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사일 시위가 남긴 10가지 Q&A

2006년 7월 5일 북한은 폭죽놀이를 하듯 다량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새벽 3시 32분 첫 미사일 발사를 시작으로 오후 5시 22분까지 총 일곱 기의 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미사일들은 400-800km의 비행거리를 기록하면서 북한과 일본 그리고 러시아의 중간쯤 되는 동해상에 착탄했다. 현재까지 대포동 2호 미사일이 1기, 로동 미사일이 2기 그리고 스커드 미사일이 4기인 것으로 밝혀져 있다. 세 번째로 발사한 대포동 2호의 경우 42초 동안 정상비행을 한 후 6분 동안 더 비행한 것으로 보도되었지만 상세한 내막은 미확인 상태에 있다.

7월 16일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미사일 확산 억제를 촉구하는 안보리 결의문 제1695호를 채택했고, 이어서 17일에는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G-8 정상회담에서 8개국 정상들이 북한의 안보리 결의문 준수를 촉구했다. 하지만 북한의 태도는 적어도 지금까지는 요지부동이다. 북한은 7월 6일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통해 미사일 발사를 ‘정상적인 군사훈련’이라고 주장하고 “압박을 가하면 추가적으로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은데 이어 안보리 결의문에 대해서도 즉각 거부의사를 밝히고 “미사일 발사를 계속할 수 있다”고 협박했다.

미사일 발사에 이어서 부산에서 열린 제19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북한대표가 ‘선군정치 은덕론“을 주장하여 대한민국을 능멸하는 사건(?)도 있었다. 미사일 발사 직후에 일본 관리들이 한 ‘적기지 공격’ 발언이 ‘선제공격’ 발언으로 해석되면서 한일간 외교공방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렇듯 북한이 벌인 한판의 미사일 게임은 무수한 질문과 함께 한국과 국제사회에 무거운 과제들을 안겨주고 있다.

1. 정상적인 군사훈련이었는가

아니다. 정상적인 군사훈련이 될 수 있는 조건들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첫째, 북한은 제3국 선박의 안전항해를 위해 그리고 제3국 항공기의 안전운항을 위해 국제해사기구(IMO)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미사일 발사를 사전에 통보해야 했다.

둘째, 그 누구도 위협할 의사가 없는 순수한 군사훈련이라면 스커드 미사일과 로동 미사일의 타깃이 될 수 있는 한국과 일본에 사전에 통보하고 양해를 구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특히, 스커드 미사일의 타깃이 될 수 있는 나라는 한국뿐인데도 한국에게 양해를 구하지 않았다. 통상 정상적인 훈련에서는 도발의사가 없음을 강조하기 위해 주변국에 통보함은 물론 주변국의 군인사들을 초청하여 참관케 하는 경우가 많다.

셋째, 미사일 발사를 비난하는 호주에 대해 “북한의 핵탄두는 호주도 공격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그 누구도 위협할 의사가 없는 정상적인 군사훈련이라면 예정된 수순에 따라 국제사회에 양해를 구하고 사후에 친절히 설명하는 것이 옳았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국제관행과 절차를 무시하고 기습적,·도발적으로 감행되었으며 이후의 행보도 천방지축에 좌충우돌이었다. ‘실험발사’라는 표현도 더 이상 적절하지 않다. 세 번째로 발사한 대포동 2호를 제외한 나머지 6기는 이미 검증되어 실전 배치되었고 수출상품으로 자리매김한 스커드 또는 로동 미사일이었다. 정확하게 말해 ‘1기의 실험발사’와 ‘6기의 발사훈련’이라고 해야 옳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정치적·군사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감행된 무력시위’였다.

2. 북한의 목적은 무엇인가

정치적 목적과 군사적 목적이 작용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정치적 목적에는 당면한 목적과 근본적 목적이 있다. 당면 목적은 미국의 대북제제와 체제압박을 후퇴시키는 것이었다. 미국은 PSI를 통해 북한의 미사일 수출을 견제해왔으며, 마약, 위폐 등에 대해서도 압박을 가해왔다. 이와 함께 탈북자에 정치적 망명을 허용하는 등 북한체제를 부인하는 행보를 보여 왔다. 미국의 금융제재, 해외 북한자산 동결 등의 조치는 북한의 통치자금 고갈을 가져와 평양정권에 상당한 불편을 초래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아도 미국의 대북압박은 지속될 것으로, 그리고 발사해도 중국과 한국의 대북 유화자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았을 것이다.

