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올 농사 정말 걱정스럽다

▲ 압록강변의 집단농장에서 밭갈기를 하고 있는 북한 농민들의 모습 <사진:권정현 특파원>

최근 북한은 농사에 필요한 농자재들을 무상으로 기부하도록 국가기관과 무역기관들에 지시했다고 일본언론이 보도했다. 북한에서는 이맘때면 농사에 총집중을 하는 시기다. 국가기관은 물론 공장, 기업소, 여성, 어린이까지 총동원된다.

북한이 올해 농사를 어떻게 지을지 걱정스럽다. 필요한 농자재를 갖춘다고 해도 비료와 종자 등 영농물자가 미비한 상태에서 올해 생산량이 또 감소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자력갱생’으로 비료 50만 톤 채울 수 있을까?

기자가 북한에 있을 때 적지 않은 지식인들은 나라의 경제가 엉망으로 치닫자 “이제 우리나라 경제는 10년이 지나도 다시 일어서기 힘들다”고 예고한 바 있다. 또 김일성, 김정일 우상화 선전에 많은 외화가 유출될 때도 경제전문가들과 나라 일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나랏돈을 한 사람이 책임져야지, 아버지와 아들이 번갈아 쓰니 나라의 돈주머니가 거덜난다”고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 후 얼마 안 돼 3년 동안 3백만의 주민들이 굶어 죽었고, 수십만 명이 중국 등 해외로 탈출했다. 올해로 대아사의 참사를 겪은 지 꼭 10년이 흘렀다. 그 후 10년 동안 북한 경제는 근근히 버텨왔다. 국제사회와 남한에서 지원해준 덕분이다.

북한은 지난해 남한 정부에 비료 50만 톤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해왔다. 다음해 농사지을 비료가 없다는 것이다. 현재 비료지원과 6자 회담 참가문제가 조건부로 걸려 있다.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북한은 또 주민들에게 ‘자력갱생’을 외칠 것이다. 자체의 힘으로 없는 것은 만들어내고, 모자라는 것은 찾아낸다는 것이다. 죽어나는 것은 주민들이다. 북한당국은 과연 ‘자력갱생’으로 50만 톤의 비료공백을 메울 수 있을까?

북한의 연간 비료소비량은 2백만 톤가량 된다. 50만 톤은 전체 소비량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그러나 50만 톤을 뺀 150만 톤도 자체로 준비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현재 북한의 비료공장들은 원료난과 전력난으로 거의 가동 중지된 상태에 있다. 남한에서 비료를 대주지 않으면 중국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데, 과거 사례로 보면 중국 역시 충분한 지원은 해주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벌써 농번기가 닥쳐왔다. 이제 비료가 지원이 된다고 해도 적기(適期)는 이미 지났다.

농사가 장난인가?

북한은 서해안 일대를 제외하고 대부분 산악으로 되어있다. 특히 자강도와 양강도, 함경도는 산이 많아 황해도와 평안도에서 쌀을 가져다 먹어야 한다.

토질도 산성화된 지 이미 오래됐다. 오랜 기간 산성비료를 썼기 때문에 유기물질이 고갈되고 기름기가 없는 바싹 마른 땅이다. 그래서 오래 전부터 산성화된 땅을 중화시킨다고 했지만 소석회가 부족해 중화시킬 수 없었고, 유기농 비료가 없어 지력(地力)을 높일 수가 없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것이 산성화 되지 않은 흙을 산성화된 땅에 덮어 씌우는 ‘흙갈이’를 했다. 전국의 밥숟가락 뜨는 모든 사람들은 새해부터 질통을 지고 다른 산의 흙을 날라다 20센티미터의 두께로 펴는 작업에 동원됐다. 개미떼처럼 바글대는 사람들을 보며 농사를 아는 사람들은 혀를 내둘렀다.

