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3자협의 재활성화 추진 안팎

한국과 미국, 일본이 북핵 문제와 관련, 3자협의를 재개키로 함으로써 지난해 6월 워싱턴에서 3국의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들이 3자 비공식 만찬회동을 한지 1년여만에 회의가 재개되게 됐다.

송민순(宋旻淳) 당시 외교부 차관보와 사사에 겐이치로(佐江賢一郞)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동시에 미국을 방문, 각각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회동한 뒤 힐 차관보가 두 사람을 저녁식사에 ‘사적으로’ 초대하는 형식으로 3자회동이 열렸으나 회동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었다.

당시 미국과 일본측은 3자회동 성사에 대한 희망을 공개표명했으나, 한국측은 일본과 역사갈등으로 인한 긴장관계까지 겹쳐 소극적인 태도를 취했었다.

그러나 최근 힐 차관보의 방한 때 3자회동 성사설이 일본 언론에 보도된 이후 이번에 실제로 3자협의가 열리게 됐다.

한국 정부가 3자협의에 동의한 배경에 대해 이태식(李泰植) 주미대사는 한국이 미국 및 일본과 각각 따로 협의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북한의 미사일 발사후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 과정에서 미.일간 협의에 참여하지 못함으로써 한국 정부 입장을 반영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점을 들었다.

특히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가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참여국들의 ‘공동의 포괄적인 접근법’을 협의키로 합의한 만큼, 이 표현을 만들어내며 대북 제재국면을 대화국면으로 전환하기 위해 진력하고 있는 한국 정부로선 3자협의의 필요성이 커졌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은 미사일 발사 후 미국보다 앞장서 대북 제재 강화를 외치며, 미국과 대북 제재에 긴밀하게 공조하고 있는 만큼 한국 정부로선 이를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은 늘 북한 문제에 대해서 뿐 아니라 동북아 지역 전체 전략차원에서 한.미.일 3각 공조 복원을 막후에서 추진해왔다는 점에서 3자협의 재개를 위한 미국의 강력한 종용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의 공식회의가 2003년 1월 이후 실종되고 비공식 회의만 열리는 동안 한국과 미.일간 대북 정책의 차이가 부각되면서 북한이 3각공조의 균열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는 게 미국의 시각이기 때문이다.

한.미.일 3자 정책실장간 협의는 계속되고 있으나, 이 모임은 장기전략에 관한 논의가 위주이고, 당면 현안에 대한 정책은 차관보급이나 국장급에서 논의.수립된다.

이와 관련, 마이클 그린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 보좌관은 지난 14일 미 하원 국제관계위 청문회에서 “미 행정부가 대북 전략과 전술을 긴밀하게 조합할 수 있는 TCOG을 재활성화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역설했다.

그린 전 보좌관은 “1998년 TCOG 출범 후 북한 문제에 대해 한.미.일이 긴밀히 조정해 나가자 중국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 북한의 분열전술을 억제했었다”고 TCOG 재활성화 필요성을 설명했다.

한.미.일 3자가 긴밀히 협력하는 게 중국의 대북 영향력 행사를 권장하게 된다는 것이다.

TCOG이 동력을 상실하게 된 결정적인 경위에 대해 그린 전 보좌관은 “2004년 3월 일본의 시마네현이 독도를 일본 영토로 규정한 조례를 통과시킴에 따라 양국 관계가 급격히 악화됐다”고 말했다.

이후 “보수적인 한나라당이 노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고 진보진영이 보수주의자들의 일제 협력에 대한 국회 조사로 반격함에 따라 역사 문제가 더 폭발성을 띠게 됐다”고 그린 전 보좌관은 말하고 “북한 핵프로그램에 대한 일본 강경파와 한국의 대북 포용정책 확대간 간극이 점점 벌어진 것도 부정적인 방향에 기여했다”고 덧붙였다.

TCOG이 빈사상태에 이른 것이 한.일간 역사갈등으로 인한 양자관계 악화와 대북정책 이견이라고 진단한 것이다.

그린 전 보좌관은 TCOG외에 “한.미.일 3자 국방협의”와 한.일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도 교착상태라며, 미 국방부가 한국과 일본에 대해 정례 3자 국방협의회 재개에 동의토록 노력을 기울일 것을 촉구했다. 이것이 현재와 같은 결정적인 국면에 대북 억지력 신호로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3자협의 재개에 동의한 시점이 일본의 아베 정권 출범을 앞뒀다는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한국과 일본은 물론 미국도, 아베 정권 출범이 고이즈미 총리 때 손상된 한.일관계를 복원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는 만큼, 3자협의는 그 가능성을 점검해보는 자리가 될 수도 있다.

북한문제 관련 3자협의는 1993년 미 국무부와 워싱턴 주재 한.일 양국 대사관 관계자의 모임으로 시작돼 1999년 TCOG이라는 고위급 정식회의체로 발전했다.

당시는 1998년 10월 김대중(金大中) 신임 대통령이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당시 일본 총리와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발표하고 한국의 대일 문화시장 개방 조치가 이뤄지는 등 우호분위기가 형성되던 때로, TCOG과 3자 정례 국방협의회가 이때 시작됐었다.

그러나 이태식 대사와 미 국무부 관계자는 18일 재개되는 3자협의를 ‘TCOG’이라고 부르는 것을 망설였다.

한.미.일 3자간 이견을 조정.조율하는 효과가 클지, 이견을 노정하는 결과를 빚을지 재출발을 조심스럽게 시험해보는 단계라는 인식 때문으로 보인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