불변의 근본 목적으로는 ‘체제 및 정권에 대한 완벽한 안전보장’을 들 수 있다. 북한은 6자회담을 통해 체제 및 정권의 안전을 포함하는 포괄적 안전보장을 요구해왔고, 이를 위한 미북 양자대화를 요구해왔다. 이것을 수용하는 경우 북한의 수령독재 체제, 인권, 탈북, 여타 종류의 대량살상무기(화생무기, 미사일) 등을 모두 인정해야 하므로 미국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였다.

대신 미국은 경제지원과 불가침 약속을 제시했다. 이렇듯 핵포기의 대가를 둘러싼 미북간 동상이몽은 6자회담의 표류를 가져온 최대 원인이었다. 이번 미사일 발사도 “체제와 정권을 보장하라”는 미국을 향한 북한당국의 외침이었다. 군부의 정서에 부응함으로써 내부단결을 도모하려 했을 가능성, 수출상품으로서의 미사일의 가치를 과시하려 했을 가능성 등 부수적인 목적도 있을 수 있다.

군사적 목적으로는 핵 억제력의 과시와 인질전략의 구체화를 들 수 있다. 북한에게 있어 핵억제력은 외부의 간섭과 위협을 배제하고 체제를 수호하는 수단이기 때문에 미국이 포괄적 안전보장을 약속하지 않는 한 고수해야 할 대상이며, 이런 의도 하에 북한은 여러 차례에 걸쳐 핵억제력의 존재를 강조해왔다. 이번 미사일 발사를 통해서도 북한은 투발수단을 겸비한 핵억제력의 존재를 과시하려 했을 것이다.

북한이 7월 20일 노동신물 사설을 통해 “어떤 침략자들이 사회주의 내 조국을 0.001 mm라도 침범한다면 쌓이고 쌓인 민족적 분노를 총폭발시켜 이 땅에서 영영 쓸어낼 것”이라고 주장한 것도 평양정권의 백절불굴의 핵집착을 대변한다. 핵인질 전략(nuclear hostage strategy)은 우선적으로 한국과 일본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북한은 미사일 시위를 통해 한국과 일본이 북한의 공격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실감할 것을 강요했다.

3. 왜 기습적인 방식을 택했는가

북한은 기습적인 미사일 발사로 이득을 본 과거 사례를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북한은 제1차 핵위기가 고조되었던 1993년 5월 29일 로동 미사일 실험발사라는 정면돌파를 통해 미국과의 협상을 성사시키고 1994년 10월 제네바합의에 서명했다. 제네바합의는 북한이 플루토늄 생산시설을 동결하는 조건으로 미국이 두 개의 경수로 원자로 건설과 함께 연 50만 톤의 중유를 제공하기로 약속한 것으로서 북한으로서는 대단히 ‘수지맞는’ 거래였다.

금창리 터널로 인한 긴장이 고조되었던 1998년 8월 31일에도 북한은 대포동 1호 미사일의 실험발사를 통해 미국과의 협상을 성사시켰으며, 1999년 미국 사찰관의 현지방문을 허용하는 대가로 40만 톤의 식량을 제공받는 것으로 타결했다. 즉, 북한이 과거의 상공사례들을 기억하면서 또 한 번의 정면돌파를 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둘째, 북한 자신과 상대를 한꺼번에 위험에 몰아넣으면서 목적한 바를 이루는 ‘벼랑끝 외교(brinkmanship diplomacy)’는 북한에게 있어 전통적인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위기가 왔을 때 더욱 위기를 고조시켜 긴장효과를 극대화시킨 후에 협상을 시도하는 북한식 방식은 적장을 안고 함께 투신하는 ‘논개식 밀어붙이기’와 유사하며, 서양식 개념으로는 마주보고 달리는 자동차를 타고 질주하며서 상대방이 먼저 핸들을 꺾기를 강요하는 ‘겁쟁이 게임(chicken game)’에도 비유될 수 있다.

이런 방식은 푸에블로호 사건 등을 통해 1960년대부터 즐겨 사용해온 것으로서 북한에게는 친숙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번 미사일 시위도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은 기습적인 방법으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데 성공했으며, 미국의 독립기념일에 맞추어 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충격을 극대화시키는 일도 잊지 않았다.

