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2.13합의 1년..성과와 한계

북핵 6자회담에서 북한의 핵시설 폐쇄(1단계)와 핵프로그램 신고 및 핵시설 불능화(2단계)를 명시한 `2.13합의’가 나온지 13일이면 1년이다.

2.13합의는 북한이 핵시설을 폐쇄하면 나머지 5개국은 중유 5만t을 제공하고 북한이 2단계 조치를 이행하는데 맞춰 중유 95만t에 상응하는 경제.에너지 지원을 제공하는 한편 미국은 테러지원국 해제 및 대 적성국교역법 적용 종료 등의 조치를 취한다는 게 골자다.

또 1단계 이후 6자 외무장관회담을 개최하고 별도의 포럼에서 한반도 평화체제를 논의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9.19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담았다는 평가를 받는 2.13합의는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묶인 북한의 불법자금 문제로 넉달가량 진척을 보지 못하기도 했지만 지난해 6월 BDA 문제 해결과 함께 6자회담의 가시적인 진전을 가져왔다.

2.13합의에 따라 핵시설이 폐쇄되고 `한번도 가보지 못한’ 불능화도 상당부분 이뤄졌다.

외교 당국자는 “북한이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생산하지 못하게 만든 것이 지난 1년 간의 최대 성과”라며 “불능화가 마무리되면 향후 1년 내에는 플루토늄을 다시 생산하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BDA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북한과 미국의 신뢰가 어느 정도 쌓인 것도 향후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중요한 자산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2단계 중 신고에 대한 북.미 간 이견으로 3단계인 핵폐기로 넘어가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합의 이행에 대한 회의론이 점차 퍼지는 형국이다.

10.3합의에 명시된 2단계 시한인 연말을 넘겨 한 달여가 지났지만 신고의 쟁점인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문제와 시리아와의 핵협력설에 대해 북한과 미국이 여전히 팽팽히 맞서면서 좀처럼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외교 소식통은 “아무리 좋은 합의를 만들어도 이행 여부는 각 주체들의 의지에 달려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사례”라며 “미국은 테러지원국 해제 등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대한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이니 북한이 이에 호응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아울러 이 상황에서 시간을 더 지체했다가는 2.13합의가 사문화될 수 있는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김성한 고려대 교수는 “미국 부시 행정부 임기가 1년이 남지 않았고 한국도 새 정부가 출범하며 중국은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다른 사안에 정신을 돌리기 힘든 상황으로 북핵해결을 위해 각국이 외교역량을 집중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모멘텀 유지를 위한 창조적 해법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2.13합의에 서명한 부시 행정부 임기 내에 합의가 이행되지 못하면 2.13합의도 역사의 사문서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