 단장 일행은 본회의장을 나서 곧바로 국회 의정홀에 마련된 김원기 국회의장 주재 오찬장으로 향했다.

이날 오찬에는 북측 당국 및 민간 대표단 50여명과 남측 및 해외 대표단 150여명, 국회의원 50여명 등 총 250여명이 참석했다.

김 단장은 김원기 의장과 환담을 하던 중 현장 연주팀의 음악연주를 듣고 “우리 공화국에서 들리던 선율이 여기서도 들리니 제 집에 온 기분”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김 단장은 헤드 테이블 건너편에 앉은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보고 “구면입니다”라며 인사를 건넸으며 림동옥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도 바로 옆자리에 앉은 박대표와 악수를 했다.

김원기 의장의 오찬사에 이아 답사에 나선 북측 최창식 보건성 부상은 “참다운 정치인들은 언제나 시대를 선동하고 앞장서서 개척해갔다”며 “6.15 통일시대의 앞장에는 응당 정치인들이 서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정치인이 앞장서고 온 겨레가 뒤따를 때 우리 민족끼리 몰아가는 통일열차는 사나운 역풍이 불어와도 순간 답보와 퇴보를 모르고 가까운 앞날에 통일역에 당도하고 말 것”이라며 “우리민족끼리 통일을 위하여”라며 복분자주로 건배를 제의했다.

이날 오찬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오후 2시께까지 진행됐으며 은대구 간장구이, 쇠고기 등심 및 김치 볶음밥, 오미자차 등이 음식으로 나왔다.

이날 오찬에서 헤드테이블에 앉았던 20여명의 남북 관계자들은 오찬 직후 취재진을 향해 나란히 잠시 포즈를 취한 뒤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눴다.

김 단장 등 북측 일행은 국회의사당을 나와 본관 서쪽편에 ‘시련과 전진’을 주제로 열리고 있는 광복 60주년 사진 전시장으로 향했다.

이들은 전시장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이 2000년 6.15 정상회담에서 손을 맞잡고 찍은 사진 앞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김 단장은 이날 국회 방문을 묻는 소감에 “훌륭하다”고 짤막하게 답한 뒤 배웅을 나온 남궁석 국회사무총장에게 “통일에 밑거름이 되도록 노력하자”는 말을 남기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입원중인 신촌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으로 출발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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