4. 대포동 2호의 실험발사는 실패했는가

대포동 2호 미사일이 42초 동안만 정상비행을 했다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실패한 실험발사일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실패로 단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선,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통과할 경우 야기될 파장이나 미일 이지스함에 의한 요격 가능성을 고려하여 일부러 동해상에 떨어지도록 발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1998년 이래 공동연구에 돌입한 미일 양국이 이지스함에 배치할 최신 요격 미사일 SM-3의 개발을 거의 완료한 단계라는 점은 이런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북한이 제한적인 실험 목적을 가지고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전자자기파(EMP)를 의식한 실험발사일 가능성도 생각할 수 있다. EMP는 핵폭발시 발산되어 전자기기들을 파괴하여 문명기반을 붕괴시키며, 고공에서 핵폭발이 이루어질 때의 효과는 발산효과가 극대화된다. 현재 미 의회에서는 EMP가 테러로 사용될 경우 미칠 피해에 대해 정기적으로 청문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란의 경우 북한의 로동 미사일을 기초로 만든 Shahab-3 미사일을 여러 차례 실험 발사했으며 발사된 미사일이 공중에서 폭발한 적이 수차례 있었다. 여기에 대해 미국 전문가들은 실패한 실험발사로 보면서도 이란이 EMP 효과를 염두에 두고 일부러 고공폭발을 실험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이렇듯 북한의 군사적 의도와 관련하여 다양한 가능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실패한 실험발사로 단정할 필요는 없다. 이와 함께 실패라 하더라도 과도한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도 미사일 개발과정에서 많은 실패를 기록하고 있으며, 때문에 이번의 실패로 북한의 미사일 실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될 것이다. 북한이 30년이 넘는 세월동안 미사일 개발에 심혈을 기울여왔다는 사실, 북한이 이란, 리비아, 파키스탄, 예맨 등지에 미사일을 수출해왔다는 사실, 최초로 핵폭발 장치를 개발한 시점이 1990년대 초반일 것이라는 추정 등을 종합한다면 핵을 탑재한 핵미사일의 존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 본토를 사정권으로 하는 핵미사일의 출현도 시간문제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5. 유엔 안보리 결의문 1695호는 강제력이 없는가

일단 ‘반 잔의 물’이다. 즉, “절반밖에 없다”라는 평가와 “절반이나 있다”라는 평가가 동시에 가능하다. 7월 16일 유엔 안보리가 만장일치로 채택한 결의문 1695호는 핵심내용으로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규탄, 미사일 관련 물자, 자재, 상품, 기술의 대북 인도 및 북한 미사일 구매금지를 위한 유엔 회원국 협조 요청, 북한의 긴장고조 행동 자제 요청,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촉구, 북한 미사일 문제의 안보리 계류 사실 확인 등을 담고 있다.

이 내용은 원래 미일이 제시한 강경안에서 실질적 재제를 가능케 하는 유엔헌장 제7조의 원용 조항이 삭제된 것으로 이는 중러와 절충한 결과였다. 즉, 결의문은 실질제재 보다는 규탄 및 경고 수준에 그친 상징적 문건으로 강제력이 부족한 상태이며, 유엔헌장 제7조의 원용조항을 삭제한 장본인이 중국이라는 점에서 북한의 존속을 원하는 베이징 정부의 기본자세가 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보기에 따라서는 “절반이나 있다”라는 평가도 가능하다. 무엇보다도 동 결의문은 중러를 포함한 안보리 이사국 전체가 찬성한 안보리 문건으로서 의미가 크며, “유엔 안보리 계류 중”임을 확인한 부분은 북한이 도발행위를 계속할 경우 후속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경고로서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한국전쟁이 발발했을 때도 안보리는 6월 26일, 29일, 그리고 7월 7일 등 세 차례에 걸쳐 결의문을 도출했다.

첫 결의문은 북한군의 자진후퇴를 촉구하는 것이었으나 북한이 남침을 지속함에 따라 강도가 높아진 두 번째 결의문을 채택했고, 세 번째 결의문에 의해 유엔군이 창설되고 참전이 이루어졌다. 때문에 향후 미사일 상황의 전개에 따라서는 추가적인 결의문이 생산될 가능성은 개방되어 있으며, 북한이 도발적인 행동을 반복할 경우 중러도 무한정 현 유화자세를 지속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감안한다면 유엔헌장 제7조가 원용될 가능성도 당연히 존재한다.

아울러, 동 결의문이 촉구한대로 192개국 유엔회원국들이 미사일 관련 이중용도 물품이나 기술을 북한과 거래하지 않고 북한이 미사일을 판매할 대상을 상실하게 된다면 평양정권에 상당한 타격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결의문을 제재력이 전무한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6. 향후 전망은 어떤 것인가

단기적으로는 긴장국면이 불가피하다. 미사일 발사 직후 미일이 강경자세를 취한 것이나 중러와 한국이 유보적인 자세를 취한 것은 충분히 예견된 것이었다.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미일의 강경자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안보리 결의문 제1695호가 충분한 제재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판단할 경우 유엔범주를 벗어나 대북제재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현재 북한의 외화유입을 더욱 옥죄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으며, 북한 선박의 입항 규제, 일본인의 북한 여행 규제 등 미국에 앞서 신속한 조치를 취한 일본이 이에 동조할 것은 거의 확실하다. 대북제재 강화를 위해 미일이 취할 수 있는 조치로는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의 확대실시, 금융제재 강화, 대북송금 규제 등을 예상할 수 있다.