농사를 아는 사람들은 “이래서야 아무 소용이 없다. 이건 장난이지 농사가 아니다”며 당국의 지시에 불만을 털어놓기까지 했다. ‘언발에 오줌누기식’이라는 것이다.

또 돌이 많고 척박한 땅이어서 농작물은 비료를 먹지 않고는 생산량이 현저히 낮아진다. 어떤 지역에서는 1ha당 0.5톤의 옥수수를 수확한 적도 있었다. 이전에는 아무리 나쁜 땅에도 1.5톤, 많이 생산할 때는 10톤까지 생산했었다. 비료를 주지 못한 땅은 지력이 떨어져 옥수수가 사람 손가락 크기 만하다.

거꾸로 가는 21세기 농업국가

▲ 농민들과 관리원이 밭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 농민들이나 관리원이나 농장일에 대한 의욕이 없어 보인다. <사진: 권정현 특파원>

올 신년사에서도 나왔듯이 북한은 지금 모든 것을 ‘농업제일주의’에 집중시키고 있다. 도시에서는 아침마다 방송차를 몰고 거리를 돌면서 노동자, 사무원, 여성들에게 한 사람당 3백kg의 퇴비생산을 시킨다. 퇴비 계획을 달성하면 쌀을 주고, 못하면 안 주기 때문에 사람들은 아침마다 공동변소에 나가 누가 인분을 퍼가기 전에 바닥을 긁는다.

그러나 먹은 게 많아야 인분도 많을 텐데, 인분이 없어 퇴비생산도 형식적이다. 사람들은 인분이 섞이지 않은 석탄재에 물을 뿌려 덩어리지어 가져다 바친다. 인분이 없으니 눈속임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결국 밭에는 석탄재가 뿌려진다. 가뭄 시기에 석탄재를 밭에 뿌리면 밭은 더 가물어진다.

지금 북한에서는 협동농장 간부들의 ‘위신’이 올라가고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간부들에게 ‘퇴비 영수증’ 발급 권한을 주어 사람들이 뇌물을 주고 퇴비 확인증을 발급받기 때문이다. 부정부패가 구조적으로 횡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린 것이다.

핵무기와 개혁개방 바꾸면 다 살 수 있어

자연재해는 10년 주기로 찾아온다는 말이 있다. 지구 환경문제로 홍수나 가뭄이 불가항력적으로 또 닥칠 수 있다. 그날 벌어 그날 먹는 ‘하루살이’ 북한주민들은 걱정이 태산 같은 것이다.

90년대 중반에 있었던 대홍수는 극심한 경제난과 맞물렸다. 이 때문에 근 50년 동안 비축해놓았던 전략물자까지 써버렸다고 한다. 북한의 전략물자 창고는 1, 2, 3호가 있다. 1호 창고는 전쟁 시 전방에 투입되는 1주일 분량의 식량과 비상물자, 2호는 후방을 지키고 있는 부대들에 공급할 군량미 등의 물자, 3호는 노농적위대와 교도대에 지원되는 물자다. 95-97년 식량난 시기 당국은 2호, 3호를 털어 전방부대들에 다 먹였다. 북한은 아직까지 그때 빈 2, 3호 창고를 다 채우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실정에서 당국이 식량문제에 주먹구구로 대처하고 대홍수가 겹친다면 주민들에게는 또다시 아사의 재앙이 닥칠 수 있을 것이다. 올해가 대량아사를 부른 지 꼭 10년이 된다. 이른바 ‘고난의 행군’으로 불린 당시를 겪어본 사람들은 떠올리기조차 싫은 기억이다. 그저 끔찍할 뿐이다.

그러나 김정일은 오로지 독재정권 유지와 핵무기에 매달려 협상에 나오지 않고 있다. 핵무기와 개혁개방을 맞바꾸면 인민들은 살 수 있다. 핵무기만 버리면 다같이 살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올해 북한에 자연재해가 닥치지 않기를 하늘에 빌 뿐이다.

한영진 기자(평양 출신 2002년 입국) hyj@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