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북한 살아날 수 있는 방법은 중국式 개혁뿐”

▲ 후쿠야마 교수

(조선일보 2004. 11. 24)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는 22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최근 6자회담을 통한 평화적 북핵해결 원칙을 밝힌 것과 관련, “북한과의 직접대화를 원치 않는 미국의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한·미관계는 이미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면서, ‘북한의 핵개발이 자위를 위한 것이라는 북의 주장이 일리가 있다’는 요지의 노무현 대통령의 13일 LA 연설은 한·미관계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노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이 지난 20일 정상회담을 갖고 ‘6자회담을 통한 평화적·외교적 북핵문제 해결원칙’을 강조했다.

“그 방법이 북핵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대안이 없다. 군사적 해결 방안은 대안이 아니다. 제네바합의 실패라는 교훈이 있으므로 협상도 별로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강경파들은 제재 등 강경수단을 동원해 북한의 정권교체를 시도하는 방안을 거론하지만 이 역시 가능성은 희박하다. 1기 부시 행정부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진지한 협상 노선이나 입장을 정하지 않았다. 차기 국무장관으로 내정된 콘돌리자 라이스의 의무가 바로 미국의 입장을 결정하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에게 북핵문제에 우선순위를 두고 해결에 나설 것을 요청했다. 2기 부시 행정부가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는가?

“북핵문제의 긴급성은 항상 존재했다. 그러나 상황이 더 급박해진다고 해서 이를 해결할 수단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부시 행정부가 협상전략을 더 진지하게 연구해 북한이 관심을 가질 수 있고 북한의 준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을 개발해야 한다. 그러나 북한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 예를 들어 불가침선언을 하라고 하는데 인쇄된 종이 한 장을 원한다면 어차피 북한을 군사공격할 의사가 없는 미국입장에서는 쉬운 방법일 수도 있다.”

―부시 대통령이 평화적·외교적 수단을 이용하겠다고 한 것은 봉쇄나 경제제재 등의 방안도 사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해석하는가?

“미국이 북한에 대해 더 강경한 방안을 적용할 것인지 여부는 전적으로 한국과 중국의 협력의사에 달려 있다. 그러나 북한의 에너지 공급줄을 쥔 중국이 협력할 의사가 없고 미국으로서는 중국을 움직이게 할 전략도 없다. 중국 지도부 내에 북한에 동정적인 인사들이 아직도 많고 그들은 현재 미국이 처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줄 의사도 없는 것 같다.”

―노 대통령은 지난 13일 LA 연설에서 북한의 핵개발이 자위를 위한 것이라는 북한측 주장은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런 발언은 한·미관계를 위기에 처하게 할 수도 있다. 만일 미국이 6자회담을 포기하고 좀 더 대립적인 구도로 나갈 결심을 한다면 더욱 그렇다. 그런 발언은 한·중과 미·일이라는 두 세력으로 북핵해결 구도를 분열시킬 가능성이 있어 문제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 한·미 간에는 반미감정과 반한감정 등 이미 너무나 많은 기본적인 문제가 있다. 한국의 대북인식은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동맹관계의 기반은 공통의 위협과 이익에 대한 인식이다. 그러나 이제 한미는 그런 공동인식을 당연하게 여길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한·미관계가 장래 더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한·미 간에 이미 너무나 많은 불신과 오해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입장이 다른 한국의 주장이 미국의 대응을 가져오고 다시 한국이 자신의 입장을 옹호하는 식으로 소용돌이를 쳐 분열이 심화될 수 있다. 과거 미국은 한국의 안보를 위해 북한문제를 고려해왔다. 그러나 지금 북핵문제는 테러범들의 핵무기 입수 가능성과 연결돼 있어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다. 만일 테러범들이 북한으로부터 핵무기를 구입한다면 미국을 공격하지 한국을 공격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의 입장과는 별도로 북핵문제는 미국의 안보문제다.”

―그러나 한국은 미국이 북핵문제를 해결하려다 북한의 붕괴나 오판 등으로 인해 한국의 안보가 위협받을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그것은 당연하고 정당한 우려다. 그러나 워싱턴의 어느 누구도 한국을 위험에 처하게 할 군사적인 해결방안이 선택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미정상회담에서 양국 지도자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공통적인 협력의지를 밝힌 것은 노 대통령의 LA 연설에서 드러난 한·미 간의 인식 차이를 봉합한 결과라고 보는가?

“정상회담이란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장이 아니다. 앞으로 몇 달 동안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를 지켜봐야 한다.”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틀로서 6자회담의 유효성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북한과 직접대화를 원치 않는 미국 입장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다. 나는 6자회담을 북핵문제 등 아시아의 불안정 요인을 논의하는 영구적인 구조로 키워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 지역에는 의혹과 긴장요인이 너무 많기 때문에 현재 양자관계로 움직이는 틀을 다자관계로 보완해야 한다.”

―한국의 대북경제지원에 대한 견해는?

“현 상황에서 대북 경제원조는 고통만 늘어날 뿐 북한을 구원하지 못한다. 경제지원을 제공해 북한이 변하거나 붕괴할 기회를 막으면서 김정일 정권의 수명만 연장시킨다면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다. 북한이 살아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중국식 개혁뿐이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정부에 조언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한국정부는 극단적으로 비현실적인 북한관을 갖고 있다. 북한은 세계 최악의 인권탄압국가다. 도덕적인 태도를 갖고 북한에 대해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 햇볕정책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북한을 지원한 결과 북한 내에 한국이 의도하는 어떤 진전이 이뤄졌는가에 대한 평가는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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