중러의 경우 사태가 더욱 악화될 경우 강제력이 높은 안보리 결의문에 반대하지 않는 등 약간의 태도변화를 예상할 수 있으나, 그럼에도 순망치한의 논리 하에 북한을 중요한 전략적 완충지대(buffer)로 간주하고 북한의 존속을 지원하는 중국의 기본태도는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은 현재 북한의 총 교역량의 절반 이상을 점하는 제1의 교역상대국이며 매년 100만 톤에 가까운 원유와 30만 톤 이상의 식량을 제공하는 사실상의 보호국이다. 중국의 대북자세를 변화시킬 수 있는 최대의 변수는 미국의 압박과 북한의 행동일 것이나, 어떠한 경우에도 직접 북한의 생존을 위협하는 송유관 차단 등의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한국의 경우 북한의 미사일 시위 직후 국내외 여론을 감안하여 북한이 요구했던 쌀 50만 톤 및 비료 10만 톤의 제공을 보류했으나, 이것이 대북정책 기조의 변화를 의미할 것으로 보는 것은 무리이다. 남북관계 개선 및 민족 동질성 회복을 대북정책의 중심과제로 인식하는 한국정부는 향후에도 ‘대북제재 반대’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으며, “미사일 문제를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과 연계하지 않겠다”라는 말로 이들 사업의 지속적 추진을 천명한 바 있다.

안보리 결의문에 대해서는 “확대해석을 자제해야 한다”는 이종석 통일부장관의 언급대로 ‘실질 제재’가 아닌 ‘규탄’의 의미로 해석하고 이를 준수하는 자세를 취할 것이며, 실질 제재 문제가 부각되면 반대하는 자세를 견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북한의 추가적 도발행동에 이어 국제여론이 더욱 악화될 경우 한국이 기존의 대북자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는 의문이며, 이 경우 한국정부는 어려운 기로에 서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체제 및 정권에 대한 완벽한 보장을 요구하면서 핵억제력을 고수해온 북한 역시 강경자세를 견지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북한이 강경기조를 지속할 것이 분명한 현 상황에서 적어도 당분간 긴장국면은 불가피하다. 북한은 안보리 결의문에 찬성한 중국과 식량 및 비료지원을 보류한 한국에 대한 실망감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한국이 실질적 대북제재에는 동조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고 있을 것이다.

평양정권의 강경자세는 이러한 믿음과 무관하지 않다. 물론 중러가 결속을 통해 미일동맹에 대항하는 전략판도와도 무관하지 않다. 그동안 중러는 미국 일방주의를 견제한다는 명분하에 상하이협력기구(SCO) 등을 통해 결속을 다지고 있으며, 이란 핵문제에 공동으로 대처할 것을 합의한 바 있다. 북한은 이러한 세계전략의 판도를 읽으면서 미국에 맞서는 자세를 지속할 것이다.

물론, 북한의 불예측성을 감안할 때 갑작스러운 돌파구가 마련되어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미북간 양자대화 또는 6자회담이 재개되어도 ‘미북간 상호 불신’과 ‘핵포기 반대급부에 대한 이견’이라는 2대 장애물이 버티고 있기 때문에 타결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적어도 현재로서는 북한이 핵포기와 함께 체재를 개선하고 개혁과 개방을 수용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이거나 건목수생(乾木水生)이며, 여전히 ‘미국의 적대적 대북정책 포기’ ‘완벽한 보장’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대화재개 그 자체에 지나친 비중을 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장기적으로 북핵이나 미사일 문제는 이론상 해결 또는 미해결이라는 두 개의 시나리오가 있으나, 미해결이란 북한이 완강하게 핵개발 및 미사일 개발을 고수하면서 미일 주도의 국제재제에 저항에 나가면서 ‘가난한 핵강대국’으로 자리매김해 가는 시나리오를 의미하게 될 것이나. 다시 말해, 대화를 통한 핵 및 미사일 해결이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시간이 흘러가는 경우 체제의 붕괴 또는 외부세력에 의한 선제공격을 통한 북한 대량살상무기의 파괴 등 극단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북한은 더 많은 핵무기와 미사일을 보유한 위협세력으로 부상하게 될 것이다.

