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002년 7.1 경제관리개선조치에 이어 내년 5월 대규모 국제무역박람회를 개최키로 해 이 행사가 북한 대외 경제정책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관련, 중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70년대 후반 중국의 개혁ㆍ개방 초기 시절을 떠올리며 전 세계를 향해 문호를 개방하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았다.
이런 낙관적인 전망의 근거는 먼저 중국이 대규모 국제박람회를 시작으로 대외개방을 시작한 것과 북한의 이번 박람회 개최가 너무나도 닮아 있다는 점이다.
북한과의 교역창구 역할을 맡고 있는 중국 조화우련(朝華友聯)의 청펑(程鵬) 부회장은 “이번 박람회의 의미와 북한의 입장이 중국이 개혁ㆍ개방 초기 열었던 무역박람회와 매우 유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1979년 가을 개최한 박람회를 통해 선진 외국상품과 기술을 처음 접할 수 있었고 외국기업과의 합작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면서 결국 그 박람회가 중국 경제를 개방하는 신호탄이 된 셈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이 7.1 경제개혁을 통해 대외개방에 대비한 유연성을 확보한 점과 외국자본 유치에 유리하도록 제도적 보완을 진행 중인 점 등도 대대적인 경제 개방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주중 북한대사관 관계자는 북한이 이미 외국 기업과 자본이 들어오기 쉽도록 법률을 정비해 놓았다면서 이를 한마디로 ‘우대정책’이라고 표현했다.
조화우련 청펑(程鵬) 부회장은 현재 북한의 경제활동이 단순하긴 하지만 경제 소생의 징후가 뚜렷하다면서 북한 진출의 호기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북한에는 이미 상당한 구매력을 가진 소비계층이 형성돼 있고 북한의 많은 정부기관이 외국 기업과의 합작을 모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북한의 대(對)중국 교역규모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교역액 10억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올들어 9월말까지 양국의 교역량은 작년 동기 대비 42% 증가했다.
지난달에는 림경만 북한 무역상이 중국을 방문, 보시라이(薄熙來) 상무부장과 경협문제를 논의했다. 양측 경제장관이 회담을 가진 것은 10년 만의 일이다.
양측 간의 교역량 증가와 긴밀한 접촉을 통해 북한은 중국의 경제개방 정책을 배우려 하고 있고 중국은 북한을 새로운 시장으로 보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청펑 부회장은 실제로 북한이 마그네슘 매장량 세계 1위, 석탄 매장량 아시아 2위의 풍부한 광산자원 보유국이란 점을 들어 무한한 개척 가능성이 있음을 강조했다.
조화우련의 장핑(張平) 수석 대변인은 북한의 대외개방이 “반드시 김일성 주석 재임시 시작될 것”이라면서 북한의 7.1 경제조치는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넌다(摸着石頭過河)’는 덩샤오핑(鄧小平)식 개방정책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장 대변인은 북한의 많은 외교관들이 중국에서 유학했고 또 많은 유학생들이 미국과 유럽 국가에서 공부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지구 경제공동체 조류를 모를 리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쇄국하면 돌파구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며, 북한 지도자들이 이를 모를 것으로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고 “50년간 변하지 않으면 그 이후엔 더욱 변할 필요가 없게 된다”는 말로 개혁의 필요성을 대신했다.
중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머지 않아 중대한 변화를 시도하게 될 것이라면서 농촌에서는 이미 ‘2년 생산 청부책임제’를 시행하고 있고 도시에서도 중국 개혁ㆍ개방 초기보다 더 큰 발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화우련 상무부의 양겅(楊耿) 부장은 내년 열리는 평양 박람회가 과거 북한에서 열린 박람회가 관 주도였던 것과 달리 민관이 함께 참여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북한 경제개혁 심화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베이징=연합뉴스)