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문제, 러시아 입장이 궁금하다

6자회담 참가국 가운데 러시아가 제일 소극적이란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는 러시아가 북한의 핵무장을 반대하지 않는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6자회담의 다른 참가국보다 러시아는 북한 핵무장에 위기감이 강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한국, 미국 그리고 일본은 북한 핵미사일의 표적이 될 수 있는 국가로서 핵무장을 큰 위험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은 자신의 국익이 특별히 얽혀있는 지역인 동북아에 또 하나의 핵보유국이 등장하는 것을 무시못할 도전으로 여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러시아는 그렇지 않다.

러시아는 자신의 국토가 북한 미사일의 표적이 될 가능성도 거의 없을뿐더러, 러시아의 해외전략에서 동북아는 부차적인 의미를 가지는 지역이다. 현재 모스크바의 대외전략은 유럽과 미국, 그리고 구소련 국토를 중심으로 하고 있으며, 동북아 전략은 소극적이며 방어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그래서 북한문제는 러시아 대외전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러시아 대한반도 정책은 ‘현상보존’

그런데 러시아는 왜 6자회담 참가를 결정했으며, 거기에는 어떤 배경이 감춰져 있는 것일까?

구소련 해체 직후인 1990년대 초 러시아는 얼마동안 친서방의 적극적인 대외정책을 펼치기도 했으나 1990년대 말 이후에 심한 변화가 생겼다. 현재 러시아 대외정책은 이상주의적인 어떤 그 무엇이나, 혹은 대규모 계획보다는 자신의 국가이익을 앞세우는 실용주의에 기초해 있다.

한반도에서 러시아의 국가이익이란 것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정의하면 ‘status-quo’ (현상보존)를 하는 것이다. 한반도의 정치적인 혼란은 러시아의 무역, 투자를 어렵게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입김이 약한 극동 지역에서 전략적 사회적인 문제를 초래할 것이다.

북한의 붕괴나 전쟁은 피난민의 대규모 이동, 경제 혼란, 무역 구조의 분해를 의미하는 것이니까 러시아에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모스크바가 북한체제를 지지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북한 인권문제도 중요하게 생각지 않는다. 실용주의를 따르는 러시아에서는 지도층뿐 아니라 일반 주민들도 ‘인권’이라는 말을 미국의 선전물로 보는 편이다.

북-러교류는 ‘상징적 활동’

그런데 러시아는 북한을 지지하더라도,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한푼의 돈도 투자할 의지가 없다. 최근에 북한과 러시아 관계가 개선되었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리는데, 양국의 교류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물질적인 교류보다 ‘상징적 활동’에 치우쳐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 일본 미국 남한은 북한에 대규모 지원을 하고 있는 국가들이지만 러시아는 주로 김정일이 기차를 타고 모스크바를 갔다왔다는 식의 것, 즉 겉으로 보여주는 상징에만 머물러 있다.

이런 소극성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한반도를 별로 중요하게 생각지 않는 모스크바의 대외전략 때문이다. 둘째로, 평양과의 교류를 오래 전부터 해온 모스크바는 평양에 많은 후원을 해준다 하더라도 그 대신에 어떠한 양보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자신들의 수십 년 경험에 기초하여 잘 알고 있다. 이러한 상태에서 돈을 낭비해봤지 좋지 않은 선택이다.

6자회담에 노력 안할 것

그러나 러시아는 현재 북한과의 관계를 對中, 對美정책의 도구로 이용하고자 한다. 1990년대 말부터 러시아는 과거 북한과의 특별한 관계를 가지고 아직도 북한에 대한 특별한 영향력이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북-러 사이에 특별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 초강대국이었던 소련도 평양에 제대로 영향을 미칠 수 없었는데 2등국가로 전락하고 평양에 돈 일푼도 주지 않은 러시아가 이러한 영향을 미칠 수는 없다.

북한문제에 대한 러시아의 주장은 외교정책의 일환이다. 모스크바는 북한과의 관계를 ‘외교적인 상품’으로 보는 것 같다. 자신들이 평양을 ‘옳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미국으로부터 필요한 양보를 얻기를 희망한다. 이러한 양보는 한반도와 아무 상관이 없는 부문에서 있을 수 있다. 바꾸어 말하면 러시아는 자신들이 주장하는 북한과의 ‘특별한 관계’를 외교적인 교환수단으로 활용한 가능성 또한 있다.

하지만 러시아 대북정책은 피할 수 없는 딜레마가 있다. 러시아에 돈이 그리 많지 않고, 특히 대외전략을 위해 쓸 수 있는 돈이 없다. 이러한 상태에서 러시아는 핵무기가 없는 북한의 장기적 생존을 원한다 하더라도 이 프로젝트를 위해 돈이나 자원을 많이 투자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6자회담 참가국 가운데 러시아는 제일 소극적인 참가자다. 그들의 목표는 ‘비핵국가 북한’이지만, 모스크바는 이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지는 않을 것이다. 자신의 뜻하는 대로 되면 좋고 안되어도 괜찮다는 입장이다.

안드레이 란코프 / 객원칼럼니스트(국민대 초빙교수, 역사학 박사)

<필자 약력>
-구소련 레닌그라드 출생(1963).
-레닌그라드 국립대 입학
-김일성종합대 유학(조선어문학과 1986년 졸업).
-레닌그라드대 박사(한국사).
-호주국립대학교 한국사 교수(1996- )
-주요 저서 <북한현대정치사>(1995), <스탈린에서 김일성으로>(From Stalin to Kim Il Sung 2002),
<북한의 위기>(Crisis in North Korea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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