서구식 합리적 기준에서 볼 때에는 이미 오래전에 붕괴되었어야 할 북한체제가 오늘까지 유지되고 있는 점을 볼 때 섣부른 체제붕괴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며, 마찬가지로 미국에 의한 대북 선제공격도 사실상 채택하기 어려운 방법이다. 통상 선제공격을 감행하기 위해서는 침략국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정치적 부담, 선제공격국 또는 인질에 대한 보복 또는 반격 가능성, 원하는 목표들을 확실하게 파괴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불확실성, 목표파괴 후 재건 가능성, 방사능 오염 가능성 등을 두루 따져야 한다. 때문에 확실한 군사적 수단을 가진 미국의 경우에도 대북 선제공격은 쉽지 않은 선택이며, 북한 역시 이 점을 의식하고 있을 것이다. 요컨대, 시간이 지나면서 북한은 한발한발 대량살상무기 강대국으로 변신하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사태진전은 동북아 안보환경 악화와 대결적 국제질서의 태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안보불안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이를 정치군사 대국화에 이용하려는 속내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일본은 북한의 미사일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대응할 것이며, 이는 결국 일본 군사력 현대화, 자위대 활동영역의 확대, 미일동맹의 강화 등의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이런 사태는 중러를 더욱 결속하게 만들어 궁극적으로는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이 대치하는 국제질서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이 상황이 오면 역내 모든 국가는 지금보다 더 많은 안보비용을 지불해야 하며, 북한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평양정권에게 있어 핵무기나 미사일은 당장의 체제수호에 필요한 수단일 수 있으나 나중에는 북한에게 더 많은 안보비용을 강요하여 체제를 압박하는 부메랑이 될 가능성이 높다.

7. 북한은 미사일을 재발사할 것인가

북한이 미사일을 재발사할 가능성은 물론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 그동안 서방의 일부 전문가들은 서방식 합리주의적 기준들을 가지고 북한을 바라보는 경향을 보인 적이 많았다. 이런 기준에 따라 1990년대 초반 성급하게 북한의 붕괴를 예상했었다.

비슷한 맥락에서 “북한정권이 수백만 주민을 굶겨죽이면서까지 핵무기를 탐하겠느냐” “북한도 주민의 삶의 질을 생각한다면 개혁개방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등의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들은 모두 체제와 정권의 안전에 집착하는 평양당국의 견인불발(堅忍不拔)의 의지를 과소평가하는 데서 비롯된 낙관론이었다. 마찬가지로 “북한이 중국까지 안보리 결의문에 찬성하는데 설마 또 미사일을 발사하겠느냐”라는 것도 역시 희망사항에 지나지 않는다.

내부적 소요든 외부적 압박이든 일단 체제와 정권이 위협받는다고 판단할 때면 언제든 미사일 발사 등의 조치든 취할 수 있는 것이 북한이다. “미사일을 재발사하면 안보리 제재가 강화되어 북한이 더욱 궁지에 몰릴 것이므로…” 하는 식의 논리는 아직도 북한을 잘 모른다는 소리에 다름아니다. 같은 논리의 연장선에서 핵실험 가능성도 배제해서 안 될 것이다. 물론 핵실험을 감행하다고 해도 처음부터 지상 핵실험을 검토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강대국들이 1963년 부분핵실험금지조약(PTBT) 이후 지상 핵실험을 삼가해왔다는 점이나 1996년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 이후 인도와 파키스탄을 제외한 모든 나라가 핵실험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북한으로서도 당연히 지하 핵실험을 생각할 것이며, 상황에 따라서는 처음부터 대담한 핵실험을 실시하기보다는 확실한 판단을 힘들게 하는 수준의 핵실험을 실시할 가능성도 있다.

통상 핵무기와 관련한 실험에는 완성된 핵탄두를 터뜨려 보는 핵무기 성능 실험(Nuclear Weapon Yield Test), 핵분열 물질의 연쇄반응을 알아보는 핵분열 실험(Hydro-nuclear Test), 핵무기에서 핵분열 물질을 뺀 나머지 부분, 즉 고폭과 격발장치의 기능을 알아보는 핵무기 구조역학 실험(Hydro-dynamic Test), 고폭의 성능을 알아보기 위한 고폭 실험(High Explosive Test) 등이 있으나, 핵분열 물질의 연쇄반응이 수반되지 않는 핵무기 구조역학 실험이나 고폭 실험은 ‘핵실험’이라 할 수 없다.

북한이 핵무기 보유 사실을 과시하는 데 중점을 둔다면 의심의 여지를 남기지 않을 정도의 핵무기 성능 실험이나 핵분열 실험을 강행할 것이나, 핵실험 여부를 놓고 주변국 간 이견과 반목을 유도하고자 한다면 깊은 지하에서 굴곡갱도를 파고 넓은 공간(cavity)을 확보한 다음 최소 규모의 핵분열 물질을 폭발시킴으로써 미세한 지진인지 핵실험인지 구분하기 어렵게 할 수도 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북한이 체제와 정권의 안전에 집착하는 한 미사일 발사든 핵실험이든 가능할 것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유엔 안보리가 더욱 강경한 결의문을 채택하고 국제사회의 대북압박이 강화될 때 북한은 굴복을 택하기보다는 정면돌파를 택할 가능성이 있으며, 그 형태는 미사일 발사가 될 수도 있고 핵실험이 될 수도 있다. 북한은 이런 무모함은 꾀와 힘이 다하여 더는 어찌할 도리가 없는 계궁역진(計窮力盡)의 상태에 이를 때까지 지속될 것이다. 적어도 지금까지의 행보를 종합할 때 성급한 낙관론에 빠지기보다는 그렇게 가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8. 일본은 왜 ‘선제공격론’을 제기했는가

북한의 미사일 시위 직후 일본의 고위 공직자들이 거론한 ‘적기지 공격’ 발언을 놓고 7월 11일 한국정부는 이를 ‘선제공격론’으로 비난했고, 양국 간에 외교공방전이 전개되었다. 아베 관방장관은 “공격을 받을 경우를 전제한 상태에서 적기지 공력능력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명했지만, 일본 관리들이 실제로 어떤 선제공격론을 언급한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선제공격에는 두 가지가 있다. 전쟁이 불가피하거나 상대의 공격이 임박한 상태에서 가하는 통상적 선제공격(preemptive strike)이 있고, 그런 징후가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전에 위험을 제거해야 한다는 주관적 판단만으로 감행하는 예방적 선제공격(preventive strike)이 있다.

1967년 중동전쟁 벽두에 이스라엘 공군이 아랍의 공군기지들을 급습한 것은 preemptive strike이지만 이스라엘이 1981년 건설 중인 이라크의 원자로를 공습한 것은 preventive strike라 할 수 있다. 전자의 경우 국제법적으로 또는 도덕적으로 ‘정당방위’로 인정받을 수 있지만, 후자는 그렇지 않다. 주관적 판단에 따른 예방적 조치가 정당한 것으로 인정받는다면 누구나 남을 공격할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하며, 힘센 나라들의 무력횡포가 남발될 수 있다.

아베 장관의 말대로라면 북한의 공격을 받고 난 후 북한의 미사일 기지를 공격하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정당성이 확실한 ‘반격’이 된다. 그러나 “북한 미사일에 의한 피해가 발생할 때까지 기다려서는 안 된다”라는 아소 외상과 누카가 방위청장관의 발언을 감안한다면 일본에서 논의된 ‘적기지 공격론’은 아베 장관의 해명과는 다른 선제공격론일 수 있다. 즉, 통상적인 선제공격이나 예방적 선제공격을 논의한 것일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해 일본의 공직자들이 언급한 것이 단순한 반격론이든 선제공격론든 일본의 두 마음을 나타내는 발언일 가능성이 높다. 일본이 북한미사일을 안보위협으로 간주하고 대처하려는 것은 당연한 일이나, 일본의 보수 지도자들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를 빌미로 군사력을 증강하여 정치군사적 강대국으로 부상하고자 하는 또 하나의 마음을 품고 있을 것이다. 당장 북한에 대해 선제공격을 할 수 있는 군사적 수단을 가지지 않은 일본의 지도자들이 이런 발언을 한 것은 전수방위 정책의 포기, 평화헌법의 개정, 보통국가화 등 중장기적 목표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여론을 형성하려는 사전포석일 가능성이 높다. 피침의 역사를 가진 주변국들이 일본 지도자들의 이러한 언행을 경거망동으로 간주하는 것에는 일리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이 유의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 우선 불필요한 발언으로 평지풍파를 만들지 않아야 한다. 일본은 독도 문제로 한국인의 대일감정이 악화되어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한국인들에게 과거 군국주의 일본을 떠올리게 할 수 있는 발언들을 자제해야 있다.

아울러, 일본의 ‘두 마음’에 대한 이웃나라들의 우려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일본은 1998년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실험발사 직후 미국과의 미사일방어(MD) 공동연구에 착수했고, 중의원은 오랫동안 보류했던 정찰위성 발사를 위한 예산을 전격적으로 통과시켰다. 결국 2003년 3월 일본은 2기의 정찰위성을 발사했고, 자위대의 활동영역을 확대하는 조치들을 취했다. 과거 군국주의 일본에 의해 피해를 입었던 주변국들이 이번 북한 미사일 사태 직후에 “9월에 두 개의 정찰위성을 추가로 발사하겠다”고 발표하는 일본을 보면서 의구심을 품는 것은 당연하다.

둘째, 일본의 관리들이 국제법적으로 정당한 반격이나 통상적인 선제공격을 언급했다 하더라도, 일본이 이 시점에서 공격력을 강조할 필요가 있는지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미일 공동연구를 통해 이지스함에서 발사하는 SM-3 요격 미사일을 개발하여 배치단계에 이르고 있으며, 금년 말이면 지상발사 요격시스템도 가동된다. 게다가 일본이 공격을 받으면 즉시 미일안보조약이 작동하게 되어 있다. 침략의 역사를 가진 일본이 미일 군사협력이 최고조에 달한 현 시점에서 독자적 공격력 강화를 꾀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를 일본의 지도자들은 짚어보아야 한다.

한국에게도 한발 물러서서 생각해봐야 할 이유가 많다. 한국에게 있어 일본은 소중한 이웃이자 경제 동반자이고 우방국이다. 한반도에 유사사태가 발생하면 미국 다음으로 긴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나라가 일본이다. 그렇다면 독도 분쟁, 과거사 청산 등 민감 사안들은 극복대상이다. 이것들이 두 나라 관계를 파탄으로 몰고 갈 시한폭탄이 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 한국정부나 언론은 일본 관리들이 언급했다는 선제공격론을 거두절미하고 확대재생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북한이 일본을 향해 가해온 ‘동경 불바다’ 발언 등 위협들을 무죄방면하면서 일본의 과민성만 탓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유엔 안보리가 결의문을 채택하는 등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긴박한 이때 미사일 사태의 본질적 문제를 분석하고 대처방안을 협의해야 할 한일 양국이 선제공격 발언을 두고 외교공방을 펼쳐야 한다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두 나라는 향후에도 이런 문제를 놓고 소모적인 외교공방을 벌여서는 곤란하다. 지금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의미하는 정치적·군사적 함의들을 분석하고 대처방안을 찾아야 할 때이다.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이나 대처방법에 차이가 있다면 공통분모를 찾기 위해 무릎을 맞대야 할 때이다. 항간에는 “미사일 문제를 유발한 북한을 돕기 위해 세인의 관심을 일본 쪽으로 돌리고 있다”라는 오해가 있었던 것이 사실인 만큼, 이런 식의 외교마찰은 재현되지 않는 것이 좋다.

9. 한국에게 남긴 교훈은 무엇인가

북한의 미사일 시위는 다양한 정치적·군사적 함의를 가진다. 우선 미사일 사태는 6자회담이나 국제 비확산체제와 관련해서 복잡한 정치적 함의를 가지나, 이는 미국을 위시한 국제사회 전체 또는 6자회담 당사국 모두가 대처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군사적 함의는 한국에게 있어 특별하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가 자국을 겨냥하는 테러세력에 넘어갈 가능성에 예민하며 일본 역시 ‘적기지 공격능력’을 거론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으나, 이들 국가들에 미칠 군사적 영향은 여전히 간접적이며 북한 미사일이 실제로 이들 나라들을 공격하는 것은 불가능하거나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희박하다. 이와는 달리 지리적으로 인접해있고 상대적으로 만만한 한국에 대한 위협은 직접적이고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높다.

따라서 한국으로서는 군사적 함의와 관련한 두 가지 교훈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첫째,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한국의 인질상태를 재확인할 수 있게 해주었다. 한국이 북핵 및 미사일의 인질인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한국에게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실질적 수단을 가지고 있는가, 한국이 선제공격을 통해 그러한 수단을 사전에 제거할 수 있는가, 한국이 북한의 위협을 상쇄할 지렛대를 가지고 있는가 등을 따져봐야 한다.

북한 미사일의 대다수는 한국만을 목표로 할 수 있는 스커드이며, 사정거리가 더 긴 로동이나 대포동 미사일도 물론 한국을 타격할 수 있다. 반면 한국이 선제공격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들을 제거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 동안의 대북지원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한국을 의식하여 대량살상무기의 개발을 포기하거나 늦춘 흔적은 없다는 사실은 한국이 북한의 미사일 개발이나 사용을 억제할만한 충분한 지렛대를 가지고 있지 못함을 의미한다. 그래서 북한의 미사일 시위는 한국의 인질상태를 재확인시켜준 측면이 강하다.

둘째, 미사일 사태는 북한의 두 번째 얼굴, 즉 더불어 통일을 이루어야 할 동족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한국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할 수 있는 ‘안보위협’이기도 하다는 점을 재확인시켜주었다.

북한은 한국 이외에는 타깃이 없는 스커드 미사일들을 발사하면서도 한국에게 사전에 통보하지 않았고, 미사일 발사에 이어서 부산에서 열린 제19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북한 대표단의 권호웅 단장은 “선군정치가 남측의 안전을 지켜주어 남한 대중이 덕을 보고 있다”는 적반하장식 주장으로 대한민국을 능멸했다. 대량살상무기의 개발이나 미사일 발사 과정에서 한국의 대북지원을 염두에 두고 한국을 의식한 적이 없으면서도 쌀과 비료를 요구하는 몰염치도 서슴지 않았다. 이런 것들이 미사일에 비쳐진 북한의 모습이었다.

10. 한국의 장단기 과제는 무엇인가

6자회담이 좌초하고 있던 중에 발생한 미사일 사태는 한국에게 설상가상의 사건이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한국에게 다양한 장단기 과제를 부여하고 있다. 성과의 유무를 떠나 한국이 평화적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함은 당연한 단기과제이며, 미국과 일본을 포함한 국제사회와의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까다로운 당면과제가 부상했다.

한국이 그 동안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반대하고 북한인권 문제에 침묵하는 자세를 취해온 점을 감안하면 미일이 한국을 배제한 채 유엔안보리 결의문을 협의한 것이나, 한국과의 충분한 협의가 없이 미국 정치권에서 북한 인권문제의 개선을 촉구하기 위한 아시아판 헬싱키 프로세스를 논의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한국이 서방 외교무대에서의 고립되는 것은 국가생존과 번영에 유익하지 않다.

특히 한국은 북핵 및 미사일 문제가 적지 않은 군사적 함의를 가지고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즉, 한국이 당장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상쇄·억제하는 충분한 수단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한 한미동맹 및 대서방 협력체제의 유지는 군사적 생존수단으로서의 중요성을 가진다. 물론 대북제재에 반대하는 한국이 대북제재 강화를 원하는 미일과 협력체제를 유지함은 이론상 쉽지 않으나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한국은 공통분모를 찾는 일에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 한국이 국제제재에 동참할 수 있는 레드라인에 대해서 협의하는 것이 국제사회와의 협력체제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차제에 지난 8년간의 대북정책을 되돌아보는 것도 당면한 과제 중의 하나일지 모른다. 한국에 일언반구 통보도 없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북한, 장관급회담에서 ‘선군정치 은덕론’을 펴고는 식량 및 비료제공을 거부하는 한국을 향해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협박성 발언을 내뱉는 북한 대표를 보면서 적지 않은 사람들은 지금까지 제공한 대북지원이 어디에 사용되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북한이 대량살상무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남한의 호의를 악용해온 것으로 느끼고 서운한 생각을 가질 수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문경지교(刎頸之交)를 시도지교(市道之交)로 갚고 있는 것이 된다. 즉, 벗을 위해 목을 베어 줄 수 있을 정도로 절친한 사귐을 원하는 남한에게 북한은 이해득실에 따른 시장 장삿군의 진실치 못한 사귐으로 대하고 있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한국은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는 자세를 가지고 부과된 과제들을 식별해야 한다. 핵문제나 미사일 문제가 협상을 통해 타결되는 경우에 대비한 대북지원책이나 개혁 개방 유도책을 준비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지만, 대화가 결렬되어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하고 궁극적으로 대량살상무기 강대국으로 자리매김하는 경우에 대비하는 과제도 대단히 중요하다. 예를 들어, 북한의 미사일 파워에 대처하는 중장기 대책 같은 것을 검토할 수 있다.

북한 미사일의 위협을 상쇄 또는 억제하기 위해서는 미사일 방어(MD) 체계의 강화와 함께 사정거리 1,000 km 정도의 미사일을 보유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핵실험 탐지능력 제고하는 문제, 북핵 및 미사일 사태 악화시에 대비한 대북정책 조정안을 준비하는 문제, 미국주도의 MD에 참여하는 문제, PSI에 동참하는 문제 등도 중장기적 과제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평양의 핵시계는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북한이 미국에게 양자협상을 제안하고 있는 이 순간에도 플루토늄 생산, 핵무기 제조, 미사일 개발 등에 여념이 없을 것이다.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시간은 북한에게 더 많은 대량살상무기를 생산할 시간이 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북한의 두 얼굴에 대해서도 확실한 인식이 필요하다. 북한이 ‘동족’과 ‘안보위협’이라는 두 얼굴을 가진 존재로 남아있는 한 한국의 대북정책은 화해협력의 수레바퀴와 안보의 수레바퀴가 함께 굴러가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남북간 민족적 동질성을 회복하는 노력 못지않게 한미동맹을 관리하고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유지하는 일도 중요하다.

김태우/ 국방연구원 군비통제연구실장

<필자약력>
– 뉴욕주립大 정치학박사(핵정책/핵전략 전공)
–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군비통제연구실장
– 경기대학교 대학원 겸임교수
– 저서 <한국핵은 왜 안되는가?>, <저승바다에 항공모함 띄웁시다>, <미국 핵전략 우리도 알아야 한다>(2003), <주한미군 보내야 하나 잡아야 하나>(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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